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제총 실태 파악 '깜깜'…제조 쉽고 단속은 어렵고 '딜레마'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총격범이 쏜 사제총에 맞아 순직한 고김창호 경위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고 김창호 경위는 19일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폭행 사건 용의자가 쏜 사제 총을 맞고 숨졌다. 2016.10.20. suncho21@newis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세계적으로 '총기 안전지대'로 꼽혀온 우리나라에서 살상력을 갖춘 사제총기의 확산 실태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모른다'이다.
19일 현직 경찰관이 폭행범 검거 현장에서 사제총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정확한 현황 파악과 그에 따른 단속·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 불법무기류의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는 매년 5월 한 달 간인 '불법무기류 자진신고 기간'을 통해 접수되는 건수가 거의 유일하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자진신고를 통해 들어오는 불법무기류는 매년 4400여개이다. 여기에는 사제총기뿐만 아니라 폭발물, 화약, 활 등 다양한 종류가 포함된다.
이 중에서 총기류만 구분한다고 실제 위험성이 있는 사제총의 수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불법무기로 신고되는 총기류는 개조한 산업용 총, 마취총 등 유형이 천차만별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태를 어느 정도 추정이라도 해보려면 자진신고되는 총기류 중에서도 실제 살상력을 갖춘 총을 가려내야 한다"며 "그러려면 일일이 합판에 대고 쏴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강간 등 전과 9범이자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중인 성모(46) 씨가 번동파출소 김모(54) 경위를 향해 총을 난사, 김 경위는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날 밤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경찰이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사제 총기를 공개하고 있다. 2016.10.19. kkssmm99@newsis.com
경찰 관계자는 "올해 경찰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속 차단 요청을 한 영상은 114개이고 실제 차단된 건 11개"라며 "이유는 11개의 영상만이 살상 위험이 있는 총기제조 방법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인터넷에 숱하게 올라와 있는 구체적인 사제총 제조법 동영상들의 실상과는 거리가 있어 경찰이 실태 파악을 면밀히 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살상력이 있는 사제총을 만들기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고(故) 김창호(54) 경위를 쏜 성모(46)씨는 특수강간 등 전과 7범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전문가가 아니다.
실제로 그가 소지하고 있던 총은 나무, 쇠파이프, 고무줄 등을 이용해 만든 조악한 수준이었지만 쇠구슬이 김 경위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을 정도로 살상력이 컸다.
불을 붙이면 격발되는 화약의 추진력을 이용한 방식으로 조선시대 조총(鳥銃)과 비슷하다.
경찰 관계자는 "살상이 가능한 사제총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는 어려우면서 제조는 쉽다는 것"이라며 "불법무기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이 바로 출동해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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