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 김건재, 최승원·이동현과 빚어낸 반복 아닌 반복…'시라카미 우즈'
오늘 정규 1집 '해일로(HAEILO)' 발매
더블 타이틀곡 '일몰'·'레일웨이'
![[서울=뉴시스] 시라카미 우즈. (사진 = CAM 제공) 2025.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16/NISI20250216_0001771004_web.jpg?rnd=20250216072008)
[서울=뉴시스] 시라카미 우즈. (사진 = CAM 제공) 2025.0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인 밴드 '시라카미 우즈(Shirakami Woods)'가 16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정규 1집 '해일로(HAEILO)'는 그렇게 힘겨운 인생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인 윤슬 같은 순간들이 수두룩하다.
대세 밴드 '실리카겔' 리더 겸 드러머 김건재, 작곡가 겸 프로듀서 최승원(Nthonius), 작곡가 겸 프로듀서 이동현이 뭉친 이 팀이 우리 대중음악계 흩뿌려 놓는 부서지는 빛들이 그 증거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인 '일몰'을 비롯해 이번 음반은 반복과 변주, 수평적이면서 동등한 것들이 뭉친 덩어리의 상상력이 만개하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건 비슷해 보일지라도 저마다 삶의 음 높낮이가 다른 것들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는 환유(換喩)의 풍경과 같다.
또 김건재가 일본에 사는 가족의 죽음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만든 또 다른 타이틀곡 '레일웨이(railway)'처럼 예상치 못한 삶의 단면을 톺아보게 된 기억들을 담아낸 트랙들도 있다. 그렇게 앨범엔 총 12개 트랙('일몰' 피아노 버전 포함)의 인생이 실렸다.
김건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밴드 붐 주역 중 하나다. 최승원은 우주소녀 '이루리'를 비롯 아이즈원, '프로듀스 101 재팬 더 걸스(PRODUCE 101 JAPAN THE GIRLS)' 등 주로 K팝 영역에서 일하다 최근엔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어한 밴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김건재의 대학 스승이기도 한 이동현은 가수 박정현, 인순이 등과 작업했다. 그는 남성들로만 이뤄진 팀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시라카미 우즈는 김건재, 최승원 2인 체제로 2022년 10월 데뷔 EP '블라인드사이트(blindsight)'를 발매했다. 올해 1월1일 발매한 이번 앨범의 7분짜리 프리퀄 트랙 '해'를 기점으로 이동현이 본격적으로 가세해 지금의 진용을 꾸렸다. 이들은 팀에서 각자 고정된 역할이 없다. 서로에게 출렁이며 영감을 주고 그 자체가 팀의 태도가 됐다.
다음은 실리카겔 보컬 김한주와 시라카미 우즈 멤버들이 최근 서울 평창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리스닝 파티'에서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곳은 이동현의 스튜디오이자 작업실이다. 이번 음반 작업의 대다수가 같은 곳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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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들었던 생각 같은 것들을 옮겨 놨었던 건데요.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찾는 게 일몰이라는 풍경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 징징거리는 가사가 나왔죠. 전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점점 주변에서는 '뭘 어떻게 해야 된다'라는 이야기 많아지고, 밖에 나가면 요란한 느낌이 좀 힘들어요. 왜냐하면 전 인터뷰 등에서 노하우를 얘기하거나 뭐를 관철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텍스트로 풀었습니다."(김건재)
-다른 멤버분들은 이번 음반은 작사, 작곡의 의도나 감상은 어떻습니까?
