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함께 웃지 못하는 시대, 코미디는 무엇을 잃었나…앨피 본 '탈코미디 세상'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5/10/13/NISI20251013_0001964145_web.jpg?rnd=20251013094154)
[서울=뉴시스]
영국 비평가 앨피 본은 신작 '탈코미디 사회'에서 코미디와 웃음이 어떻게 현대 자본주의와 정체성(identity) 정치에 의해 변질돼 왔는지를 파헤친다.
그는 '우리가 더는 함께 웃지 못하는 이유'를 추적하며, 코미디가 잃어버린 보편적 연대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스카 시상식의 해프닝부터 온라인을 떠도는 정치적 밈(meme)까지, 오늘날의 코미디를 둘러싼 불안과 분열의 풍경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과거의 웃음은 인간의 결핍과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공동체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공유지'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모든것을 상품화하면서, 웃음 또한 자기만족적이고 타자에게는 배타적인 풍자로 변했다.
이제 코미디는 쇼트폼(short-form)과 밈 등 파편화된 디지털 콘텐츠로 생산되고 소비되는데, 이는 특히 온라인 담론에서 두드러지는 자기 확증적 정체성주의 거품을 형성한다.
저자는 코미디의 가치가 웃음 자체보다 특정 집단의 동의를 얻는지 여부로 평가되고,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깨어 있는(woke) '우리'와 그렇지 못한 '그들'이라는 각성-반각성의 양극단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 '탈코미디 세상으로의 전환'이라고 진단한다.
"코미디가 늘 시장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이제는 정치적·문화적 포지션이 상품화되고 '올바른' 포지션은 우리가 웃음과 함께 구매해야 하는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좋은 농담의 기준은 사람들을 웃기는지 여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지 여부다." (제1장 '반동파와 진보파가 술집에 들어가서' 중)
그러나 저자는 바로 이 대립적이고 차별적인 농담 속에서 역설적으로 반대립적이고 반차별적인 잠재력을 찾아낸다. 현대 코미디가 필터 버블(filter bubble) 속에서 동질적인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으나, 진정한 코미디는 현대 자본주의의 가치관과 대립하고 현대 자본주의가 거부하는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를 단결시키고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또 코미디는 내용이 아닌 형식을 통해 대립적 이데올로기를 전복하고, 분열된 세상에 맞서 보편적인 연대를 위한 공유지를 구축하는 가능성을 여전히 지닌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우리 사회가 코미디의 이데올로기적 기능 만을 소비하고 보편성의 본능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웃음 없는 '탈 코미디 사회'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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