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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훈련 때 "알라는 위대하다" 외친 英경찰에 비난 여론

등록 2016.05.11 17:06:25수정 2016.12.28 1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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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이태원 이슬람교 중앙성원에서 무슬림이 금요일 합동예배를 하고 있다. 2015.11.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테러 상황에 닥쳤을 때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하기 위해 영국 경찰이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를 외쳤다가 무슬림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알라후 아크바르'는 '신은 위대하다',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자살 폭탄 등 테러를 벌이기 전 외치는 문구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무슬림의 신앙 고백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라크와 이란 국기에도 새겨진 글귀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지난 9일(현지시간) 맨체스터의 한 쇼핑몰에서 테러 대피 모의 실험을 실시했다. 경찰은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험에 자원한 800명 이상의 시민을 쇼핑몰에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폭탄을 터뜨리는 시늉을 하기 전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며 달아났다.

 무슬림들은 영국 경찰이 테러 대피 훈련에 자신들의 신성한 표현을 악용하고 무슬림 전체가 테러범인 것처럼 비하했다고 비난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영국 경찰이 테러 훈련에 알라후 아크바르 문구를 이용한 것이 역겹다", "영국 경찰이 다시 한 번 무슬림과 이슬람을 악마로 만들었다", "알라후 아크바르는 우리의 가장 신성한 구절인데 영국 경찰이 완전히 무례한 짓을 저질렀다" 등 경찰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최대 이슬람단체인 '영국 무슬림협회'(MCB)는 테러를 격퇴하려는 노력은 좋으나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을 굳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MCB에서 활동하는 미크다드 베르시는 알자지라방송에 "(테러 훈련에)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전 세계 무슬림이 한순간에 테러범과 연관됐다"며 "이 구절은 무슬림들의 기도에 쓰이는 등 숭고한 의미를 지난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이 문구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을 진행한 경찰 측도 잘못을 시인했다.

 게리 셔원 맨체스터경찰 부서장은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 조직원들이 자행하는 자폭테러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었다"고 하면서도 해당 문구를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인정했다.

 셔원 부서장은 "잘못을 인정하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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