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적합업종지정 5년④]벼랑끝 동반성장위원회…"존재가치 상실" 우려 고조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시행 5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 역할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성격 자체도 애매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극복하고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동반위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위원장을 맡으며 이목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확실한 대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의 뜻을 이루지 못한채 중도하차 한 이후 2대 위원장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3대 안충영 위원장 등이 수장에 나섰지만 정 위원장 만큼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태생적 한계까지 드러내며 위상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동반위는 2010년 12월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방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적 동반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를 공표해 대기업의 자발적인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하지만 동반위 예산 57억2900만원 중 36.7%인 21억원은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 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재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도 그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렸다. 무엇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기적합업종 법제화'는 뜨거운 감자가 된 상태다.
중기 적합업종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이 3년 동안 시장 진입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유예기간 동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011년 제조업 82개 업종을 지정하면서 도입됐다.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맞춰 대기업에 시장 진입 자제, 사업 철수 등을 권고토록 했다. 하지만 적합업종 제도는 민간자율규범이라는 한계로 합의사항에 대해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강제수단이 없다.
이에 대해 동반위는 적합업종 지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약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라며, 법제화를 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르기보다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상생협약이 중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를 하면 6년이 아니라 계속 공동 노력할 수 있고 해외도 같이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의 이행력 제고 및 실효성 강화를 위해 합의절차 및 권고사항 이행수단 근거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두부 제조업의 경우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후 월평균 수익이 57억6100만원에서 2014년 46억4700만원으로 감소하고, 중소기업군의 월평균 수익도 7억300만원에서 5억76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법제화가 안 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적 동반관계 및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설치된 존재 이유에 반대되고, 법제화될 경우 이를 주도하고 있던 동반위의 역할과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동반위가 민간자율 합의기구이다 보니 강제할 권한이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예산지원에 휘둘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적합업종 지정 등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동반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동반위는 라이트급과 헤비급을 같은 링 위에 올리고 이기는 편의 손을 들어주는 행태를 보인다"며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동반위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법제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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