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수사, 홍대 사건처럼만"…여성단체, 경찰 규탄
"여성 피해자들, 홍대 사건 보고 박탈감 느껴"
구속수사, 2차가해 경찰 직접수집 등 요구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1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불법촬영 및 유포 수사에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던 경찰을 강력 규탄했다.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 우비를 쓴 여성단체와 성폭력피해자지원단체 회원 10여명이 모여 불법촬영 및 유포 수사에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던 경찰을 강력 규탄했다.
최근 홍익대학교 회화수업 도중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유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이례적으로 구속수사를 한 것과 관련, 여성 피해자들에게도 이 같은 적극적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이날 "여성이 가해자면 구속수사하고 남성이 가해자면 미온적으로 수사를 하느냐"며 "모든 사이버 성폭력 사건에서 홍대 사건과 같은 대응이 이뤄지길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은 몰카 범죄에 대해 구속수사와 현장검증, 2차가해 증거 경찰 직접수집 등 적극적 수사에 나서 달라"며 "해외서버 플랫폼을 추적 및 처벌하고 2차 가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촬영 피해자의 대다수인 여성들은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빠른 대응에 박탈감을 느끼고 절망한다"며 "가해자가 '여성'인 이 사건에서 수사과정 중 경찰의 적극성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구속수사를 받게 된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들이 불법촬영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요구해 왔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아왔다는 점에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불법촬영물을 유출하겠다는 협박을 받는다면 신고한 후 가해자가 유포하더라도 이를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고 의지를 잃는 피해자도 많다는 전언이다.
남성이 피해자인 홍대 사건만 수사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것이 아니라는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의 해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청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수사 속도 차이를 얘기하는데 경찰이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를 늦추거나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센터 등은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사이트라 못 잡아요' 식으로 일관하다 홍대 사건에선 구속수사를 하는 경찰의 태도 차이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 등은 "경찰은 구속수사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채 촬영물 유통 플랫폼 서버가 해외에 있어 추적할 수 없다거나 행실이 올바르지 못해서 그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2차가해를 직접 가했다"며 "그러나 여성이 가해자가 된 순간 가해자는 구속되고 포토라인에 서게 됐고, 해당 커뮤니티 운영자와 2차 가해자에 대한 추적수사가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또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같은 사건도 취급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혔다.
남성과 여성의 피해사례가 다름을 이야기하는것이 남성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며, 어째서 이제야 이렇게 이례적인 일 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현장 단체로서 반드시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라는 것이다.
센터는 "홍대 사건의 가해집단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 피해자가 포르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현실 속에서, 이 차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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