"사실 반복되고 있는데 되게 카오스거든요. 그런데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다른 게 들려요. 촘촘하게 여기저기에 깔려 있는 것들이 반복을 상쇄시켜주는 부분도 있고요. 반복 아닌 반복 지점도 있죠."(최승원)
"사실 서로 다른 멜로디나 다른 가사들이 막 섞여 있는 거예요. 분석적으로 하나하나 분리를 해보면 그림을 만드는 과정과 같죠. 굉장히 반복적인데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이동현)
-'일몰'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입니다. 미디어아트랩 '팀노드(teamNode)'의 홍찬혁 감독이 연출하셨죠. 홍 감독님은 실리카겔 콘서트 조명을 담당해주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뵙고 오늘 초반에 제가 했던 얘기들에 대해 말씀 드렸어요. 이후 뚝딱 만들어 오셨는데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속도감으로 많이 이해를 하신 것 같더라고요."(김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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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에 오스트리아에서 알프스가 보이는 곳에 머문 적이 있어요. 옆엔 연못이 있는데 알프스 나무 사이로 막 뛰어서 연못을 건너 오두막 같은 데로 갔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비가 왔거든요. 그 기억에 어떤 감정을 담아 '거기를 가자' 느낌으로 스케치를 했던 곡입니다."(최승원)
-3번 트랙 '아이 돝트 워너 필 애니싱(I Don't Wanna Feel Anything)'엔 'Ⅱ'가 붙었습니다.
"반항심 같은 건데요. EP를 내면 그 수록곡들이 정규에 들어가는 경우들이 많은데 EP를 만들 때 저랑 정규를 만들 때쯤에 저랑 달라질 수 있거든요. EP에 실렸던 곡인데 '제대로 맥락을 맞춰야 되지 않나'라는 객기를 부려 Ⅱ를 붙였어요."(김건재)
-앨범 제목 '해일로'가 지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난 1월1일에 '해'라는 싱글을 하나 쓱 냈었거든요. 지금 앨범에 들어 있는 곡들의 소스들로 프리퀄처럼 구성을 했던 건데 원래 계획은 이번 앨범을 '해'라는 제목으로 발매를 하려고 했어요. 근데 발매된 싱글 제목은 못 바꾼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당황을 하며 작업하면서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 찰나에 '해일로'라는 제목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그걸로 정했어요."(김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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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개인적인 친분은 다 있는 상태였고요. 건재 씨와 예전부터 실험적인 작업을 하자고 했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그가 갑작스럽게 그럼 '최승원 씨랑 같이 하는 밴드 같이 하시죠'라고 제안을 했고, '네 알겠습니다'라고 해서 팀원이 됐어요. 예전에도 건재 씨가 하는 다른 팀 제안을 받았는데 바로 수락을 하지 않으니까 곧장 철회하더라고요. 이번에도 안 하면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하하."
-앨범엔 목소리들이 정말 많이 들어가 있어요. 저도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목소리의 쓰임에 또 관심이 갑니다. 이 목소리들이 시라카미 우즈의 음악 안에서 멜로디의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지만, 어떠한 때는 풍성한 화음으로 보조를 해주기도 하고요. 앙상블들로 보조적인 대선율들이 치고 빠지면서 음악에 어떤 민첩함을 더해주는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로드 유어 센트(Load your scent)'가 정말 보컬 트랙이 많은 악명이 가장 높았던 곡인데요. 작사와 별개로 작곡법으로는 데모 처음에 완성했을 때 목소리로만 모양을 다 잡았었어요. 결국 뭉치로 보이기는 하는데 목소리 하나를 한 곡이라고 생각하고 한 줄 한 줄 한 줄 한 줄 한 줄 이렇게 쌓아 놨거든요. 그런데 목소리만 너무 나오니까, 제가 드럼이 메이저인데도 템포를 아예 못 쓰게 된 거예요. 그래서 피아노 리프를 돌아갈 수 있게 깔았어요. 마지막엔 그 리프가 4분의4 박자로 변하거든요. 이런 걸 신경 쓰고 누르면 머리가 아플 수는 있는데 편하게 작업했어요."(김건재)
