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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헤비'

등록 2025.10.10 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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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헤비' (사진=교유서가 제공) 2025.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헤비' (사진=교유서가 제공) 2025.10.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키에스 레이먼의 회고록 '헤비'가 출간됐다.

레이먼은 1974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태어난 남부 출신 흑인 작가다. 저자는 개인의 서사로 미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겪으며 느낀 슬픔과 삶 속에서 마주한 미국 사회의 위기와 차별을 작품에 녹여냈다. 

저자는 줄곧 자전적 경험에 근거해 사회현상을 짚는다. 첫 소설 '기나긴 분열'에서는 흑인 청소년의 언어와 기억을 담았다.

이번 회고록도 흑인으로서 겪었던 차별과 가정의 억압된 환경에서 경험한 상처를 사회 문제와 연결지어 풀어낸다. 책은 뉴욕타임스의 '21세기 최고의 책 100'에 선정됐고,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카네기 논픽션 메달을 받았다.

책은 자신을 사랑했지만 역설적으로 학대했던 어머니를 향한 편지 형식으로 쓰였다. "당신에게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쓰고 싶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저자는 가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다만 모자(母子) 관계를 일방적인 비난과 연민의 감정으로 풀어내는 대신,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진실된 관계를 들춘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사랑과 폭력이 공존하는 방식, 그 상처가 몸에 새겨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나 자신도 진실이 뭔지 잘 몰라서, 또 당신이 진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때때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거짓말을 할 때마다 당신을 통제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 대한 당신의 기억을, 나에 대한 당신의 시선을 내 마음대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4부 '중독된 미국인들' 중)

저자는 유년 시절 어머니에게 글 쓰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흑인 소년으로서 억압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문장'이 그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머니는 백인과 맞서기 위해 완벽함을 저자에게 강요했다. 그렇게 배운 글쓰기는 오늘날 저자가 겪어왔던 삶을 조명하는 데 사용된다.

아울러 책의 부제는 '미국인의 회고록'으로, 저자의 개인 이야기와 함께 시대의 이야기를 함께 서술한다. 한 개인의 상처가 공동체와 연관되는지를 보여준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둘 중 누구도 어제에 대해 완전히 정직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미국에서 배운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우리의 부정직함, 비겁함, 그리고 왜곡된 정의감, 우리가 너무 많이 짊어지거나 혹은 너무 적게 짊어진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고통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33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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