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박수근 창신동 시절 작품 만나다

화가 박수근 장녀 박인숙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장녀 박인숙(71)씨가 6·25로 월남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정착해 생활했던 아버지를 추억했다.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강원도 금성에서 창신동으로 옮긴 1952년부터 1963년까지 완성됐다. 봄을 기다리는 듯한 앙상한 가지의 겨울나무 풍경과 아기 업은 여인 등의 인물상이 어우러진 ‘나무와 두 여인’(130×98㎝·1962), 자신의 아내 김복순을 모델로 한 ‘절구질하는 여인’(130×97㎝·1954), 따스한 햇볕 아래 골목길에 앉아 공기놀이하는 어린이들을 표현한 ‘유동’(96.8×130.2㎝·1963) 등이 보기다. 특히 ‘나무와 두 여인’은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처녀작이자 출세작 ‘나목’의 바탕이 됐다.
박수근 50주기를 맞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30일부터 열리는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에 앞서 현장을 찾은 박인숙씨는 29일 “아버지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서 전시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며 “아버지,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흐뭇해 하실 것”이라고 기뻐했다.
박씨는 “‘몇억짜리 그림이다’를 떠나서 아버지가 정말로 선한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라며 “관람객들이 이 그림들을 보고 마음이 정화됐으면 한다”고 바라기도 했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은 유화 45점과 수채화 5점 등 총 50점이다. 그 가운데 ‘아기 업은 소녀’ 등은 박수근이 딸을 모델로 그린 그림이다
박씨는 “아버지는 없는 살림에도 언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아버지가 집에 들어올 때면 언제나 큰 손에 엿가락이나 고구마가 들려 있었다”고 말했다.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130×98㎝·1962)
박수근은 창신동 시절 열악한 조건에서도 어렵고 힘든 시대를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선하고 진실하게 담아냈다.
이번 작품 선정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이 했다.
전시 기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원에서는 건축·디자인 동행전 ‘창신·길’이 진행된다. 창신동을 걸으면서 만나는 역사적, 산업적, 인물적 창조자원을 재조명하는 전시와 투어, 강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6월2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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