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카니 캐나다 총리, "트럼프 압박, 아시아 교역 확대로 넘는다"

등록 2025.10.29 07:21:44수정 2025.10.29 07:50: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주일 ASEAN·한국 순방하며 적극 행보

비 미국 수출 10년 내 2배 증가 목표 추진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가 세일즈 포인트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27일(현지시각)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5.10.29.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27일(현지시각)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5.10.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아시아를 미국을 대신하는 수출 시장으로 삼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1주일 일정으로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다.

캐나다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미국과 무역전쟁에 직면한 카니는 앞으로 10년 안에 캐나다의 비 미국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아시아와의 교역 확대가 카니 전략의 핵심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을 구성하는 11개 국가는 캐나다의 두 번째로 큰 교역 파트너이지만, 캐나다 전체 수출의 약 10%만을 차지한다.

이처럼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와 공격적인 관세 중심의 무역 정책은 캐나다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

노팅엄 말레이시아대 트리샤 여 국제관계학 부교수는 “캐나다는 자신이 더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처럼 갑자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우호적인 쪽이다. 우리와 협상하는 게 낫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는 말레이사아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캐나다 무역정책 전환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아시아는 7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를 가진, 5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라며 “캐나다 연방 장관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ASEAN과 무역 협정 체결 목표

카니는 ASEAN 전체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회원국 일부와도 양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일부 분야에서 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순방에서 카니가 화두로 삼은 주제는 대부분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였다. 그러나 이언 맥케이 캐나다 아시아 특사는 28일 싱가포르에서 농산물 수출과 기술 분야 역시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있는 캐나다 최초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에서 지난 7월 한국에 첫 수출을 시작했다.

카니 정부는 LNG 수출 확대를 위해 공장 용량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적 이익 사업’으로 지정되어 인허가와 건설 절차가 가속화될 예정이다.

대 아시아 LNG 수출, 미국보다 경쟁력

캐나다의 LNG 수출은 트럼프 정부와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중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LNG 수출 무역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미국산 가스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LNG 공장들은 대부분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해 있어 아시아까지의 선적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또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 생산에 더 많은 LNG를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커 수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카니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운영하는 대형 연구센터를 방문했다. 휴대전화 제조를 포기한 블랙베리는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기업들이 사용하는 보안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카니가 다른 캐나다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달성하길 바라는 모델로 여겨진다. 블랙베리는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여러 아시아 정부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존 지아마테오 블랙베리 CEO는 트럼프의 재집권 덕분에 블랙베리가 ‘캐나다 기업’이라는 점을 중요한 자산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 고객들이 미국 내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대형 미국 기술기업들과 거래하기를 갈수록 꺼린다는 것이다.

지아마테오는 또 카니가 집권한 이후 캐나다 정부가 해외 비즈니스를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니는 수출만이 아닌 수입에서도 캐나다의 위상을 강화하려 시도한다.

잠수함 12척 응찰한 한국 조선소 방문

이번 주 한국에서 방문하는 조선소는 캐나다의 디젤-전기 잠수함 12척 발주에 입찰할 예정이다.

카니는 이번 주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악화된 관계를 재설정하고 무역 분쟁을 끝내며 더 가까운 관계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중국의 선거 개입 정황을 포함한 여러 문제로 인해 중국과 극도로 긴장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편 카니의 아시아 내 새로운 기회 탐색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여 교수는 캐나다가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다층적인 무역협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추가로 협정을 체결해도 무역량이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무역 다변화 계획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내년에 예정된 캐나다·미국·멕시코 간 무역협정(USMCA) 재검토가 틀어질 수도 있다.

이 협정은 지금까지 캐나다 수출의 대다수를 트럼프의 관세로부터 보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를 겨냥한 트럼프의 공격적 발언을 고려하면, 카니는 다른 교역 상대국을 찾는 것 외에 달리 방안이 없을 수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