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단독]자살 늘어도 학교 상담은 '부실'…1차 안전망 '역부족'[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④]

등록 2026.05.04 05:00:00수정 2026.05.04 05:58: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전국 학교 10곳 중 2곳 상담실 '위클래스' 없어

상담 수요 368만건…예산은 진료비 지원 편중

교육부 "증액 요청…처벌 없어 강제 설치 한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다솜 신유림 기자 = <1부:자살에 노출된 초중고생>

지난해 242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1차 안전망'인 위(Wee)클래스(교내 상담소) 설치는 여전히 미흡하고 상당도 부실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감당할 인프라는 충분히 확충되지 못해 '1차 안전망'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위클래스 이용 학생 수 증가에도 설치율 78.1% '정체'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각 시·도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초·중·고·특수학교 1만2139개교 가운데 위클래스가 설치된 학교는 9484개교로 설치율은 78.1%에 그쳤다. 전체 학교 10곳 중 약 2곳은 여전히 교내 상담실이 없는 셈이다.

위클래스는 자살·자해 위험군, 학교폭력 피해자, 학업 중단 위기 학생 등을 대상으로 상담·교육·심리검사·외부기관 연계 등의 제공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의 심리적 위기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하는 '1차 안전망' 역할을 맡고 있지만 설치율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설치율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전국 위클래스 설치율은 2020년 약 67% 수준에서 2025년 78.1%으로 상승했지만 연평균 증가폭은 1~2%P(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지역 간 격차도 여전히 뚜렷하다. 경북의 경우 설치율이 60.7%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충남(62.3%), 전남(65.5%) 등 다수 지역이 전국 평균(78.1%)에 크게 못 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3곳 중 1곳 이상이 위클래스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학교 상담실 설치와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과 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학교에 위클래스를 설치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재정 여건상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법적 근거는 있으나 미이행에 대한 제재 수단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 측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담 수요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클래스의 상담 건수는 2021년 320만건에서 2024년 368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위클래스에서 소화하기 힘든 고위험군을 담당하는 '위(Wee)센터' 역시 매년 40만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상담 수요 늘었지만 관련 예산은 감소·동결 반복

인프라 공백은 교육부의 예산 편성 기조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5년간 교육부의 자살 예방 및 학생 정신건강 관련 사업 예산을 살펴보면 학생 상담 활성화와 예방 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은 오히려 줄거나 정체된 상태였다.

위프로젝트 관련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학생 상담 활성화 지원' 예산은 2022년 5억8600만원에서 2026년 3억49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위프로젝트 개편을 통해 마음건강 안전망 확대 모델을 발굴하는 '시범 위센터 운영' 사업 역시 예산이 2021년 20억5000만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학생의 병의원 진료 및 치료비를 지원하는 '학생 마음바우처 지원' 예산은 2022년 7억5300만원에서 2026년 101억 9000만원으로 13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학교 내 상담 인프라 확충보다 외부 의료기관 이용 지원이 더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학생 정신건강 관리의 중심이 '학교 내부 상담'에서 '외부 치료'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의 중심이 '학교 내 조기 개입'에서 '문제 발생 이후 외부 치료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교가 위기를 조기에 막는 공간이 아니라 고위험군을 외부로 넘기는 '중간 경유지' 기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 시 우선순위를 고려한 결과"라며 "재정 당국에 증액을 요청하지만 수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필요성에 따라 마음바우처 등 특정 사업 예산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 상담 인프라가 무너진 상태에서 외부 치료 지원에만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내부에서 학생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하는 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외부 치료 지원만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인력 구조와 부모의 책임, 법적 보호 장치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 감소 추세 속에서 한 번 고용하면 줄이기 어렵다는 부담 때문에 채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산이 외부 바우처 지원으로 쏠리는 현상 역시 정부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수요를 쉽게 조절하는 외주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외부 상담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교수는 "학교 안 상담은 학생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어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며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 내실 있는 상담을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교 내 상담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학교가 1차 안전망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담임교사와 상담교사가 협력해 위기 학생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이나 학부모가 상담을 거부할 경우 단순 거부로 끝낼 것이 아니라, 외부 치료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책임 구조도 필요하다"며 "방치 역시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