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남자만 숙직, 차별 아냐" 논란...일부 지자체는 '남녀 통합당직'(종합)

[서울=뉴시스]허서우 인턴 기자 = 남성 직원들에게만 야간 숙직을 시키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논란되고 있다.
지난 20일 인권위는 당직 근무 편성에서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을 시키고 여성 직원들은 휴일 낮 일조 근무만 하도록 한 농협IT센터에 대해 "야간 숙직의 경우 한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일직과 비슷하고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여서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농협IT센터에 근무하는 진정인이 지난해 8월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을 담당하는 것은 남성에 불리한 대우이자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야근이 휴일 일직보다 6시간 정도 길지만 중간에 5시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4시간의 보상 휴가도 주어지기 때문에 현저히 불리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위원회는 특히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면서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 결정에 대다수 남성은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결정이 상식에 맞지 않으며, 여성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성 직원들의 숙직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6년 3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금정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조합원은 '여자도 숙직 좀 섭시다'라는 제목으로 "여직원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남자 직원들의 숙직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금정구는 2019년 7월부터 남녀 직원 모두 숙직 근무를 서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남성만 야간 숙직을 하는 건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남녀 통합 당직제'를 도입했다.
지난달 제주시는 남성 공무원만 담당했던 야간 숙직 업무를 여성 공무원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1955년 제주시 출범 이후 남성 공무원만 숙직을 담당했지만, 여성 공무원 수가 증가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제주시는 여성 공무원 숙직을 도입함에 따라 당직실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남성 공무원만 숙직을 담당하고 있다.
대구시는 2020년 한 공무원이 "당직 주기가 여성 공무원은 7~8개월, 남성 공무원은 1.5~2개월로 4~5배 차이가 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듬해 남녀 통합 당직제를 도입했다.
서울시는 2018년 10월 제도 개선을 통해 여성 공무원을 숙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했으며, 내부 설문조사 등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근무 규칙을 바꿨다. 본청에서 남녀 모두 숙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임신부를 포함해 남녀 불문 만 5세 이하 아동 양육자, 미성년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 등은 당직 근무에서 빠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인권위의 판단을 두고 네티즌들은 "남성 직원만 야간 숙직을 담당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남자들은 밤에 안 무섭냐"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결정을 들은 네티즌 A씨는 "1년 4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 납득하기 어렵다.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하다는 근거는 남성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며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지 인권위 기각 결론을 보고 오히려 역차별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성만 숙직하는 게 실질적 평등이냐"라며 인권위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숙직 근무를 부과하는 게 형식적이고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는 인권위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현재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중 일부는 여성도 숙직한다. 그렇다면 이런 부처는 기계적 평등에 매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인권위 입장은 현재 여성 직원 숙직을 전면 금지하고 남성만 숙직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실질적 평등'이냐"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마지막으로 "숙직이 필요하다면, 남녀 동등하게 책임을 나눠야 한다"며 "남성에게만 책임이 전가된다면 이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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