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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하다 만나는 여름밤 풍경 ③여수 돌산공원

등록 2026.08.14 07:00:00수정 2026.08.14 07:26:24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돌산교. (사진=여수시)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돌산교. (사진=여수시) *재판매 및 DB 금지


해가 저물어도 한여름 태양 아래 달궈진 도시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밤공기마저 뜨겁다.

그렇다고 여름밤을 OTT(Over-the-Top)를 보며 에어컨 바람만 쐬며 보내기에는 아쉽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궁궐 전각의 처마 아래로 은은한 조명이 번진다. 천년 고도의 목조 다리는 강물 위에 또 하나의 모습을 만든다.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위로 다리와 항구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천루의 불빛이 수면 위로 길게 번진다. 오래된 성곽길은 어둠 속에서 고즈넉한 산책길로 모습을 바꾼다.

바다나 강을 바라보고, 나무 사이나 돌담 곁을 천천히 걷다 보면 한낮에는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몸과 마음의 온도도 조금씩 내려간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이주창 인턴 기자 = 여수의 밤바다는 노래로도 익숙하다. 2012년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발표한 ‘여수 밤바다’는 여수의 밤 풍경을 전국에 각인했다.

그 밤바다는 꼭 바닷가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서면 바다와 다리, 섬과 항구, 도심의 불빛이 한꺼번에 한 폭의 야경이 된다.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돌산공원은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여수 시내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에 들어서면 곧 닿는다.

공원은 돌산대교 완공을 계기로 약 8만7000평 부지에 1987년 조성됐다. 연중 무료로 개방해 야경을 보기 위해 별도의 입장 시간에 맞출 필요도 없다.
 
공원을 찾는다면 해가 완전히 진 뒤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편이 좋다.

전망 지점에 서면 돌산대교, 장군도, 여수 중앙동·종화동 일대와 이순신광장 쪽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수시도 돌산공원의 대표 풍경으로 돌산대교 너머 해넘이와 다리·원도심·장군도가 어우러진 야경을 꼽는다.

처음에는 노을이 바다와 도심을 물들인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하늘에 푸른 기운만 남는 시간에는 바다, 산, 도시 등의 윤곽이 함께 보인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이번에는 풍경의 주인공이 빛으로 바뀐다.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공원 바로 아래 놓인 돌산대교다.

길이 450m, 너비 11.7m, 높이 62m의 사장교로 1980년 12월 착공해 1984년 12월 완공했다. 바다 때문에 오가기가 불편했던 돌산도와 여수 시내를 육로로 연결한 다리다.

돌산대교 개통은 섬의 생활뿐 아니라 관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육지와 연결되면서 남해 일출 명소이자 관음기도 도량인 향일암을 비롯한 돌산 지역 관광지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돌산공원도 이 다리를 내려다보는 전망 명소로 자리 잡았다.

밤에는 교통시설이라는 본래 역할보다 하나의 거대한 야간 경관처럼 보인다.

2000년 설치한 경관조명은 8개 프로그램을 통해 50여 가지 기본 색상을 연출한다. 어두운 바다를 가로질러 이어지는 다리의 선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주변 항구와 원도심의 불빛이 더해지면서 여수 밤바다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돌산대교를 배경으로 촬영한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돌산대교를 배경으로 촬영한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돌산대교 옆 작은 섬 장군도도 빼놓을 수 없다.

여수시에 따르면 조선 제10대 연산군(1476~1506) 재위기인 1497년 전라좌수사 이량(1446~1511) 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장군도와 돌산도 사이에 돌을 쌓아 수중 방어 시설을 만들었다.

여수시는 이를 국내 유일의 수중섬으로 소개한다. 섬 이름도 이 시설과 이량 장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낮에는 바다 위 작은 섬으로 보이지만 밤에는 돌산대교와 원도심 사이 어둠을 채우며 여수항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공원 중앙부에는 1994년 삼여통합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넣은 타임캡슐이 묻혀 있다.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하나의 여수시로 통합된 것을 기념한 것으로, 100년 뒤인 2098년 4월1일 개봉 예정이다.

여수의 밤을 조금 더 역동적으로 보고 싶다면 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돌산과 자산공원을 잇는 1.5㎞ 구간을 바다 위로 지난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과 일반 캐빈 등 총 50대가 운행한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건너며 돌산대교와 여수 시내, 섬과 항구의 불빛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굳이 무언가를 타지 않아도 돌산공원의 매력은 충분하다.

전망이 트인 곳에 자리를 잡고 바다 쪽을 바라보면 된다. 검게 변한 바다 위로 다리와 항구가 떠오르고, 그 뒤로 원도심의 불빛이 층층이 이어진다.

낮에는 각각 따로 보이던 바다와 섬, 다리와 도시가 밤에는 빛을 따라 하나의 풍경으로 묶인다.

공원 안을 천천히 걸으며 서로 다른 높이와 각도에서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같은 돌산대교라도 어느 지점에서는 다리가 중심이 되고, 조금 자리를 옮기면 장군도와 원도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한여름에는 무엇보다 밤이라는 시간이 반갑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공원에 올라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여수의 여름은 낮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바다 위로 길게 이어진 돌산대교와 항구의 불빛을 보고 있다 보면 한낮에 몸을 휘감았던 열기도 조금씩 식어 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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