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뉴시스 초대석]지휘자 함신익, 오뚝이였다…풍운아의 '심포니송'

등록 2014.08.08 08:14:00수정 2016.12.28 13:11:2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송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8.05.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송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8.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우였다. 비장함과 진지함으로 이글거릴 것만 같던 함신익 교수(57·미국 예일대)의 눈빛은 기대와 설렘으로 총총했다.

 2012년 단원들과 불화 끝에 KBS교향악단을 떠난 함 지휘자가 자신의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을 창단했다. 심포니송 서울 논현동 연습실은 공사가 한창이다. 396㎡(약 120평) 규모로 깔끔한 공간에는 최신 장비가 가득하다. 함 지휘자는 "아마 국내 오케스트라 어느 단체도 이런 연습실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2000년대 초 예일대 음대 교수로 있던 함 지휘자는 대전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 혁신적인 행보로 국내 클래식계에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재직 당시 레슨 제한, 오디션 등을 놓고 단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왜 이렇게 어렵게 사느냐고 그래요. 저도 왜 이렇게 어렵게 사나라는 생각도 드는데, 체질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어려움을 피하려고 하지 않다 보니…. 지난 2, 3년간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제가 지내온 시간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죠."

 클래식 기반이 아직 빈약한 한국에서 민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한국 클래식계가 변하고 있어요. 자기 방어적 또는 현상 유지 성격이 강했는데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모양새죠. 그래서 심포니송을 창단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심포니송의 특징은 재원조달 방식이다. 사회단체, 개인, 기업 등의 협찬과 자원봉사로 조직이 운영된다. 창단에 필요한 업무시설, 집기, 공연에 필요한 피아노, 타악기, 보면대 등을 모두 기증받아 논현동 연습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개인, 개인이 힘을 보탰다. 현재 단원은 30여명으로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  

 새 악단의 이름 심포니송(Symphony S.O.N.G)은 '차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라는 뜻이다. "다음 클래식 세대에 어떤 것을 남겨줄 것이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꿈꿔온 이름이에요. 후배들에게 어떤 오케스트라를 전달할 것인가,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송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8.05.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송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8.05.  [email protected]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심포니송 창단 연주회를 연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과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려준다. "요즘 잠을 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데도 신나고 흥분이 됩니다.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거든요. 물론 해온 일들도 10점 만점에 10점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30점이나 돼요. 정점을 넘어선 거죠. 엔도르핀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형제애(brotherhood)를 담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선곡한 것이 눈길을 끈다. "베토벤은 우리를 이웃으로 보지 않고 형제로 봤습니다. 인류가 형제였는데 언제부터 종교, 경제, 정치 때문에 싸우는 (피를 나누지 않는) 이웃이 됐어요. 저를 포함한 모든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로 합해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골랐습니다."

 그간 마음고생을 인식한 듯 지난 2년 간 국내 미디어와 인터넷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함 지휘자는 그래도 기꺼이 한국에 터전을 만들기로 했다. 1991년 좀 더 큰 세상에서 활동 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땄던 그는 올해 다시 한국 여권을 가지게 됐다.

 "외국 생활을 30년 넘게 했는데 결국 돌아갈 곳은 자랑스런 한국이더라고요.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면서 흩어져 있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방황하고 있는 걸 봤어요. 대한민국에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주할 기회를 주고 싶었죠. 그렇게 대한민국의 클래식 음악계에 자그마한 부분에서라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요."  

 심포니송은 미래의 연주자들을 발굴하기 위한 마스터즈 시리즈(교향악)를 비롯해 체임버 시리즈(실내악), 디스커버리 시리즈(기획공연), 레인보 시리즈(청소년들을 위한 음악회·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전국 순회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전국 순회공연에 주력한다. "분명 수요는 있어요. 지난달 태백에서 공연했는데 800석을 꽉 채웠습니다. 청중 수준도 높았고요. 저는 지방이라는 말을 안 써요. 서울과 타 도시죠. 너무 서울 위주로 클래식 연주회가 많은데 타 도시 분들도 분명 연주회를 원하거든요."

 그렇다고 클래식에 가요와 재즈 등을 섞는 퓨전 공연은 지양한다.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클래식이에요. 나훈아, 조용필씨 곡들은 그분들이 훨씬 잘하죠. 우리가 잘하는 건 베토벤, 브람스, 스트라빈스키죠. 전달하는 방법에서 흥미를 준다면 정통 클래식을 듣는 청중들도 늘어날 겁니다. 전국 방방곡곡 클래식 음악의 전령사 역을 맡고 싶어요."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송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8.05.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새 교향악단 '심포니 송'을 창단한 지휘자 함신익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송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8.05.  [email protected]

 함 지휘자는 축구 마니아다. 조기축구회 스트라이커인 그의 몸은 탄탄하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도 운동선수 못지 않다. "축구나, 연주나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죽어라 뛰고 연주해야 해요. 하나의 퍼포먼스죠."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 알제리 경기가 열린 포르투알레그리의 오케스트라 지휘를 위해 정기적으로 현지를 방문한다. "연주 뿐 아니라 축구도 해요. 지휘도 지휘지만 축구 때문에 인기가 많죠. 개인기에 좀 밀리기는 하지만 그들 만큼 좀 하니까요."

 어느 곳에서나 열정이 넘치는 함 지휘자는 한국에서 정체성이 뚜렷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다. "한국형 선진 오케스트라가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외국 오케스트라의 포맷이나 시스템을 가져오는 건 우리 여건에 맞지 않아요. 미국처럼 기업들이 후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공공성격의 단체가 운영을 해도 유럽처럼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죠. 심포니송을 우리 토양에 맞게, 우리 음악을 하는 오케스트라로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물론 자신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연습을 공개할 수 있어요. 가장 흥미로운 음악 생산 작업은 연습에서 나오거든요. 공연장에서 연주는 연습의 연장입니다. 연습만 봐도 그 단체의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심포니송 창단 연주회에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비롯해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 소프라노 추희명, 테너 이명현, 바리톤 김동섭, 수원시립합창단, 안산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등이 힘을 싣는다. 5만~20만원. 예술의전당 SAC티켓. 02-580-1300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