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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미달'도 서러운데 선별까지…학생·학부모, 낙인찍힐라 '전전긍긍'

등록 2023.01.11 05:00:00수정 2023.01.11 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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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보장법, 명확한 '학력미달' 기준 없어

'최소한의 성취기준'은 초1~2는 연말까지 개발

서울, 기초학력 진단검사 제시…당국, 한계 인정

교사들, 문제 풀이식 평가 거부감…"부작용 커"

학부모가 진단 불신, 참여 않으면 실효성 하락

"왕따 당하면 어떡하나"…마음 졸이는 학부모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 대설 경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23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인도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3.01.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 대설 경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23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인도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3.01.1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학력결손 문제에서 비롯된 초·중·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선별이 서울에서도 시작된다. 학부모 사이에선 자녀들에 대한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미달 여부를 판단한 뒤 학습지원 대상 학생으로 선정하고 결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초학력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1년 8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3월 시행된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중위권이 줄어드는 학력결손이 화두가 되면서 기초학력의 법적 근거와 당국의 책무를 법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모든 초·중·고는 올해부터 새 학년도가 시작한 지 2개월 안에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 '학습지원 대상학생'을 지정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아울러 기초학력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은 '국어, 수학 등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읽기·쓰기·셈하기를 포함하는 기초적인 지식, 기능'으로 정의했다. '100점 만점에 몇 점', '수우미양가' 식 잣대는 아닌 셈이다.

기초학력을 판정하겠다며 전국의 학생이 모두 똑같은 문제지를 놓고 한날한시에 치르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실시) 방식은 논란이 크다.

교육부도 그간의 평가 도구가 학생 수준과 능력에 따른 맞춤형 정밀 진단을 해 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지만, 서열화를 막고자 새 평가 도구를 쓰는 것은 학교의 판단에 맡기고 결과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초학력 보장 강화 방안'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1.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초학력 보장 강화 방안'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1.10. [email protected]

그럼에도 '미달'을 가려내는 기준과 방식을 두고서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가 교육과정이 지난해 12월22일 확정되면서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3R(읽기·쓰기·셈하기)과 관련 교과인 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과학의 미달 기준인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 목표 시점은 초등 1~2학년이 올해 12월, 초3~4, 중1~3, 고1이 내년 12월 등이다.

학교에게 '학력 미달'을 선별해 내는 법적 의무는 주어졌으나 이를 위한 잣대는 아직 엄밀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충남대가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주 도구로 사용할 방침이다. 애초 일제고사 논란 때마다 거론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4개 수준으로 진단하는 것과 달리, 이 평가는 '하 수준' 문제만 제시하고 '도달', '미도달' 여부만 가려내는 형태다.

이마저도 '미도달' 학생이 몇 학년 수준의 학력에 해당하는 지 판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전날 고교 진학 단계 학생의 학력 미달 기준을 보완하기 위한 공론화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읽고 쓰고 셈하고 추상적 사고도 가능한 학생들에게는 풀면서 해결될 수 있겠지만 기초학력이 누적되거나 심각한 학생은 보정이 안 된다"며 "컴퓨터 앞에 앉아 평가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시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와 충남대가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초3·중1·고1에서 기초학력 결손 학생을 선별하는 지필평가 도구로 이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3.0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와 충남대가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초3·중1·고1에서 기초학력 결손 학생을 선별하는 지필평가 도구로 이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3.01.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평가 외에도 미달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교사의 관찰, 학생과의 면담, 성장이력 검토 등을 활용한다. 교사의 판단을 제1기준으로 삼는 스페인, 프랑스처럼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의적인 평가'가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불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기라 학력결손이 특히 두드러지는 초6, 중3에서 다양한 보충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보호자가 공교육 보충 과정을 불신한다면 당국으로서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다.

두 자녀가 올해 각각 초6·중3에 진학한다는 서울지역 학부모 정모씨는 "이미 중학교를 3년 다닌 상태에서 미달이 나온 건데, 학교 안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믿고 맡길 수 있겠나"라며 "외부기관에서 하는 게 그나마 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 교육감도 전날 "학부모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제도적 근거가 없지만 의무교육이 끝나는 중학교 졸업 시기까지는 더 강화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공교육 밖에서 결손을 해소하겠다면 지정 기관에서 활용할 바우처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고육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교사들 사이에서는 '진단이 아니라 지원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력 결손을 찾아내는 데 꼭 문제 풀이식 도구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이를 밀어 붙일 경우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전날 성명에서 "교사가 일정 기간 관찰이나 다양한 진단활동을 통해서 충분히 부진 정도를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며 "학기초 시험이 낳는 자존감 하락, 학습 부진으로 인한 낙인 등 부작용이 더 컸다"고 우려했다.

[세종=뉴시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초6(위), 중3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채움학기제 주요 내용. (자료=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0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초6(위), 중3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채움학기제 주요 내용. (자료=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01.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정책위원장은 "전문성 가진 교사가 1대 1로 지도했을 때 가장 효과가 크다"며 "(평가 도구를 강화하는 대신) 기초학력 전담 교사들을 양성해서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지도해야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생활 도중 '기초학력 부진'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교육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서울지역 학부모 윤모(43)씨는 "학습에 도움은 되겠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티가 나게 되면 아이들 자존감에 상처를 받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학교 측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다른 친구들이 모르게 하는 방식을 잘 골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기초학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낙인 효과나 위화감이 들지 않게 학부모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아이 수준에 맞게 다양하게 제공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으면 오히려 자기 효능감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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