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구당vs회양당'···훈민정음 해례본 원소장처 '진실게임'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긍구당 14대 종손 김대중(84)씨가 28일 경북 안동시청 브리핑룸에서 긍구당이 소장 중인 책자를 펼치며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의 원소장처는 긍구당임을 주장하고 있다. 2017.03.28 [email protected]
28일 광산 김씨 긍구당 후손들은 경북 안동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선조가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의 원소장자라고 주장했다.
긍구당 14대 종손 김대중(84)씨는 "제가 10살 무렵 가을 대청마루에서 조부(김승수)께서 고모부(이용준·이한걸의 3남으로 긍구당 사위)에게 '훈민정음 책자를 가져갔으면 돌려줘야지 왜 아직 안 가져오는가'라며 심하게 꾸짖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부의 '도둑놈 같은 놈'이라는 말씀에 고모부는 '사위도 반자식인데 장인 어르신께서 너무 하십니다'라며 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뒤 고모부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간송에게 팔고 월북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의 표지와 앞 2장이 훼손된 이유와 관련, 김씨는 긍구당에 전해져 오는 편지와 지수정가(止水亭歌) 1편, 시조 63수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의도적인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긍구당 서가에 보존 중인 서책 표지장에 있는 장서기(藏書記), 장서인(藏書印), 입춘첩(立春帖), 사돈지(査頓紙) 등 다양한 표식을 지워 긍구당 소장이라는 증거를 없애려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세종실록에 의하면 1433년 최윤덕 장군의 막료인 이정(李禎) 공이 군공으로 판관 벼슬을 받았다"며 "훈민정음의 반포는 논공행상이 끝난 13년 뒤인 1446년이다. 이정이 군공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받았다는 말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긍구당 14대 종손 김대중(84)씨가 28일 경북 안동시청 브리핑룸에서 긍구당이 소장 중인 책자를 펼치며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의 원소장처는 긍구당임을 주장하고 있다. 2017.03.28 [email protected]
그는 "훈민정음, 매월당집 등 여러 서책이 유출되던 시기인 1939년과 1940년, 1941년에 이용준이 보낸 편지에는 책을 갖고 온 일에 대해 '범행자부대죄(犯行自負大罪)'라며 자신의 범행이 대죄이며 저지른 행위는 범죄였음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용준은 자신이 책을 가져간 일에 대해 '고속이서지례(古俗貽書之例- 옛 풍속에 책을 주는 사례)'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에게 책을 그냥 준 것인 양 하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진성 이씨 회양당 후손들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역시 자신들의 집안이 원소장처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1927년 회양당 고택 5형제가 합심해 편찬한 '여자소학(女子小學)'이란 책자를 제시했다.
회양당 후손들은 "해례본은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기 전에 원소장자에 의해 이미 한글교육용 교재로 사용됐다"며 "이용준은 18세 무렵인 1933년 긍구당으로 장가를 들었는데 해례본에 기초한 여자소학은 그보다 앞선 6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긍구당 14대 종손 김대중(84)씨가 28일 경북 안동시청 브리핑룸에서 긍구당이 소장 중인 책자를 펼치며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의 원소장처는 긍구당임을 주장하고 있다. 2017.03.28 [email protected]
또 '긍구당 장서인을 없애기 위해 표지를 없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문책을 가진 자를 처벌하는 연산군 정책 때문에 부득이 찢어냈다"고 하면서도 "지난해 11월 열린 문화재청 자문회의 결과 '의도적 훼손이 아니라 2장이 없는 채로 오랜 기간 전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했다.
문화재청이 1962년 12월20일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로 결정하면서 밝힌 발굴 과정과 구입 과정도 소개했다.
1940년까지 이한걸가에서 소장하고 있던 해례본은 그의 선조 이정이 여진을 정벌한 공으로 세종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발견 당시 앞부분 두 장이 낙장돼 있던 것을 이용준이 글씨로 보완했다"고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은 진성 이씨 회양당 출신으로 광산 김씨 긍구당의 사위인 이용준이 1939년 간송 전형필(간송미술관 설립자)에게 거금(당시 1만원, 현 시세로 기와집 10채 가격)을 받고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1962년 12월 국보 제70호,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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