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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미국 추방 이민· 범죄자 수용제안.. 돈받고 광대한 교도소 활용?

등록 2025.02.05 09:37:40수정 2025.02.05 09: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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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켈레대통령, 2021년 바이든이 폐기한 과거 계약 되살려

4만 명 수용하는 거대한 "테러범 교도소" 활용 위해 거래

트럼프 1기 때 "형 확정된 범죄자" 이젠 불법이민으로 확대

[서울=뉴시스]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있는 교도소 바닥에 수감자들이 손을 뒤로 묶인 채 앉아 있다. 2025.02.05.

[서울=뉴시스]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있는 교도소 바닥에 수감자들이 손을 뒤로 묶인 채 앉아 있다. 2025.02.05.

[산살바도르( 엘살바도르)=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현재 미국에 수감돼 있는 폭력적인 미국 범죄자들을 포함한 어떤 국적의 추방자들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다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3일 발표한 이후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P확인 결과 부켈레 대통령은 트럼프가 원하는 미국 불법 입국자의 추방에 따른 이들의 수용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내의 모든 폭력 범죄자, 심지어 미국 국적의 범법자들 까지도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부켈레 대통령과 수도 산살바도르 외곽에서 단독 회담 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가 없고, 특별한 이주민 협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협정의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일부 이민법 ·헌법 전문가들은 그 합법성을 의심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제안 조건

루비오는 미국에 억류된 모든 국적의 (불법) 이민들에 대해 " 부켈레가 우리가 보낸 그들을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는 또한 " 현재 구금돼 미국에서 복역 중인 위험한 범죄자들이라면 그들이 미국 시민이거나 합법적 거주자라도 교도소에 수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는 엘살바도르를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요구에 부응하도록 엘살바도르를  압박했고 부켈레 대통령은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만 받겠다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X에 게시한 글을 통해 "엘살바도르가 미국에 감옥 시스템의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엘살바도르가 "미국에겐 적은 비용이지만 우리에게는 상당한 액수를 받아서 전체 교도소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루비오 장관의 발표에 대해 한 미국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미국 시민을 추방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부켈레의 제안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는 과밀하며, 가혹하고 위험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국가 정보 웹 페이지는 " 위생 시설, 식수, 환기 시설, 온도 조절 및 조명 장치 등이 부족하거나 전혀 없다"고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019년에 집권한 부켈레는 이번에  자국 교도소의 이용 대가로 미국에 비용을 요구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한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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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추방한 범죄자의 수용 장소와 합법 여부는?


부켈레는 2023년에 국내의 MS-13범죄 조직을 비롯한 강력한 거리 갱단원들을 수용하기 위해 완공한 초대형 교도소에 미국이 범죄자와 불법 이민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 거대한 교도소 시설은 수도 산 살바도르 남동쪽 72km거리에 있으며 스페인어 약어로 CECOT( 테러범 구금 센터)로 불린다.

이 곳에는 최대 4만 명의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8개 구역의 거대한 감옥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각 동마다 70명 이상의 재소자를 수용할 수 있다. 

[산살바도르(엘살바도르)=AP/뉴시스]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3일(현지시각)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코테페크 호수의 대통령 관저에서 나예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부켈레 대통령이 현재 미국에 수감돼 있는 폭력적인 미국 범죄자들을 포함한 어떤 국적의 추방자들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2025.02.05.

[산살바도르(엘살바도르)=AP/뉴시스]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3일(현지시각)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코테페크 호수의 대통령 관저에서 나예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부켈레 대통령이 현재 미국에 수감돼 있는 폭력적인 미국 범죄자들을 포함한 어떤 국적의 추방자들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2025.02.05.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은 이 시설이 거의 뼈대만 갖추어진 형편 없는 가혹한 환경이며 재소자들은 외부자 면회나 가족 방문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식사도 하루 한 끼 만 주고 교육이나 재활 프로그램처럼 다른 교도소에서 흔히 하는  교화 과정도 전혀 없다.  아주 가끔씩 엄중한 감시 하에 약간의 운동과 대화만 허용될 뿐이다.

고도소의 휴게실, 체육실,  게임 방들은 오직 교도관들만 사용하며,  정부 관리들은 이 곳에 들어온 재소자는 두 번 다시 자기 고향이나 소속 사회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합법성 여부도 문제다.  외국인들이 자기 출신지가 아닌 나라로 추방되는 것은 미국법에 부합되지만 미국 시민권자의 외국추방은 불법이다.
 
미국 시민의 경우 귀화한 이민 출신은 시민권이 다시 박탈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었다.  이민서류의 미비나 불법 이민 사실의 적발,  테러 단체와의 관계나 자금 기부사실이 드러난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코넬대 법대 교수로 은퇴한 이민법 전문가인 스티븐 예일로어는 말했다.
 
하지만 시민권자라도 살인 폭행 강도 탈세 가정폭력 불법 무기 소지 같은 중범죄자의 경우는 추방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엘살바도르가 이같은 대형 교도소를 건립한 것은 MS-13을 비롯한 범죄조직과의 수 십년간 내전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대전환"을 위해서 였다.

인구 600만명의 엘살바도르는 부켈레가  2022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  국민의 헌법적 권한을 모두 정지시키고  갱단에 대한 무력 진압을 시작하면서 8만 여명을 체포했다.
 
지난 해 살인 사건의 수가 114건으로 대폭 감소한 이후 부켈레의 국민적 인기가 상승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마구 체포되었다며 법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정부는 미국과의 교도소 계약만 특별한 게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아주 특별한 과정을 밟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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