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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찾아가는 벌레의 '적외선 감각'…산불 센서가 본떴다

등록 2026.08.10 14:11:53수정 2026.08.10 14:22:23

불탄 침엽수에 알 낳아…가슴 아래 기관으로 적외선 감지

연기 냄새와 열복사 함께 따라가…‘불을 듣는다’는 비유일 뿐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1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에서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된 비단벌레가 발견됐다. 비단벌레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1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에서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된 비단벌레가 발견됐다. 비단벌레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많은 동물이 불길을 피하지만 침엽수비단벌레는 오히려 불탄 숲을 찾아간다. 연구자들은 이 벌레의 적외선 감지 원리를 산불 조기 감지에 응용하기 위해 센서 시제품도 만들었다.

유로뉴스는 7일(현지시간) 유럽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엽수비단벌레의 번식 방식과 생물의 감각을 기술에 옮기는 생체모방 연구를 조명했다. 학명이 ‘멜라노필라 아쿠미나타’(Melanophila acuminata)인 이 곤충은 불탄 나무를 번식지로 삼는다.

암컷 침엽수비단벌레는 불에 그을렸거나 아직 연기가 나는 침엽수의 껍질 밑에 알을 낳는다. 살아 있는 나무는 방어물질과 송진으로 애벌레의 침입을 막지만, 불에 타 죽은 나무는 이런 방어 능력을 잃는다. 불탄 나무에는 경쟁하는 곤충과 애벌레를 잡아먹는 포식자도 상대적으로 적어 애벌레가 자라기 유리하다.

침엽수비단벌레는 불탄 나무를 찾을 때 가슴 아래쪽에 있는 적외선 감각기관 한 쌍을 이용한다. 적외선을 받으면 감각기관 속 액체가 팽창하면서 압력 변화가 생기고,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이를 감지한다.

이 때문에 침엽수비단벌레는 ‘불을 듣는 벌레’라고도 불리지만 실제로 불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벌레가 더듬이로 연기 냄새를 맡고 적외선도 감지해 불이 난 방향을 찾는 것으로 본다.

[핀트리=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핀트리 인근 오카나간호 서쪽 퀼피투크 크리크 산불 현장에서 소방 헬기 한 대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2026.08.04.

[핀트리=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핀트리 인근 오카나간호 서쪽 퀼피투크 크리크 산불 현장에서 소방 헬기 한 대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2026.08.04.

이 벌레가 불을 얼마나 멀리서 감지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 연구진은 2012년 논문에서 직접 측정하는 대신 192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초대형 석유탱크 화재의 규모를 토대로 감지 가능 거리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벌레가 25~130㎞ 밖에서 화재를 감지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는 초대형 화재를 전제로 한 모델 추정치로 일반 산불에서 직접 측정한 거리는 아니다.

연구자들은 이 적외선 감각기관을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해 센서 개발로 이어갔다. 독일 본대학 연구진은 2004년 벌레의 감각기관을 본뜬 적외선 센서 시제품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벌레의 감각기관 대신 적외선을 받으면 팽창하는 얇은 폴리에틸렌 판을 넣고, 판의 움직임을 감지장치가 측정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 없는 값싼 적외선 센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지만, 2004년 시제품의 감도는 당시 상용 센서보다 약 100배 낮았다. 2011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액체가 열로 팽창할 때 생기는 압력을 얇은 막의 움직임으로 바꿔 측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발전시켰다. 이들 장치는 산불 현장에 투입할 경보기 단계가 아니라 벌레의 감각을 기술로 구현한 연구용 시제품이었다.

침엽수비단벌레는 센서 연구의 모델일 뿐 아니라 불탄 숲에서 죽은 나무가 분해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애벌레가 죽은 나무 안에 통로를 내면 목재가 잘게 부서져 미생물이 분해하기 쉬워진다. 죽은 나무 속 영양분이 토양으로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에베르스발데(독일)=AP/뉴시스]독일의 산불감지 전문기업 드라이아드 네트웍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인공지능(Al) 기반 시스템을 갖춘 프로토 타입 AI 기반 무인항공기 '실바가드' 드론이 2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외곽 에베르스발데에서 선보인 가운데 산불 발생 경보를 내기 위해 나무에 부착된 화재 감지 센서. 이 회사는 새 드론이 화재의 감지와 위치 추적, 모니터링을 가속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3.28.

[에베르스발데(독일)=AP/뉴시스]독일의 산불감지 전문기업 드라이아드 네트웍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인공지능(Al) 기반 시스템을 갖춘 프로토 타입 AI 기반 무인항공기 '실바가드' 드론이 2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외곽 에베르스발데에서 선보인 가운데 산불 발생 경보를 내기 위해 나무에 부착된 화재 감지 센서. 이 회사는 새 드론이 화재의 감지와 위치 추적, 모니터링을 가속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3.28.

불에 적응한 생물은 침엽수비단벌레만이 아니다. 일부 식물은 강한 열을 받아야 씨앗을 감싼 껍질이 열리고, 딱따구리류 등 일부 새는 산불로 죽은 나무를 둥지나 먹이터로 이용하지만 이런 적응이 산불로 인한 인명·주거·산림 피해를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불탄 숲을 찾아가는 침엽수비단벌레의 적외선 감각은 산불 조기 감지 센서의 실마리가 됐다. 이 벌레는 불탄 나무의 분해를 돕는 동시에 생물의 감각기관이 인간의 센서 설계에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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