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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대체 왜 안 줄어드나…"중소기업, 예방 엄두도 못내"

등록 2025.11.30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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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사고사망자 작년보다 ↑

전문가들 '영세사업장' 지원 문제시

"영세사업장서 비용 아끼다 사고나"

"기업 안전관리 역량 높이는게 우선"

"원청만 처벌하면 하청 안전투자 ↓"

"근로자 안전수칙 위반도 처벌해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긴급 중대재해 감축 전국 기관장 상황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26.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긴급 중대재해 감축 전국 기관장 상황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노동자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사업주가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한 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명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등에서 사망사고가 늘어 기업 제재로 대표되는 현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30일 노동부의 '2025년 3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사고사망사 수는 457명이다. 전년 대비 14명(3.2%) 늘어난 수준이다. 사고건수도 440건으로 29건(7.1%) 증가했다.

특히 사업장 규모별로 차이가 두드러진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182명이 사망해 12명 줄었지만 50인 미만의 경우 전년 대비 26명 늘어난 275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졌다. 5인 미만으로 좁히면 27명이 늘었다.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해 중대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클린사업장 조성사업'을 통해 영세한 기업에 안전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시각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산재예방체계에 빈틈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봤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산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을 두고 "예방시스템이 고장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소기업들은 산재예방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자포자기하고 있다"며 "정부 산재 관련 예산 중 큰 부분이 클린사업장 조성사업인데, 공장의 설비를 몇 개 교체해주는 등 단발성 지원이 산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영세사업장의 안전관리 역량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산재예방 선진국들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재정 지원 예산은 적지만 중소기업에 맞는 재해 예방 기업을 개발해서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관리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 지원을 한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덧붙였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산재를 예방하려면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작업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영세업체는 그러기 어렵다"며 "예컨대 건설현장의 경우 추락을 막는 발판을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다리나 불량한 설비에 올라가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대형 구조물 붕괴현장에서 경찰, 국과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5.11.18.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대형 구조물 붕괴현장에서 경찰, 국과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email protected].

최 교수는 "정부가 클린사업장 사업을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세업체에서 안전에 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지금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를 지목하고 있는데, 절반은 공감하고 또 절반은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노동부 대책을 보면 영세사업장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급사(원청)를 처벌하는 것이 중심"이라며 "다단계 외주화는 문제지만 이렇게 공정한 도급 관계까지 불균형하게 인식하면 어떤 수급인(하청)이 안전 관리를 원청과 똑같이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주에게만 안전관리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최명기 교수는 "노동자들이 안전수칙을 위반할 때 과태료 기준이 있지만 실제로 집행이 잘 안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보면 작업자의 이례적이고 돌발적인 행동도 많아 사업주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벌칙이나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교수도 "산업안전보건법령에 근로자 의무가 규정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라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규정이라도 집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내년엔 산업재해를 감축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는 내년도 산재예방 예산으로 1조6000억원을 편성했고 소규모 영세사업장 지원도 포함됐다.

또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차관)은 이번 3분기 사고사망자 통계를 발표하며 "산재사망은 대표적인 후행 지표"라며 "정책들이 일선 현장까지 닿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 9월 내놓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산재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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