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기민, 물리학 학위 받아야…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서울=뉴시스】 김기민·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지젤' (4). 2018.04.15.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14일 오후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지젤'에서 그가 객원 무용수로 연기한 '알브레히트 왕자'는 시각적 잔상(殘像)이 아닌 무중력 감각을 객석에 아로새겼다.
중력을 벗어난 듯한 그의 몸짓으로 인해 뉴턴의 중력 법칙에 대해 가진 믿음이 순간 흔들리게 된다.
지난해 프로 발레리나 메리트 무어가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아 주목받았다. 중력에 관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는 데 실기도 포함된다면 김기민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서울=뉴시스】 김기민·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지젤' (4). 2018.04.15.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김기민이 탁월한 점은 뛰어난 테크닉이 감정 연기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점이다.
'지젤'은 시골에 사는 소녀 지젤이 신분뿐만 아니라 약혼자의 존재를 숨긴 알브레히트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 그러나 지젤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알브레히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혼 전에 죽은 여자 귀신 '윌리'들에게 둘러싸여 끊임없이 춤을 출 때 알브레히트 얼굴에서 묻어나는 지젤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의 복잡하고 오묘함을 김기민은 그려낸다.
알브레히트를 구하고 무덤 뒤로 사라지는 지젤을 쫓아가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는 장면에서는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든 무용수에게 해도 되는 말인가 싶지만, "이것은 역작"이라고 외치고 싶어 입술이 달싹거렸다.

【서울=뉴시스】 김기민·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지젤' (4). 2018.04.15.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김기민은 지난해 마린스키 산하 프리모스키 스테이지의 '백조의 호수'를 위해 내한했으나 국내 단체 무대에 선 것은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공연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무대에 오르기 전 사흘간 일정과 시차 등으로 2~3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 속에서도 자신이 수석무용수로 있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예카테리나 몰키나와 완벽한 호흡도 보여줬다.
발레 블랑(ballet blanc·하얀 발레) 대표 명장면으로 윌리들이 숲속을 지나가는 남자를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추게 만드는 장면은 두 주역 무용수와 완벽한 합을 이루며 유니버설발레단의 군무진의 탁월함을 새삼 상기시켰다. 우아하고 몽롱한 군무진 호위를 받으며 객석의 심장으로 진격한 이들의 무대는 성스러웠다.
다른 날은 알브레히트를 연기했고, 이날은 지젤을 짝사랑하는 '힐라리온'을 맡아 절친한 김기민과 함께 무대에 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 역시 호연했다.

【서울=뉴시스】 김기민·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지젤' (4). 2018.04.15.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이날 공연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김기민은 점프할 때마다 터지는 객석의 환호와 탄성을 들었냐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한국 무대가 항상 더 많이 긴장된다"면서 "원래 무대보다 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함께하면서 어려움 없이 끝내 역시 유니버설발레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동탁 형과는 어제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학창 시절 같이 자장면을 먹던 것이 생각나 연기하다 웃었다. 함께해주셔서 후배로서 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2016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수상한 세계 정상급 무용수인 김기민은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15일 오후 한 차례 더 알브레히트를 연기하고, 16일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하루를 보낸다. 이어 미국에서 '돈키호테'를 공연하고 러시아, 오스트리아 빈, 일본을 도는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럼에도 한국 무대에 항상 서고 싶은 마음이다. "문훈숙 단장님이 절 좋아하셔서요(웃음). 또 불러주시겠죠?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로도 한국 무대에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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