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확보하고도 '반쪽' 기소...안희정 검찰 수사 한계?
피해자 두 명 구체적 폭로했지만 한 명만 혐의 인정
업무상 위력행사 입증, 증거 부족 등으로 수사 한계
대질신문으로 安 주장 반박할 단서 찾았어야 지적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3.19. [email protected]
게다가 두번째 고소인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에 대한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공소장에 포함시키지도 못해 안 전 지사의 '상습성'을 인정받기도 어려워졌다.
안 전 지사를 향한 '미투 폭로'가 불거진 이후 관심은 업무상 위력 혐의가 입증되는지에 온통 쏠려왔다. 안 전 지사 측은 법원에서 혐의를 적극 다투겠단 입장이어서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이날 불구속 기소된 안 전 지사가 받는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뿐 아니라 강제추행, 성폭력처벌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3가지 혐의다.
핵심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이다.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가 성립조건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행위'가 입증됐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지사 측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성관계는 있었으나 애정행위에 해당하며,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강제성이 있는 성폭행은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혐의가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상세했으며 김씨의 피해 호소를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 김씨가 마지막 피해 전 '미투' 관련 검색을 수십차례했다는 컴퓨터상 기록, 당시 병원에서 김씨가 진료받은 내역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지난달 23일 첫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 염려가 없고 구속할 경우 안 전 지사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며 기각했다.
검찰의 두번째 구속영장도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하게 소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재차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검찰이 수사에 총력을 쏟고도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는 성폭력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 행사 입증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수사의 한계로 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여비서와 대화를 나누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역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했다. 수사기관에서 압수한 업무용 휴대전화의 통신내역이나 메시지 등도 삭제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더군다나 안 전 지사의 측근들이 김씨에게 회유성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증거 수집이나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이 더연 직원 A씨가 고소한 건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한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앞서 두차례에 걸쳐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A씨 관련 혐의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포함되지 않은 바 있다.
이 직원은 지난 달 7일 한 매체를 통해 "2015~2017년 사이 4차례 성추행과 3차례 성폭행 등을 당했다"며 피해를 당한 시점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혔고, 안 전 지사를 같은 달 14일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서 일부 신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는 진술과 정황 등이 일치하지 않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소사실에 A씨와 관련한 혐의가 빠지면서 안 전 지사의 범죄 혐의 상습성을 입증하는 데도 다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한편에서는 업무상 위력 행사 입증이 쉽지 않고, 증거도 마땅치 않은 만큼 대질신문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다.
검찰 역시 안 전 지사와 김씨 측 진술이 엇갈려 거짓말탐지기와 대질신문을 검토했다. 하지만 대질신문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었고, 고소인 측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서 본인 실명으로 미투 폭로에 나섰던 건 안 전 지사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2차 피해만 우려하기보다는 피해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설득해 대질신문을 성사킴으로써 안 전 지사의 논리나 주장을 반박할 만한 결정적 단서를 찾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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