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정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네 번째 연출작 영화 '윗집 사람들' 내놔
스페인 원작에 하정우식(式) 코미디 더해
"관객과 더 소통할 수 있는 코미디 원해"
전작 모두 코미디 그러나 모두 흥행 부진
"내 코미디 가장 웃기단 생각 이제 버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철저히 점검했다"
"자막 넣고 표현 수위 끝까지 밀어붙여"
![[인터뷰]하정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https://img1.newsis.com/2025/12/04/NISI20251204_0002009632_web.jpg?rnd=20251204052159)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롤러코스터'(27만명) '허삼관'(95만명) '로비'(26만명). 그간 감독 하정우(47)의 코미디는 사실상 실패했다. 그가 코미디를 사랑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라는 건 많은 이들이 안다. 앞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모습만 봐도 알 수 있고 동료 배우 등이 증언하는 걸 들어보면 하정우는 정말 웃긴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코미디 영화는 소수 관객에게 통했을 뿐 다수 관객과 소통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포기할 법도 한데 하정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코미디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온갖 말을 쏟아부으며 관객을 밀어붙이는 하정우식(式) 코미디다. 다만 그는 변했다. 하정우는 "계속 의심하고 점검하려 했다"고 말했다. "앞선 작품에선 너무 많이 보여주고 너무 많이 얘기하고 싶었다면 이번엔 덜 보여주고 덜 얘기해서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려 했다"고 했다.
하정우의 말 그대로다. '윗집 사람들'의 설정은 심플하다. 극 중 배경이 되는 공간은 딱 하나이고, 등장 인물도 네 명에 불과하다. 연극이라고 쳐도 간단한 구성이다. 그리고 러닝타임 107분 간 네 사람은 쉴 새 없이 떠들어서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2020년 나온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원제:The People Upsairs)이 원작. 하정우는 "찡한 작품이었다"며 "소소하게 속닥속닥하는 이 영화에 저만의 뭔가를 얹으면 충분히 재밌는 영화로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위아래층에 사는 두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게 기본 콘셉트다. 어느새 현수(기동욱)와 소원해진 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정아(공효진)는 매일 밤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며 각종 소음을 만들어내는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가 내심 부럽고, 어느 날 현수와 상의 없이 이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한다. 현수는 안 그래도 층간소음을 만들어내는 윗집 사람들이 탐탁치 않은데 이들이 저녁 식사 내내 해괴망측한 소리를 하는 건 물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까지 하자 폭발하고 만다.
"예전엔 제 코미디가 가장 웃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생각을 바꿨죠."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중 하정우를 제외한 나머지 세 배우가 입을 모아 한 말이 있다. "배우 하정우가 감각적이라면 감독 하정우는 철두철미하다." 한 마디로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의 유머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완벽하게 타이밍을 잡아 쏘려고 했다. 물론 그는 다른 영화를 만들 때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이번엔 더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공효진·김동욱·이하늬 산전수전 다 겪은 세 베테랑 배우가 이런 리딩(촬영 전 배우들이 대사를 연습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주 5일 오전 8시에 모여서 리딩을 한 겁니다." 그는 리딩을 도와줄 배우도 따로 섭외했다. 빼어난 감각을 가진 코미디언 엄지윤·곽범·이창호 등과 함께 리딩하며 코미디 감수를 받았다.
![[인터뷰]하정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https://img1.newsis.com/2025/12/04/NISI20251204_0002009633_web.jpg?rnd=20251204052222)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일일이 점검했습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어요. 실제 네 배우와 리딩하면서 수정하고, 코미디언들과 함께하면서 또 수정했죠. 전작에서 저의 코미디가 공감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딩만 한 게 아니었어요. 자료 수집도 했죠. 요즘 10~20대가 많이 쓰는 단어를 조사해서 몇 백 개 문장을 추렸어요. 그 중에 우리 작품에 녹아들 만한 걸 집어 넣었고요. '스껄'이나 '홀리몰리 과콰몰리'가 그런 것들입니다. 우디 앨런 영화의 어느 대사, '대부'의 어느 대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대사 등도 넣었죠. 한 마디도 허투루 치는 게 없게 하려고 했습니다."
'윗집 사람들'에서 하정우의 승부수 중 하나는 자막이다. 영어 대사가 없는데도 이 작품엔 모든 대사에 자막이 삽입됐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막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자막이 있으면 관객 시선이 카메라가 비추는 대상이 아니라 자막을 향하기 때문에 영화를 온전히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정우는 이 영화 전체에 자막을 넣었다. 특히나 대사의 예측불가능함이 중요한 코미디물에서 말보다 먼저 대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핸디캡을 부러 껴안은 것이다. 하정우는 "앞서 작품들을 하면서 스트레스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걸 이번 작품에서 해소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 가지는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코미디가 끝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자막을 넣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결정을 쉽게 했어요. 자막을 통해 잃는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 드라마를 위해선 더 좋을 거라고 봤어요. 그리고 코미디와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끝까지 가보려고 했어요. 일단 거침 없이 표현해보려고 했던 거죠."
코미디와 대사에만 신경 쓴 게 아니다. 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의 모든 설정이 현실에 기반하길 원했다. 윗집 부부의 독특한 성생활 역시 단순히 원작에 의존하거나 상상에 맡기는 게 아니라 자료 조사에 기반했다. 남다른 관계를 즐기는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취재해 영화에 녹여냈다. 하정우는 "영화에 나오는 건 취재한 것들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윗집 부부가 정아와 현수를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느껴진다면 그건 취재 덕분일 겁니다. 더 생생한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들이 즐기는 그 여가 활동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알아내서 작품에 넣어야 관객이 직관적으로 더 실감을 느낄 거라고 봤던 겁니다. 극 중 수경(이하늬)의 상담 역시 실제 사례에 기반해서 만든 장면입니다. 상담 사례에 더해서 실제 정신과 의사들의 매뉴얼을 참고했죠."
'윗집 사람들'은 일단 하정우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웃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정우는 "네 번째 작품이라면 조금 나아져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그렇게 깨져봤으면 조금이라도 발전을 이루는 게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앞으로 더 잘해봐야겠다, 라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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