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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형제의 난' 금호家, 끝없는 분쟁...'운명의 날' 다가온다

등록 2013.09.11 19:55:10수정 2016.12.28 08: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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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금호그룹의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안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공정위에 금호아시아나의 구조조정안과 관련해 '출자전환이 상호출자금지 예외(대물변제 수령)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공개질의를 보내왔다.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 절차가 지연·연장되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과 분가의 대표적인 그룹에서 '형제의 난'의 대표 그룹으로 바뀐 금호가의 갈등이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 방안을 놓고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시급한 형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88%로,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연말쯤 완전자본잠식(자본금을 모두 소진해 회사에 빚만 남은 상태) 상태가 되고 상장폐지 위기까지도 몰리고 있다.

 만일 공정위 검토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출자전환이 무산될 경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안은 전면 재검토될 전망이다.

 실질적으로 이미 그룹과 분리경영이 되고 있는 금호석화가 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일까. 이는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해체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간 금호석유화학은 이 목적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향한 공격의고삐를 죄어왔다.

 지난 2009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경영권 갈등에서 출발한 일명 '형제의 난'이후 금호그룹과 금호석화 사이에는 갈등과 알력, 법정 공방이 지리하게 진행돼 왔다. 금호석화는 계열분리, 브랜드 사용권료 소송 등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그룹을 대한 압박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달라는 계열 제외 소송이다. 얼핏 보면 금호석화가 그룹으로부터 완전한 분리를 위한 소송으로 보이지만 실제상황은 다르다는 것이 재계 주변의 시각이다.

 금호석화가 그룹에서 계열분리하려면 현재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처분하거나 공정거래법상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3% 미만으로 줄이면 된다. 계열분리의 열쇠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금호석화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2011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계속 말을 바꿔가며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미루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처음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팔되 우호세력에 매각하지만 않으면 금호석화도 미련 없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했다가, 막상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 전량을 매각하자 "박삼구 회장의 매각대금 4000억원이 금호산업 유상증자 등으로 쓰인 것을 확인한 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겠다"고 말을 바꿨다.

 2012년 6월 실제로 박삼구 회장이 이 돈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너무 떨어진 상태라 손해를 보며 팔 생각은 없다"고 또 다시 말을 바꿨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장부상 가격은 1706억7800만원으로 취득원가는 1055억9500만원보다 높아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즉, 금호석화는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그룹 해체 이후를 노리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예측된다.

 집요한 흔들기로 만일 금호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될 경우 금호석유화학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상무 외에 고(故)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입장에서 볼 때 추후 박철완 상무와 결별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금호석유화학이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팔지 않고 있는 이유이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을 무산시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오길 고대하고 있는 이유라고 업계와 금융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는 형제 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방해하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등 채권단과의 약속부터 이행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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