”저도 대중 음악을 아무래도 많이 했다 보니까 보컬의 역할이라는 게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는 걸 알거든요. 무조건 앞에 있어야 되고, 이 사람이 하는 얘기를 모두가 들어야 되고요. 근데 건재 씨랑 시라카미 우즈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건재 씨가 말한 것처럼 옆으로 계속 가는 식으로 여러 개를 쌓았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x축으로만 음악이 가요. y축이 없어요. 그래서 '그럼 누가 주인공이지'가 돼요. 사람들이 들어야 하는 멜로디 개념이 혼란이 왔고 제가 그 y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면서 다양한 고민 지점이 생겼어요. x축으로 너무 많은 멜로디를 들려드리면, 한 사람한테 10명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골라서 들을 수 있는 거잖아요. 보컬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죠.(최승원)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앨범 전체에서 모든 트랙들이 기타도 그렇고 보컬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친숙하게 들어오던 음악에 비해서 메인이 없어요. 그러니까 보컬 트랙이 많아도 메인 멜로디나, 기타리스트의 한 플레이가 맨 앞에 있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다 합쳐져서 들리는 형태가 되다 보니까, 계속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죠. 무엇이 메인일까를 되게 고민했는데 전체의 이야기를 동시에 여러 명이 얘기하는 것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저도 설득이 됐어요. 맨 앞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 주도적으로 무엇을 꼭 던지는 게 아니더라도 합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얘기하는 것도, 심지어 한 가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전달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이동현)
-제가 듣기엔 뭔가 쪼개져 있는 여러 개체가 아니라 되게 큰 하나로 느껴졌어요.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상어를 상대하려고 100마리씩 모여가지고 행동하잖아요. 그런 레이어(layer·층)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세 분의 역할 분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시라카미 우즈. (사진 = CAM 제공) 2025.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16/NISI20250216_0001771001_web.jpg?rnd=20250216071851)
[서울=뉴시스] 시라카미 우즈. (사진 = CAM 제공) 2025.0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럼 제가 '이제 치킨은 5개만 시키자' 같은 식으로 중재를 하고 '나머지 3개는 다른 데 팔자'라는 얘기도 하고, 다음엔 '치킨 말고 피자 어때' 이런 말도 하는 거죠."(최승원)
"그 이후에 들어온 입장에서 이런 걸 조금 더 정리를 하려고 들어왔는데, 옆에서 보다 보니까 건재 씨의 그 어떤 마구잡이로 지르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이 프로젝트에선 좀 지르는 입장이 됐어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서로의 롤과 역할이 조금 더 분화가 돼 있었는데, 첫 번째 앨범 작업을 끝내고 나니 누가 뭘 했는지가 되게 흐릿해졌어요."(이동현)
"첨언드리면, 능력치로 봤을 때 서로 다 해결이 되니까 흐릿해진 것 같아요. 서로 뭘 하고 있는지 딱 나눠진다기보다도 관계가 점점 흐릿해지다가 또 나중에 역할이라는 게 생길 수도 있고… 또 다시 흐릿해졌다가 그런 게 그룹 활동인 것 같아요."(최승원)
-이번 음반 작업이 이곳에서 많이 이뤄졌다고 들었어요. 콘크리트로 된 특이한 구조인데요.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내용들을 실험해 보고 싶었어요. 콘크리트도 강도나 여러 가지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콘크리트의 바닥재, 벽재에 따라 사운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공간으로 건축을 했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사운드가 결과적으로는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어요. 공간에 울림이 많다 보니까 어떤 임팩트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 녹음된 소스들만 활용해서 리버브(reverb·특정 공간에서 발생한 수많은 반사음으로 구성된 음향, 즉 잔향으로 최근엔 자연 공간 울림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사운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결국 인위적인 리버브를 썼어요. 다만 '일몰'엔 리버브를 인위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이곳 바닥은 세 번을 다시 깐 거예요. 제가 원하는 저음의 어떤 소리를 듣기 위해서요. 벽체도 일반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축대 같은 걸 쌓는 교량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만들었고요. 공간의 체적도 계산을 한 거라 다양한 실험들을 해볼 수 있죠. 이곳에 대한 사운드 실험 결과에 대해 언제 확신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실험의 중심엔 이젠 시라카미 우즈가 있습니다."(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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