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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李정부 파격 인사, 'AI 글로벌 3강' 신화 이룰까

등록 2025.06.25 09:00:00수정 2025.06.25 0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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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李정부 파격 인사, 'AI 글로벌 3강' 신화 이룰까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때로는 애정 어린 정책 조언도, 때로는 따끔한 비판도 서슴지 않던 이들인데…"

인공지능(AI) 시대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책임질 기술 정책 라인의 윤곽이 베일을 벗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훈 LG AI연구원장과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전 네이버 퓨처AI센터장)과 호흡을 맞춰 새 정부 1호 공약인 'AI 3강 도약' 초석을 다지는 임무를 맡게 됐다.

공교롭게 이들 정책 라인 모두 기업인들이다. 배 후보자와 하 수석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에 맞서 산업 현장에서 독자적인 AI 모델·서비스 개발을 진두지휘한 AI 전문가 출신이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는 인터넷 검색 시장 초창기 네이버에 합류해 지식인(iN)·네이버 모바일 앱 등 대표 서비스를 내놓으며 우리나라가 구글 검색이 장악하지 못한 세계 몇 안 되는 나라가 되는 데 일조한 경영자다.

그래서일까. 업계 안팎에서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핵심 라인에 포진한 이들 세 사람은 산업 현장에서 가장 목말라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책 설계와 업계 현장 목소리 사이 틈을 채워줄 수 있는 적임자라는 뜻이다.

특히 배 후보자와 하 수석은 기자들에게도 친숙하다. 정부, 국회가 주최하는 AI 간담회 단골 토론자들인 까닭이다.

평소 토론회에서 배 후보자는 업계를 대변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 세제 혜택, AI 국가전략기술화, AI 저작권 제도 정비 등을 역설했다. 하 수석은 AI 병역특례,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50만장 확보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만의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운영·통제하며 자주적인 역량을 구축하는 '소버린(주권) AI' 전략을 강조해 왔다. 또 정부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는 AI 선순환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 실제로 막혀 있는 병목을 현장에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했기에 가능한 제안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정책과 실제 민간 기업 현장에서의 괴리와 간극을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앞에 놓인 당면 과제가 녹록하지 않다. 대표적인 게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이다.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GPU 10만장을 탑재하는 이 사업은 업계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입찰 조건 탓에 두 차례나 유찰됐다. 정부가 경영권을 쥐고 민간의 수익 확대 가능성은 극히 낮은 구조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이 외면했다.

AI 기본법도 마찬가지다. 산업 초창기부터 안전·신뢰를 제도화하자는 데 공감이 많았지만 '고영향 AI'와 같이 막연한 규제로 읽히는 표현과 불명확한 책임 조항이 기업들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법조팀이 없는 중소 스타트업들은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배 후보자는 연구원장 시절 "민간이 어떤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비스를 설계해야 할지 혼란이 있다"며 제도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기술 경쟁 최일선에서 섰던 이들이 정책 지휘봉을 잡게 된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과 아이디어가 나와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AI 시대 제2, 제3의 네이버와 LG 배출을 위한 중소·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플랫폼과 창업 지원 분야를 모두 경험한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는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재직 시절 네이버 기업형 벤처캐피탈 'D2SF'와 중소 상생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 등을 통해 기술 스타트업 투자와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 투자 확대 공약에도 힘을 실을 수 있는 인물이다.

세 사람이 하나로 뭉치면 AI 인재 양성-창업 진입-기술 고도화-글로벌 진출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 후보자는 전날 임명 소감에서 "한국 AI는 저력이 있다. 멈추지 않고 노력하면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유찰에 대해서도 "민간의 목소리를 잘 듣고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도 "중소벤처기업과 중·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혁신 벤처사업이 성장 단계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현장을 아는 장관', '실행을 중심에 둔 리더십'을 강조했다.

기술 정책 라인 요직을 모두 민간 기업인으로 구성한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파격 인사는 '정책 혁신'의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AI 3대 강국 공약이 단순한 '꿈'이 아닌 '현실'이 되게 하는 배-한-하 삼각편대의 멋진 하모니를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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