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설비 안한 버스, 장애인 차별"…대법 첫 판단
정부·버스회사에 소송…"휠체어 탑승 못해 차별"
1·2심서 승소…대법원도 "버스회사, 차별 말아야"
대법 "즉시 마련 무리…저상버스 도입 의무 없어"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전동 휠체어를 탄 시민이 지난 2019년 10월28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는 이날부터 석 달간 서울에서 부산, 강릉, 전주와 당진 등 모두 4개 노선에서 시범 운행한다. 2019.10.28. myjs@newsis.com *기사와 관련 없음.](https://img1.newsis.com/2019/10/28/NISI20191028_0015751155_web.jpg?rnd=20191028132423)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전동 휠체어를 탄 시민이 지난 2019년 10월28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는 이날부터 석 달간 서울에서 부산, 강릉, 전주와 당진 등 모두 4개 노선에서 시범 운행한다. 2019.10.28. [email protected] *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한 버스를 운영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현행법상 버스회사가 시외·광역노선에 반드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이 정부와 버스회사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2년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저상 시내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계획안에는 시내·시외 등 모든 버스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다거나, 시외·광역노선에도 저상버스를 운영한다는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와 경기도도 같은 취지의 계획안을 내놨다.
또 A씨 등은 금호고속과 명성운수가 각각 운영 중인 시외·광역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마련하지 않고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이처럼 정부, 지방자치단체, 버스회사가 장애인에게 정당한 교통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게 A씨 등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마련하고 저상버스를 확대 도입하도록 법원에 차별구제를 요청하고, 차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버스에 설치하지 않은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현행법상 시외·광역노선에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 역시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버스회사들이 탑승설비를 설치하는 데 비용 부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부담이 지나치게 크거나 심각하게 곤란한 사정이 없는 한 차별금지법상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금호고속과 명성운수의 모든 버스에 곧바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것은 재량을 벗어난 판결이라고 했다. 버스회사의 재정 상황, 정부 지원의 한계 등을 고려해 A씨 등이 탑승할 가능성이 있는 버스에 단계적으로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그 시기와 대상을 정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장애인을 차별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버스회사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저상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관해선 "현행 법령의 해석상으로는 시외버스나 광역형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를 제공할 의무까지 인정하기 어렵다"며 1·2심 판단을 유지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차별구제 소송의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할 때엔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도 했다.
당초 버스회사들은 A씨 등이 실제로 버스에 탑승하는 등 특정 행위로 다툼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며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에게 의무를 다하라는 요구일 뿐 구체적인 권리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원은 비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구체적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의 존재를 지나치게 엄격히 요구해 장애인이 권리보호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무익한 노력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 등이 신체적 장애 때문에 버스 탑승을 포기·단념했다면 버스회사와 이미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장애인 이동권의 핵심 개념인 휠체어 탑승설비 등에 관해 판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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