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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등판에 금·은 폭락…"희망에 건 베팅 끝났다"

등록 2026.02.02 13:03:11수정 2026.02.02 14: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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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11%·은 30% 수직 낙하하며 '거품의 균열' 확인

워시 시명 후 달러 강세·국채 금리 상승에 귀금속 자금 썰물

WSJ "실제 지표 아닌 공포와 희망 섞인 기대감의 결말"


[서울=뉴시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그간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던 귀금속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서 한 고객이 매도할 은수저 등 금과 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26.02.02.

[서울=뉴시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그간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던 귀금속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서 한 고객이 매도할 은수저 등 금과 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26.02.02.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그간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던 귀금속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불확실성에 기대어 쌓아올린 '거품의 균열'로 해석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시 지명 발표가 나온 지난달 30일 금과 은 가격은 급락했다.

금 선물 가격은 주 초반 온스당 5100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날 11% 넘게 하락해 4700달러대에서 마감했다. 금과 함께 랠리를 이어온 은 선물 가격은 30% 넘게 급락해 온스당 78달러까지 밀렸다.

반면 달러 가치와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탔는데, 이는 전통적인 '강경 통화' 성향 인사인 워시의 등판이 가져온 결과다.

워시는 함께 후보군에 올랐던 케빈 해싯보다 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로, 그가 화폐 가치 훼손을 방어할 적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몰렸던 귀금속 자금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주목할 점은 2년물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워시가 연준의 보유 자산 매각(양적 긴축)에는 적극적이지만, 단기 금리 운용에는 다소 비둘기파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될 결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그동안 금값 상승은 어떤 거시경제 모델로도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 '불확실성이 키운 괴물'이었다. 서방의 제재를 우려한 국가들이 달러 대신 금을 사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금값이 급등하면서 정작 중앙은행들의 매입세는 둔화됐다.

대신 최근의 랠리를 주도한 것은 ETF 중심의 민간 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은 '중앙은행들이 결국 더 비싼 가격에도 금을 사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가설에 베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 부양과 의도적인 달러 약세가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는 금과 스위스 프랑, 노르웨이 크로네의 강세로 이어졌다.

귀금속 시장만 과열…"공포가 아닌 지표에 집중해야"

그러나 이러한 인플레이션 공포는 채권 시장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율 기대치를 보여주는 손익분기 기대인플레이션(BEI) 올해 들어 오히려 하락해, 지난해 초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화폐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유독 귀금속 시장에만 과하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대형 기술주에서 이탈해 중소형주와 가치주로 이동했고, 경기 회복 기대감에 구리와 은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금값은 연초 21거래일 동안 21.8% 상승하며 1999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은 가격은 1년 만에 3배로 뛰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귀금속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일본의 감세와 독일의 국방비 지출 확대, 중국의 부양책 등 글로벌 성장의 회복을 지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달러가 엔화·유로화·파운드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특히 은값이 1년 만에 3배 뛴 현상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경고다.

WSJ은 "귀금속 폭락은 가격 랠리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가시화되고 워시 체제의 연준이 예고된 만큼, 투자자들은 '공포에 기반한 베팅'이 아닌 '실제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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