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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날 멕시코 국경은 눈물바다…이민 대기자들 통곡

등록 2025.01.22 00:20:00수정 2025.01.22 09: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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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후아나=AP/뉴시스] AP통신은 21일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구원이 됐던 국경 애플리케이션이 종료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25.01.21.

[티후아나=AP/뉴시스] AP통신은 21일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구원이 됐던 국경 애플리케이션이 종료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25.01.21.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약 100만명의 이주민에게 합법적인 입국을 제공한 바이든 시대 미 당국의 이민 사전인터뷰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이 20일(현지시각)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종료됐다. 이번 조치로 미국 입국을 준비하고 있던 이민자들이 모인 멕시코 국경검문소 곳곳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당국의 이민 사전인터뷰 예약 앱 '시비피 원(CBP one)'의 운영이 트럼프 취임 직후인 이날 오후 12시를 전후로 종료됐다.

시비피 원 측은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20일부터 비등록 외국인이 남서부 국경 8개 검문소에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이민 사전인터뷰) 예약을 할 수 있었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며 "기존 예약도 취소됐다"고 밝혔다.

'시비피 원'은 입국·망명 신청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만든 앱이다.

베네수엘라·쿠바·아이티 등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비롯된 미국 이민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국 이민 법원을 통해 이민 사전인터뷰를 예약하게 해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2023년 초 출시된 해당 앱을 통해 지난해 연말까지 총 90만명 이상의 이민자가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후아나=AP/뉴시스] AP통신은 21일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구원이 됐던 국경 애플리케이션이 종료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25.01.21.

[티후아나=AP/뉴시스] AP통신은 21일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구원이 됐던 국경 애플리케이션이 종료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25.01.21.

그러나 이날 애플리케이션의 갑작스런 운영 종료로 이민자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이날 멕시코 티후아나의 엘 차파랄 국경검문소 등에는 이민 신청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NYT가 인용한 익명의 전직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준 약 3만명의 이민자가 해당 앱을 통해 미국 입국 예약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문소 주변에 모여든 다른 이민자들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접하고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시비피 원에서 예약을 잡아 입국 심사관과 만나기 위해 멕시코시티에서 6개월을 기다렸다는 쿠바 출신 리델 히메네스는 WP에 "여기까지 오기 위해 우리가 겪은 모든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그는 "세 시간만 더 일찍 약속을 잡았더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히메네스는 쿠바인들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니카라과 공화국행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수년간 돈을 모아왔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에 정착해 시비피원 예약을 기다렸고, 그의 아내는 그 사이 제왕 절개를 해 아이를 낳았다.

히메네스 가족은 시비피 원의 운영 종료 소식을 접하고 나서도 쿠바로 돌아가는 게 아닌 멕시코시티로 돌아가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우리 가족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온두라스 출신의 클레이어 마린(31) 역시 이날 국경을 찾았다. 마린은 열 살짜리 아들과 함께 미국 입국을 위해 4개월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몇 달 전 국경을 넘어 이미 미국에서 망명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WP는 마린이 "이게 미국에 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하며 고국에서 위협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들고 미국 국경보호국 직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NYT는 멕시코 미초아칸주에서 네 자녀와 함께 티후아나에 도착한 마우라 에르난데스의 사연을 보도했다. 입국 예약 하루 전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에르난데스는 "충격적"이라며 "우리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베네수엘라 출신의 구스타보 셀바 역시 소식을 접하고 NYT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오늘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이 곳에 무기한 발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1.21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1.21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고, 수백만 명의 범죄 외국인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나라(미국)에 대한 재앙적인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잡아서 놓아주는 관행을 종식시키고, 멕시코에 머무르는 정책을 복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집권 1기 때처럼 법원 결정 전까지 이민·망명 신청자들을 멕시코에 머물도록 하는 '이민자 보호 프로토콜(MPP)'을 복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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