공효진,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닌 듯…내 마음 나도 몰라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공효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공효진은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두 번의 이혼 끝에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이혼녀역을 맡았다. [email protected]
공효진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작품을 택했다. 작가 천명관(49)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는 했지만 연출자가 ‘파이란’(2001), ‘역도산’(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무적자’(2010) 등의 송해성(49)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한 영화다. 개봉 전부터 ‘컬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색깔이 분명하다.
공효진은 이혼을 두 번 하고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딸 ‘미연’을 열연했다. 큰오빠 ‘한모’(윤제문), 작은오빠 ‘인모’(박해일)에게 예의를 갖추기는커녕 두 백수 오빠를 대놓고 무시한다. 반말도 찍찍하고 욕도 불사한다. 폭력 행사도 서슴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공효진표 미연이 입에 달고 사는 찰진 욕설과 수시로 등장하는 매운 주먹질, 거센 발길질이 영화를 보는 재미일뿐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공효진의 연기력 덕일 수 있고, 공효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 때문일 수도 있다.
‘고령화 가족’의 티켓을 주저 없이 끊게 만드는 1등공신인 공효진이지만 나름대로 고민은 있다. 대중영합적이지 못한 작품관이다.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공효진은 컬트적이야라고 인증을 한 셈이네요”라며 웃는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공효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공효진은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두 번의 이혼 끝에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이혼녀역을 맡았다. [email protected]
좋은 예가 지난해 2월29일 개봉해 약 173만명을 모은 멜로 ‘러브픽션’(감독 전계수)이다. 공효진이 하정우(35)와 공연한 이 영화는 ‘공효진 겨드랑이 털’로 상징될 정도로 마니아를 낳았다. “‘러브픽션’이 제가 바랐던 대중적인 멜로 영화인 줄 알고 했는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평소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해온 듯 여러 차례 만나 구면인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지금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할까요. 여느 배우들처럼 대중에 묻어가야할까요.”
공효진의 밝고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색깔을 사랑해온 나로서는 당연히 “공효진씨마저 다른 배우들처럼 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라는, 조언보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공효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공효진은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두 번의 이혼 끝에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이혼녀역을 맡았다. [email protected]
“시상식에 갈 때 제가 특이한 옷을 입는 것도 어쩌면 팬들이 기대하는 것이 뭔지를 알고 있어서에요. 다른 여배우들처럼 공주 드레스를 입는다면 얼마나 심심해 하겠어요. 그래서 그런 옷을 제가 먼저 선택하지요.”
그러면서도 “공효진 영화라고 규정지어지고, 이미지화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 같아요”라고 토로한다.
그래서 뚫은 탈출구가 TV드라마다. “나름대로는 TV드라마를 선택할 때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골라 제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춰가려 하고 있기는 해요.”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공효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공효진은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두 번의 이혼 끝에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이혼녀역을 맡았다. [email protected]
그렇다면 ‘주군의 태양’을 마친 뒤에는? “상업영화를 해야죠. 꼭”이라면서 배시시 웃는다. “요즘에는 제게도 비련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들어와요. 공효진의 180도 연기 변신, 아니 반전을 기대하는 작품들이겠죠. 이번에도 그런 작품이 있어 고민했는데 TV드라마 때문에 할 수 없었어요”라면서 “꼭 하고 싶어요. 그보다 더 비련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과연 공효진은 공효진스러움을 버리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중적인 영화를 하게 될 것인가.
공효진은 ‘고령화 가족’을 찍으며 송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말고도 반한 구석이 더 있다. 배려심이다. 송 감독은 밤 9시가 되면 신이 조금 남았어도 배우와 스태프들의 휴식을 고려해 과감히 멈추고 내일로 미뤘다. 한국 감독으로서는 하기 힘든 배려다. “송 감독님과 꼭 다른 작품을 같이 하고 싶어요”라는 공효진에게 어떤 작품인지 물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공효진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공효진은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두 번의 이혼 끝에 세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이혼녀역을 맡았다. [email protected]
이완 맥그리거(42) 주연 1996년작 ‘트레인스포팅’(감독 대니 보일)이라. 역시 공효진의 영화는 당분간 대중적이지 않을 것 같다. 공효진 영화를 좋아하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팬들은 안심해도 될 듯하다. 어쩌면 공효진이 대중에게 물들기보다 대중이 공효진 영화에 길들여지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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