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결국 불법도박 자금 유통 창구 역할 인정
강원·대구 신협 임직원 무더기 징계 확인
"뒤늦은 처분, 책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강원 모지역 신협 ATM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 모습.(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뉴시스]홍춘봉 기자 = 합법 금융기관이자 서민 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신협이 불법 도박자금의 대규모 유통 창구로 기능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 신협중앙회가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올해 4월부터 본지가 연속 보도해 온 사안에 대해, 신협 내부에서도 결국 관리·감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23일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강원 모 신협과 대구지역 모 신협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 및 행정처분을 실시해 임원 4명, 직원 12명(전임 임원 1명·퇴직 직원 3명 포함)에게 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불법 도박자금 유통과 직결되는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전반에 걸친 중대한 위반이었다.
구체적인 징계 사유는 ▲가상계좌 업무 처리 및 의심거래보고(STR) 체계 운영 부적정 ▲고액현금거래보고(CIR) 업무 불철저 ▲고객확인의무(KYC) 이행 미흡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대한 독립적 감사 기능 부실 등이다.
금융기관이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내부 통제 장치가 이들 지방신협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징계 수위도 가볍지 않다. 임원 가운데 1명은 직무정지 3개월, 또 다른 1명은 직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견책 조치됐다. 직원 징계는 감봉 6개월 1명, 감봉 3개월 1명, 감봉 1개월 1명, 경고 5명, 견책 1명, 견책 상당 1명 등으로 확인됐다.
이번 징계는 본지가 보도한 '가상계좌를 통한 불법도박 자금 유통' 의혹이 사실상 제도권 금융 내부에서 공식 확인됐음을 의미한다.
앞서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대구 북을)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토대로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원주 S신협은 2024년 3월부터 1년간 최소 9조원 이상, 대구 지역 2개 신협은 약 5조2020억원 규모의 불법 자금 거래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 3개 신협에서 1년간 15조원이 넘는 '검은 돈'이 가상계좌를 통해 흘러간 셈이다.
특히 가상계좌는 본래 임시 결제 수단에 불과하지만, 신협은 이를 사실상 자금 세탁 파이프라인으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루 수억원, 월 수천억원이 오가는 비정상적 거래가 반복됐음에도 STR과 CIR 보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가맹점 실체에 대한 KYC 검증 역시 형식에 그쳤다는 점이 이번 징계 사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도박없는학교 조호연 교장은 "이번 징계는 신협이 불법도박 자금의 충전·환전 통로로 기능해 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내부 징계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형사 책임과 제도 전반의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신협뿐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의 불법 거래에 대해서도 가상계좌만 확인되면 즉각 고발 조치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뒤늦은 징계'가 사태의 종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강원과 대구지역 신협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월에 걸쳐 불법 의심 가맹점 40여 곳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그 이전까지 막대한 자금이 유통되는 동안 내부 통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불과 1년간 15조원이 흘러간 상황에서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었다"며 "이번 징계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 역시 "국회에서 신협 가상계좌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끝까지 따질 것"이라며 "금융당국 차원의 제도 개선과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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