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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현장 출동 괴롭다" 구급대원 극단선택…순직 인정

등록 2020.06.28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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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현장 많이 보는 구급 업무 담당

공황장애 등 치료…결국 극단적 선택해

法 "공무와 사망 사이 관계있다" 원고승

"참사현장 출동 괴롭다" 구급대원 극단선택…순직 인정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참혹한 현장에 출동하는 업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질환까지 앓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구급대원에 대해 법원이 순직으로 인정하고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소방공무원이었던 A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생전에 소방관으로 22년여 동안 재직했고, 특히 늘 긴장 상태로 대기해야 해 소방관 업무 중 힘든 업무로 꼽히는 구급업무를 약 12년 동안 담당했다.

A씨는 2010년 특히 많은 구급업무를 했고, 한 해 동안 20회 이상 참혹한 현장에 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공무원 심신건강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소방관이 1년간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는 빈도는 평균 7.8회다.

A씨는 2010년 정신과를 방문해 수면장애, 공포증상을 호소했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2014년까지 38회 공황장애 치료를 받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 진단을 받기도 했다.

동료 직원들은 'A씨가 구급 업무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화재진압 업무로 바뀌고 좋아했다' 등의 진술을 했다. 하지만 구조 관련 자격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A씨는 다시 구급 업무를 맡게 됐고, 이후 밥도 잘 먹지 않고 술에 의존하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결국 2015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A씨 배우자는 순직유족급여 지급 신청을 했으나, 인사혁신처는 "(A씨) 사망은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인사혁신처는 사망 전날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경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며 직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A씨 배우자는 구급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때문에 정신적 질환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됐다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배우자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극단적 선택과 공무와의 상관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참혹한 현장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구급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A씨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공황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심각한 수준의 강박 장애를 겪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증상에도 언제 응급출동할지 모르는 업무 특성상 정신적으로 몹시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을 것"이라며 "결국 이러한 치료는 구급 업무에서 멀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6개월 만에 다시 구급 업무로 복귀돼 깊은 절망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종종 '죽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며 "비관적 상태가 지속되며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A씨 정신 상태 및 그로 인한 사망 결과 발생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정신질환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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