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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쓰레기 대란?'…직매립 금지 코 앞인데 완공 소각장 0

등록 2025.02.18 05:30:00수정 2025.02.18 06: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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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수도권 직매립 금지…완공되는 지자체 소각장 0곳

입지 선정에만 3~4년, 소송에 발목…지자체들 '발등에 불'

정부 당근책에도 호응 않는 주민들…"쓰레기 대란 막아야"

[인천=뉴시스] 오정우 기자 =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갈색 토양 위로 가죽 신발과 옷가지, 과자, 미처 걸러지지 않은 플라스틱 물병 등이 널브러졌다. 갈매기와 까마귀 약 60마리가 흰색, 파란색, 보라색의 다양한 지역에서 온 종량제 봉투를 뜯고는 닭 뼈를 쪼아댔다. 2024.06.05.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오정우 기자 =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갈색 토양 위로 가죽 신발과 옷가지, 과자, 미처 걸러지지 않은 플라스틱 물병 등이 널브러졌다. 갈매기와 까마귀 약 60마리가 흰색, 파란색, 보라색의 다양한 지역에서 온 종량제 봉투를 뜯고는 닭 뼈를 쪼아댔다. 2024.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내년부터 수도권 지역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되지만, 이에 맞춰 내년 완공되는 지방자치단체 소각장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당근책을 꺼내들었으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거나 착공 시기가 줄줄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위해선 수도권 직매립 금지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 코 앞인데…님비에 막혀 완공 소각장 '0곳'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맞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각시설 건립 사업들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에 따라 서울, 인천, 경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할 수 없게 된다. 종량제 쓰레기는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소각재만 매립해야 한다.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된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23년 기준 782억9000t 규모다. 수도권 지역에 하루에 2145t 규모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해 소각·매립·재활용된다는 뜻이다.

이 중 지자체의 공공 소각시설에서 처리하지 못한 채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거나 민간에 위탁해 처리하는 소각량은 서울, 인천, 경기를 합쳐 하루 7443t에 달한다.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추가로 소각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소각장 신·증설 등 확충에 나서고 있으나, 내년까지 완공을 앞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대표적인 님비(Not In My BackYard·공공을 위해 필요하나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현상) 시설인 쓰레기 소각장 건립에 대한 주민들 반대가 심해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입지 선정에만 3~4년, 소송에 발목…지자체들 '발등에 불'

서울에서 인천 수도권매립지로 내보내는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하루 800~1000t 규모다. 이를 고려해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 부지에 1000t 규모의 쓰레기 소각시설을 2029년 완공 목표로 지으려 했으나, 주민들이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계획이 꼬였다.

시가 소각장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9년이다. 그러나 입지 선정에만 4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주민들이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마포소각장 건립에 책정된 국비지원 예산이 전액 깎이면서 사업 추진이 수차례 난항을 겪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2023년 9월 4일 서울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신설 최종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2023.09.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2023년 9월 4일 서울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신설 최종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2023.09.04. [email protected]


지난달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마포 소각장의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곧장 항소하면서 2심이 열릴 예정이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면 입지 선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사업 추진은 최소 6개월 이상 밀리게 된다.

인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인천시는 당초 동·서·남·북부 4개 권역별로 기존 시설 대보수와 증설을 통해 소각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하루 540t 규모의 송도 소각시설 1곳을 제외하고는 소각장 확충이 확정된 곳이 없다.

예를 들어 인천 서구의 청라소각장은 하루 420t 규모의 폐기물을 처리할 용량을 갖췄으나, 2021년 2월 인천시와 서구의 협약에 따라 내년까지만 운영한 뒤 폐쇄돼야 한다.

이를 대체할 소각시설을 지어야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아직까지도 입지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인천시 서구는 2021년 12월 입지선정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4월부터 본격적인 후보지 공모를 진행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지 선정조차 마치지 못한 것이다.
[인천=뉴시스] 인천 연수구 송도소각장 전경. (사진=연수구 제공)

[인천=뉴시스] 인천 연수구 송도소각장 전경. (사진=연수구 제공)


입지 선정을 완료하더라도 설계(2~3년)과 공사(3년)에 걸리는 기간이 최소 5년인 점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계양구·부평구(동부권), 중구·동구(서부권)도 소각장 확충을 위한 입지 선정을 완료하지 못해 민간 소각장에 위탁하는 방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일대에는 하루 190t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할 소각시설을 짓는 사업이 추진됐으나, 이천시 주민과 광주시 주민이 각각 입지 결정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 추진이 3~4년 가량 밀리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하루 630t 규모의 소각시설을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고양동 주민의 반대에 가로막혀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경기도 광명, 구리, 성남, 안양, 평택 등 24개 기초 지자체에서 총 4172t 규모의 소각장을 확충할 예정인데, 완료 시기는 2027~2032년으로 내년에 완공이 예정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정부 각종 당근책에도 호응 않는 주민들…마땅한 대안 없어

앞서 정부는 지자체들의 공공 소각장 건립에 맞춰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할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 2020년 12월 환경부는 관련 법을 고쳐 폐기물 처리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 수영장 등 편익시설 지원 규모는 당초 공사비의 10%였으나 20%로 상향하고, 폐기물 반입 수수료에서 조성하는 주민지원기금 비율도 10%에서 20%로 늘렸다. 주민지원기금은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와 복리 증진에 쓰이는 기금이다.

또 폐기물 처리시설을 지하화할 경우 비용이 더 드는 점을 고려해 국고보조금 지원 규모를 표준단가의 1.4배까지 올리기도 했다. 2023년에는 폐기물 처리시설 공사비 표준단가도 인상하고, 소각시설 관련 예산도 2023년 809억원에서 2024년 904억원, 2025년 1502억원으로 점차 늘려왔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호응하지 않았고 지자체들은 기약 없이 밀리는 소각장 건립에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제1지구 공사현장 주변 야산에서 30여년 전 매립된 쓰레기들이 지난달 배수로 공사 도중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견된 6000여t 쓰레기는 시공사에서 처리할 방침이나 공사 과정에서 추가로 나오는 쓰레기 처리 여부 등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 2024.06.20.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제1지구 공사현장 주변 야산에서 30여년 전 매립된 쓰레기들이 지난달 배수로 공사 도중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견된 6000여t 쓰레기는 시공사에서 처리할 방침이나 공사 과정에서 추가로 나오는 쓰레기 처리 여부 등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 [email protected]


지자체에서 소각장을 짓지 못할 경우 민간 소각장에 위탁해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도 있으나 비용이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매립하는 폐기물을 민간 소각장에 위탁할 경우 연간 1039억원이 추가로 든다. 수도권매립지의 매립 단가는 1t당 9만8000원인데, 민간 소각장의 평균 소각 단가는 1t당 26만6000원으로 수도권 매립지의 매립 단가보다 약 2.7배 비싸다.

설사 이 비용을 모두 감당해 민간 소각장에 처리를 맡긴다 해도, 민간시설들이 서울, 인천, 경기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보내는 쓰레기들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2023년 기준 전국에 있는 민간 소각장은 수도권을 포함해 총 73곳인데, 이들 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99.1%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현행법상 폐기물 처리시설 용량의 130% 범위 내에서 폐기물 반입과 처리가 가능하긴 하나, 노후화된 시설은 가동률을 극으로 끌어올릴 경우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

당장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수도권 직매립 금지는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시행규칙을 보면, 수도권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계획 승인을 받은 경우 환경부 장관이 2026년 1월 1일부터 1년의 범위에서 시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환경부에 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를 4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도 유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진 않았다. 다만 시행이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 시행 목표는 변함이 없다"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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