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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장 넘은 '혐오의 놀이화'…해외에서는 강경 대응

등록 2026.07.0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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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사용 청소년 54% "재밌어서"

교사 38% "수업 중 학생이 역사 왜곡"

獨, 혐오 예방 교육·캠페인·연구 진행

英·佛, 즉시 신고 권고…美는 국가 통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놓여 있다. 2026.07.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놓여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전국 고교 야구대회 중 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을 향해 5·18 조롱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왜곡된 역사의식에 기반한 혐오가 청소년들 사이에 만연해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혐오가 근절되지 않고 하나의 '밈'(meme)이자 '놀이'로 굳어진 배경에는 강경한 대응과 제대로 된 교육의 부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은 이를 재미나 농담 삼아 쓰거나, 남들이 쓰니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따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청소년 인식 조사에서 학교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고 답한 청소년은 57%에 달했고, 약 24%는 직접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재미와 농담으로 사용했다는 응답이 54%, 남들도 쓰길래 따라 썼다는 응답이 58%, 표현의 내용에 동의해 사용했다는 응답이 61%를 차지했다.

역사 왜곡에 뿌리를 둔 혐오는 이미 교육 현장 깊숙이 스며든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6월 유·초·중등 교사 1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38%(42명)가 '수업 중 학생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혐오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아이들끼리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그의 서거일이나 관련 단어·숫자가 나오면 웃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혐오와 역사 왜곡이 놀이가 된 데는 적절한 조치와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가 발간한 해외 교육 동향 자료를 보면 주요국들은 이 같은 문제에 형사처벌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9년 독일 바이에른주 '그라핑어 김나지움(Grafinger Gymnasium)'에서는 학급 채팅방에 나치당을 상징하는 문양과 유대인 학살에 쓰인 가스실 관련 용어가 등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장은 이를 덮으려 하지 않고 경찰과 곧바로 공조해 사건을 해결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학생 3명에게 법으로 금지된 나치 문양 사용 및 특정 민족에 대한 증오 표현 혐의가 적용됐다. 이는 학생의 혐오적 표현과 그릇된 역사의식을 은폐하거나 방관하는 대신 명확한 원칙으로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독일 학교 현장에서는 혐오에 대응하는 교육이 여러 층위에서 전면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인종·종교·성별 등에 따른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고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학습 목표를 제시했다. 각 주마다 학생평화상 시상, 거짓뉴스·혐오 표현 대응 캠페인 등도 진행 중이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반유대주의 예방을 위해 대학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도 했다.

영국은 혐오범죄를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분류해 경찰 신고를 권고하고, 각 학교에 행동 교칙을 마련할 의무와 함께 학생의 부적절한 행동을 제재할 권한을 부여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차별에 따른 모욕적·폭력적 행위가 형법상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교원·교직원·학생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즉시 신고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혐오 표현을 학교폭력의 대표 유형 중 하나로 인식하며 이로 인한 갈등 현황을 국가 수준의 통계 자료로 관리하고 있다. 연방 교육부뿐만 아니라 주 교육당국도 혐오 표현을 언어적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적시하고, 학교 기관은 이러한 혐오 표현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반면 한국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혐오 표현 사용을 인지하더라도 민원에 대한 부담으로 적극 개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해 6월 실시한 '교사의 사회 수업과 학부모 민원 경험 조사'에서는 사회 수업 내용으로 인해 학부모 민원이 제기될까 봐 걱정되거나 부담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5점 만점에 평균 4.41점으로 집계됐다. "교사가 빨갱이다", "5·18은 폭동이다" 등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현장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상시로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혐오 표현이 학교 밖으로 확산된 뒤에야 이뤄지는 '사후 약방문식'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혐오 표현에 대한 교육은 학교 안에서 일상적으로, 생활지도와 수업 상황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활동 전반에서 혐오와 역사 왜곡을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생들이 혐오와 배제가 아닌 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교육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가 함께 성찰하고 풀어가야 할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이 권력과 자본이 유포하는 혐오와 왜곡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스스로 지켜내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에서 더욱 힘써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를 향해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또한 역사 왜곡과 민주주의 조롱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은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해당 구호는 지난달 불거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시키는 조롱성 발언으로 해석되며 지역 비하 논란을 낳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에 출전정지 6개월을 부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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