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첫 필즈상 왕훙, 127쪽 증명 풀었는데…목에 건 카르티에 먼저 동났다
등록 2026.08.01 07:00:00수정 2026.08.01 07:15:52
왕훙·덩위, 中 국적 수학자로 첫 필즈상
덩위 "해외 연구 경험" 권고…베이징대 재게시본서 삭제
왕훙 다룬 고향 신문도 품절…재인쇄본 6만부 팔려
![[필라델피아=신화/뉴시스] 중국 수학자 왕훙(王虹·오른쪽)과 덩위(邓煜)가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두 사람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년 국제수학자대회(ICM)에 참석한 모습. 2026.07.24](https://img1.newsis.com/2026/07/24/NISI20260724_0021375619_web.jpg?rnd=20260724094207)
[필라델피아=신화/뉴시스] 중국 수학자 왕훙(王虹·오른쪽)과 덩위(邓煜)가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두 사람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년 국제수학자대회(ICM)에 참석한 모습. 2026.07.24
31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30회 국제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2026년 필즈상을 받았다. 국제수학연맹(IMU)이 선정한 올해 수상자는 왕훙과 덩위, 미국의 존 파든, 캐나다의 제이컵 치머먼 등 4명이다.
필즈상은 뛰어난 연구 성과와 장래성을 보인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4년마다 주는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왕훙과 덩위는 중국 국적자로서는 처음 필즈상을 받았다. 왕훙은 여성으로는 역대 세 번째이자 중국 국적 여성으로는 최초의 필즈상 수상자가 됐다.
덩위는 베이징대와의 인터뷰에서 조건이 허락한다면 학자로 지내는 동안 한 번쯤은 해외 연구 환경을 충분히 경험해보라고 후배들에게 권했다. 외국 정착을 권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학술 생태계를 직접 경험해보라는 취지였다. 해외 경험 뒤 현지에 남을지 귀국할지는 각자의 연구·생활 여건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덩위의 해외 경험 권고 대목이 베이징대가 공식 위챗 계정에 다시 올린 인터뷰에서는 빠졌다고 전했다. 빠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덩위는 일찍부터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06년 16세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따고 이듬해 베이징대 수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옮겨 2011년 학사 학위를 받고 2015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시카고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IMU는 기체 입자의 미시적 충돌 법칙에서 볼츠만 방정식을 엄밀하게 유도한 연구를 비롯한 덩위의 편미분방정식 분야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덩위가 중국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시풍을 따른 한시를 쓴다는 사실도 중국에서 화제가 됐다.
왕훙은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에서 부모가 교사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2007년 16세에 베이징대에 입학했으나 처음에는 수학과에 배정받지 못해 지구과학을 공부했다. 그는 1년 뒤 수학과로 옮겼다.
2011년 베이징대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파리쉬드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2019년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뉴욕대 쿠란트수학연구소와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IHES)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왕훙은 지난해 조슈아 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함께 카케야 추측의 3차원 경우를 증명한 127쪽짜리 논문을 공개했다. 카케야 집합은 3차원 공간에서 가능한 모든 방향을 향하는 길이 1의 선분을 적어도 하나씩 포함하는 집합이다. 이런 집합은 부피가 0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대표적인 두 프랙털 차원 측정법으로 따져도 모두 3차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실제 부피가 없을 정도로 얇더라도 수학적 복잡성은 2차원 이하로 낮아질 수 없다는 뜻이다. IMU는 이 성과를 포함해 왕훙이 조화해석과 기하측도론 분야에서 이룬 폭넓은 업적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수상 직후 중국 온라인의 관심은 왕훙의 연구보다 시상식 옷차림에 더 빠르게 쏠렸다. 왕훙은 검은색 알렉산더 매퀸 정장에 흰색 상의를 입고, 금색 카르티에 목걸이를 걸고 린드버그 안경을 썼다. 누리꾼들은 몇 시간 만에 목걸이의 제품명을 찾아냈다. 현지 매체들은 이 목걸이가 시상식 이튿날 품절됐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왕훙의 과거 사진에 등장한 옷의 브랜드까지 찾아내 그를 ‘수학계의 패션 뮤즈’라고 불렀다. 일부는 학자가 명품을 착용한 것을 문제 삼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여성 수학자의 업적보다 외모와 옷차림을 먼저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수상을 계기로 고향 광시에서도 왕훙 열풍이 확산했다. 광시의 당 기관지 광시일보는 지난 25일 왕훙의 성씨 ‘왕’과 수학 용어 ‘추측(conjecture)’을 결합한 ‘왕의 추측’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성장 과정을 다룬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정가가 1.35위안인 그날 자 신문은 품절된 뒤 중국 중고 거래시장에서 15~25위안에 거래됐다. 광시일보는 신문을 다시 인쇄했으며, 30일까지 재인쇄본 6만부 이상이 팔렸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계열 매체도 두 사람의 수상과 연구 업적을 잇달아 다뤘다. 신화통신은 덩위의 시 창작도 별도 기사로 소개했다.
더타임스는 31일 보도 시점까지 중국공산당 중앙 지도부 차원의 공개 축하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왕훙이 착용한 목걸이와 그를 1면에 다룬 광시일보는 품절됐고, 덩위의 연구와 시 창작은 관영매체에 소개됐다. 그러나 덩위의 해외 연구 경험 권고는 모교가 다시 올린 인터뷰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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