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라이번 우승 선우예권 "체력적으로 힘든 콩쿠르 그래서 더 값진 상"

·【서울=뉴시스】 선우예권, '반 클라이번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피아니스트. 2017.06.11. (사진 = 콩쿠르 홈페이지 제공) [email protected]
55년 역사의 세계적 피아노 대회인 '제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선우예권(28)의 11일 전화 통화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설렘과 함께 감격이 묻어났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진행된 이 콩쿠르의 시상식에서 금메달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된 선우예권은 "좋은 연주로 보답해야죠"라고 말했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기 위해 1962년부터 열리고 있다.
그간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 독일의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 등을 입상자로 배출했다. 한국인 입상자로는 2005년 처음으로 양희원이 입상한 데 이어 2009년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1997년부터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지역 예선을 펼치는데 올해 한국에서 처음 아시아 지역 예선이 열렸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던 아시아 예선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게 된 까닭은 한국이 그동안 클래식음악 강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선우예권, '반 클라이번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피아니스트. 2017.06.11. (사진 = 콩쿠르 홈페이지 제공) [email protected]
라이케르트 교수는 "지역 예선임에도 화상이 아닌 실제 연주를 심사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며 "한국 국적을 가진 연주자들이 많이 참여한 점 등이 고려돼 서울에서 처음 열리게 됐는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3대 콩쿠르에 비견할 만한 중요한 콩쿠르라 참여 연주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전했다.
이번에 역시 한국인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12명이 경합한 준결승에는 선우예권을 비롯해 김다솔, 김홍기 등 총 3명이 진출했다. 6명으로 압축된 결승에는 선우예권만 올랐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고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로 통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를 비롯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이른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로 통하는 대회들과 견줄만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세 콩쿠르가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데 반해 북아메리카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면서 현지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금메달과 함께 5만달러(5600만원)의 상금, 3년 간의 미국과 해외 투어, 유니버설뮤직 그룹 등을 통한 음반 발매 등의 지원을 받게 된 선우예권은 현지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2위 케네스 브로버그, 1위 선우예권, 3위 다니엘 수.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입상자들. 2017.06.11. (사진 = 반 클라이번 콩쿠르 페이스북 캡처) [email protected]
선우예권은 감기에 걸리는 등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9일 밤 치러진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Op.30을 연주하며 특유의 깨끗하면서도 폭발적인 연주로 호평 받았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이틀에 한번 꼴로 연주를 하고 세미파이널과 파이널에서는 프로그램에 따라 연주 순서가 바뀌기도 했죠. 파이널 연주는 하루가 앞당겨졌어요. 지난주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파이널 연주 당일에는 연습도 못했죠. 날이 더움에도 땀을 빼기 위해 옷을 껴입기도 했어요. 몸 상태가 안 좋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던 콩쿠르라서, 감정적으로 더 기쁘죠. 그래서 결과가 더 값져요."
선우예권은 한국에서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연주자다. 김선화, 신민자 사사로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커티스 음악원에서 세이무어 립킨을 사사하고 매네스 음대에서 리차드 구드를 사사했다. 현재 하노버 국립 음대에서 베른트 괴츠네를 사사하고 있다.
특히 조성진이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콩쿠르 문화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2014년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와 함께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등 총 7개 콩쿠르에서 1위에 올라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최다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8번째 1위를 챙겼다.

【서울=뉴시스】 선우예권, 한국인 최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2017.06.11. (사진 = 목프로덕션 제공) [email protected]
이미 굵직한 콩쿠르에 다수 우승한 그가 마지막으로 콩쿠르 도전에 나선 이유다. "제 게으름과 소홀함으로 인해 후회하지 않고 싶었어요. 인생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었죠." 이제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는 물음에 "그렇죠"라고 웃었다.
선우예권은 지난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다. 독일 저먼 피아노 포럼 소속 아티스트로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오는 12월 20일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예정하고 있다.
연주나 인간적으로 날로 성숙해지고 있는 선우예권은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영광을 돌렸다. "정말 감사하게도 믿고 의지할 수 있고, 음악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노부스콰르텟의 김재영 형은 제가 예민해져 있을 때, 형 본인도 힘들면서 잘 받아줬어요. 임동혁 형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당일 공황에서 만났는데 용기와 힘을 줬어요. 방금도 통화했는데, 너무 축하해줘서 고맙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해요. 저도 그렇게 주변 분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선우예권, 한국인 최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2017.06.11. (사진 = 목프로덕션 제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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