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협상카드 된 '신차배정'…가능성은?
3월 결정되지만 연기가능성도 있어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제네럴모터스(GM)가 글로벌 사업장에 대한 신차 및 생산물량 배정을 결정하는 시기가 임박해지면서 한국지엠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GM은 3월 중 이를 결정하는데, 한국지엠이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회생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GM은 한국지엠 신차 배정을 압박카드로 내세워 정부·노조와의 협상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과의 실사 추진도 속도감 있게 진행이 안되고, 노조와의 인건비 절감 논의도 시작도 못한 상황이어서 노회한 GM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신차배정을 해도 실효성이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카허 카잼 사장은 전날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임금단체협상 4차 교섭에서 "회생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지엠을 위해 신차 배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제품 배정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잼 사장은 또 "글로벌 GM이 한국지엠의 회생계획 진전을 기다려주고 있지만 결정을 무기한 보류할 수 없다"며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노조의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글로벌 GM은 부평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창원공장에 콤팩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를 각각 배정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부평공장 배정차량은 트랙스 후속모델(프로젝트명 9BUX) 20만대, 창원공장 배정차량은 GM 본사가 개발 중인 차량으로 알려졌다.
카잼 사장의 발언은 본사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인건비 절감과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신차 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정부·노조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관측된다.
GM은 통상 3월 중 글로벌 생산시설에 신차를 배정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 실사와 노사간의 임단협이 마무리될 때까지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차배정을 최대한 미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트랙스 후속모델은 한국지엠이 자체개발한 모델이고, GM 본사가 개발중인 CUV 모델은 현재 개발 1단계로 양산까지 4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차 배정을 미룰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JTBC가 입수해 8일 보도한 한 한국지엠 핵심 임원의 메신저 대화록에 따르면 이 임원은 경영관리직 직원으로부터 신차 배정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초 2월말 예정이었지만 결정이 늦어져 2분기 내로 나올 것 같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실사와 노사 협상이 모두 공회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GM은 지난달 21일 경영실사에 합의했지만 실사 범위와 기간, 제출 자료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은은 한국GM 원가에 대한 이전가격, 고금리 정책, 본사 관리비, 기술 사용료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지엠이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합의서에 넣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지엠 측은 자료제출에는 협조하겠다면서도 경영기밀에 해당되는 본사와의 거래 내역 등은 미국 본사와 협의해 제출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의 대화도 지지부진하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7일 4차 임단협을 벌였지만 인건비 감축 등 비용 절감 논의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사측은 이날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복지 혜택 축소 등을 담은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측은 15일 대의원대회 이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최근 2500여명 희망퇴직 신청으로 인건비와 부대비용 약 4000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한국지엠의 연간 평균 순손실이 7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000억원 안팎의 경비를 추가로 줄여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전망이다.
GM이 배정할 신차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GM이 4년 후 양산되는 신차를 한국지엠에 배정하더라도 4년간의 공백을 감당해야 하고, 양산이 시작되도 한국지엠이 회생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5000~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개발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할 지도 불확실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GM은 인도시장 철수 때도 신차배정을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글로벌 사업구조상 신차배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조치임에도 정부와 노조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회생 의지가 있다면 신차투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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