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760원'…500㎏ 수레보다 무거운 박노인의 삶
78세 박보은씨, 하루 16시간 폐지 수집
불편한 다리로 하루 평균 500㎏ 리어카 끌어
시급 1760여 원…정확한 통계조차 없어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박보은(78)씨가 11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거리에서 폐지를 줍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2026.01.11. ah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16/NISI20260116_0002042188_web.gif?rnd=20260116102204)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박보은(78)씨가 11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거리에서 폐지를 줍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2026.01.11.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지난 11일 아침 부산 동구의 한 고물상 앞.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지고 바람마저 거세 몹시 추웠다. 78세의 박보은 할아버지는 새벽에 나와 주운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있었다. 박 씨는 이렇게 하루 평균 16시간을 골목 골목을 돌며 폐지를 줍는다. 48㎏에 달하는 리어카는 골다공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박 씨에게는 빈 상태로 끌기에도 힘에 부칠 때가 있지만 그는 보통 하루 2차례 폐지 무게만 각각 200㎏이 넘게 수집해 온다.
이렇게 해서 박 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하루 2만8000여 원. 시급으로 계산하면 1760여 원이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1만320원. 그나마 폐지가 적게 나오는 날이나 폐지 값이 떨어지면 하루 2만원도 못 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으면 공치기 일쑤다.
폐지 시세는 ㎏당 70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운영하는 '자원순환마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폐지 가격은 ㎏당 77.3원으로, 같은 해 1월(96.3원)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박 씨는 "폐지 가격이 좋을 때는 우리는 모아 놓기만 하면 고물상에서 가져갈 때도 있었는데 요즘엔 받아주는 것만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박 씨는 열아홉 살이던 1967년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여수에서 부산으로 왔다. 어깨너머로 배운 미장일로 생계를 이어오던 그는 정년을 넘기자 인력사무소에서 더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후 경비 일을 전전하다 지금은 폐지 수집이 유일한 생계 수단이 됐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박보은(78)씨가 11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거리에서 자신의 리어카 바닥 위에 폐지를 쌓아 올리고 있다. 2026.01.11. ah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15/NISI20260115_0002041921_web.jpg?rnd=20260115212147)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박보은(78)씨가 11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거리에서 자신의 리어카 바닥 위에 폐지를 쌓아 올리고 있다. 2026.01.11. [email protected]
겨울이면 점심은 대부분 거른다. 길에서 식사를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가끔은 대형마트에 들러 1200원짜리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편의점 라면은 600원이나 더 비싸서 못 간다고 했다. 컵라면에 1000원짜리 막걸리를 곁들일 때도 있다. 그의 유일한 호사인 셈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씨는 "아프지 않고 남에게 신세 지지 않는 것이 어딥니까. 또 이렇게 노력하니까 남 눈치 안 보고 살아요"라고 대답했다.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11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고물상 앞에 박보은(78)씨가 주운 폐지가 담긴 리어카가 세워져 있다. 2026.01.11. ah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1/16/NISI20260116_0002042202_web.jpg?rnd=20260116103147)
[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11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고물상 앞에 박보은(78)씨가 주운 폐지가 담긴 리어카가 세워져 있다. 2026.01.11. [email protected]
통계로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노동'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2024년 2~5월 실시한 전국 지자체 전수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복지부 조사에서는 2024년 기준 부산지역 폐지수집 노인은 1280명이었다.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적절한 정책이 없다는 뜻과 같다.
부산은 전국 6대 광역시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지난해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는 81만8835명에 달하지만,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을 보호할 제도적 안전망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월소득은 77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생계는 빠듯하고 위험은 상존했다. 조사 대상의 22%는 작업 중 부상을 경험했고, 6.3%는 교통사고를 겪었다. 이 가운데 77.2%는 차량과의 사고였다.
하지만 현실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이들의 위험을 충분히 막지 못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은 인도와 차도가 분리된 도로에서도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다. 이를 어길 경우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폐지 노인에 대한 지자체 간 대응도 차이가 크다. 서울시는 폐지 수집 중 교통사고로 후유 장애를 입거나 사망할 경우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 금액도 기존 500만원에서 올해 1000만원으로 늘렸다. 경량 리어카와 야광 조끼 지급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부산은 야광 조끼와 장갑 등 기본 안전 장비를 연 1회 지급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모두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동사무소 직원의 연락을 받고 우의를 한 벌 받았지만 "작업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길 위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폐지 수집 노인의 현실은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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