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 2025④] 양자컴 켠 연대 "수억 달하는 항암 신약 가격도 확 낮출 수 있을 것"
[인터뷰]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127큐비트 IBM 양자컴 도입
신약 개발비 대폭 절감…화학 신소재·철강·물류 활용 무궁무진
"KISTI 보유 슈퍼컴과 하이브리드 구현 필수적…정부 지원 절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 단장이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세사이언스파크 추진본부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2.27. [email protected]
전 세계적으로 대학교에 범용성 양자 컴퓨터가 설치된 것은 연세대가 두 번째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 년이 걸리는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어 세상을 뒤바꿀 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 두 가지 상태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중첩과 얽힘 등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해 훨씬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정재호 의대 의과학 교수는 “대학은 기업과 존재 이유가 다르다.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을 연구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대학의 가치이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양자컴퓨터를 도입했다”라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다음의 차세대 기술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을 때, 양자컴퓨팅이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양자과학기술이 미래에 핵심적인 기술이자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들 지식의 총화라는 대학 나름의 자체적인 평가와 비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연세대가 도입한 IBM 퀀텀 시스템 원은 현재 상용화 단계에선 가장 우수한 성능의 양자컴퓨터다. 정 단장은 "슈퍼컴퓨터로도 40~50큐비트가 양자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한계다"라며 "적어도 50큐비트가 넘어야지만 양자 이득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단장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다섯번째로 IBM 퀀텀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라며 “또 연세대가 전세계 대학에서 두번째로 도입했다는 건 엄청나게 빠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연세대가 IBM 퀀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 간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팅 시스템 구현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단장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구축되면 효율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라며 “다양한 실습 및 활용 교육이 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산업계도 혜택을 볼 것이며 글로벌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 단장이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세사이언스파크 추진본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2.27. [email protected]
신약 개발 기간·비용 단축 효과 뛰어나…AI 퀀텀점프 기대
지난해 2월부터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정재호 교수는 암 연구 권위자다. 2017년부터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로 재직한 정재호 교수는 위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수술 후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진단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그는 양자컴퓨터 활용을 통해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단장은 ”양자컴퓨팅의 탁월한 계산력으로 암의 발생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발굴하고 구조 규명을 통해 항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며 ”물질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전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전자의 거동을 양자역학이 가장 자연스럽게 기술하고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혁신적 항암 신약 가격이 수 억원에 달하는 이유가 개발비용 때문이다. 예컨대 양자컴퓨터가 이 개발 기간을 17년에서 10년으로, 개발 비용이 5조원에서 1조원으로 줄어들면 약값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연세대-IBM 퀀텀 시스템 원(사진=한국IB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세대는 양자컴퓨터를 국내 사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약을 맺었다. 바이오 산업 뿐만 아니라 화학 신소재, 철강, 물류, 금융, 보안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양자 컴퓨터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정 단장의 관측이다. 그는 ”일례로 간단한 물류 배달의 경우에도 여러 경우의 수가 얽혀있는데 양자컴퓨터로 최적, 최단, 최소 연료의 경로를 계산할 수 있고 이는 더 나아가 환경 보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AI 산업 발전을 가속화시킬 도구이기도 하다. 정 단장은 ”AI는 최적화의 싸움이다. 딥러닝 기반으로 오차가 최소화되는 값을 찾아야 하는데, 양자 중첩과 양자 터널링을 이용한 최적화를 하면 계산 정확도 뿐 아니라 계산량을 줄일수 있어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가장 낮은 오차 최소값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연세대와 양자컴퓨터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정 단장은 "추진 중인 멀티플랫폼 양자컴퓨터 생태계 구축 사업에 40개 이상의 바이오, 금융, 물류 기업에서 의향서를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 이미 뒤처진 韓…"산학연관 동맹으로 양자 소프트웨어 선점해야"
이에 그는 정부가 양자 관련 투자 우선 순위와 비중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양자컴퓨터 만드는 것에 대한 투자보다는 도입된 양자컴퓨터를 빠르게 활용해서 전세계 초기 단계인 양자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앞서기 위해 산학연관 얼라이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의 경우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어 양자컴퓨터를 만듭니다. 우리나라는 국가 세금으로 양자컴퓨터만 만들려고 하니까 문제죠. 지금 우리나라 양자컴퓨터는 경쟁력이 없지만, 양자 소프트웨어는 아직 전세계가 비슷한 수준이라 경쟁력이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최대 난제는 오류 극복이다. 정 단장은 ”무엇보다 양자컴퓨터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이 계산시간 보다 빠르게 끝나버리면 오류가 발생한다. 양자 오류를 정정하는 코드를 개발해야 한다. 큐비트의 개수가 늘어나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또 고성능 컴퓨터와 하이브리드 컴퓨팅이 현재 NISQ(다소 잡음이 있는 중간형태의 양자컴퓨팅)급 양자컴퓨터의 양자 오류를 완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구글이 지난해 말 공개한 차세대 양자 칩 ‘윌로’가 현존 최강의 수퍼컴퓨터 ‘프런티어’로는 10의 24제곱 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했다고 밝히면서 양자 오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기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개수를 늘리면 비례적으로 오류가 많아진다는 게 제약으로 알려졌는데 윌로를 통해 오히려 큐비트 개수를 늘려도 오류가 떨어진다는 게 규명됐다"라며 "이는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긍정적인 시그널이기도 하다"라고 기대했다.
정 단장은 앞으로 연세대를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양자 허브를 만드는 게 목표다. 실제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등과 협약을 맺었다. 그는 "연세대가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하고 양자컴퓨터를 도입을 했지만 결국은 국가의 공공재"라며 "대한민국의 양자 문해력을 높이고, 다시 ICT 강국이 되기 위해 연세대가 도입한 양자 컴퓨터와 멀티 양자 컴퓨터 생태계를 통해서 양자 교육과 연구, 산업화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단, 이를 위해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민간 대학이 보유한 양자컴퓨터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정 단장은 강조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와 슈퍼 컴퓨터 간 하이브리드 공동 활용 생태계 구축 사업이 이뤄지면 양자 컴퓨팅 기반의 교육, 연구 산업화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꿈을 더 빨리 이룰 수 있다"라며 "지금 대한민국에 양자컴퓨터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전문가 진단에 의하면 수백 명도 안 된다. 빨리 인력 양성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생산성 고도화를 하려면 국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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