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2.5조 재산분할 후폭풍…권혁빈, 경영권 건졌지만
등록 2026.09.10 06:00:00수정 2026.09.10 06:40:24
재산분할 2조5500억원…이혼 재산분할 액수로는 역대 최대
현금 아닌 현물…스마일게이트 주식 35%에 현금 650억 더해 지급
"지분 100%라 지배권 상실 위험 없다"…최태원 회장 사건과 정반대 결론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규정…이사회는 지키지만 특별결의는 단독 불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 (사진=스마일게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9일 이씨가 권 CVO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재산분할로 스마일게이트 등 주식의 35%와 현금 650억원을 이씨에게 이전·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주식과 현금을 합한 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원이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났지만 양측의 책임은 대등하다고 판단해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이씨가 2022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10개월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양육자로는 이씨가 지정됐고 양육비는 월 2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 부분은 양측 간 이견이 없었다.
'지분 100%'라서 주식으로 나눴다…SK 최태원과 갈린 결론
다만 이씨가 회사 전신의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이사로 등기됐던 이력, 장기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사정도 직·간접 기여로 인정했다.
주목할 대목은 재산분할 방법이다. 재판부는 권 CVO의 순재산 약 7조3000억원 가운데 주식이 98%를 차지해,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는 현금 2조55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봤다. 비상장 주식이라 매각이 쉽지 않고 세금과 비용을 감안하면 현금분할이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결정적 근거는 지분율이었다. 재판부는 권 CVO가 지분 100%를 보유해 일부를 넘겨도 지배권을 잃을 위험이 없다는 점을 현물분할의 이유로 들었다.
최 회장 사건에서 서울고법이 "SK 주식은 회사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현금 9440억원 지급을 명한 것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두 재판부가 똑같이 지배권을 고려했지만, 지분 100%라는 조건이 역설적으로 현물분할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이사회는 지킨다…정관 속 '집중투표 배제'
이사회 구성에서도 권 CVO 측이 우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상법은 지분 3% 이상 주주가 이사 2인 이상을 선임하는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되,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집중투표가 적용되면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 정관에는 이 배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35%를 확보하더라도 이사회에 자기 몫의 이사를 들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배제 규정을 없애려면 정관을 바꿔야 하고,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이씨의 35%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권 CVO의 65%로도 정관은 바꿀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현행 정관이 양측 누구도 손대지 못한 채 유지되는 구조다. 회사로서는 이사회 운영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덜게 됐다.
그래도 남는 '거부권'…35% 주주와의 동거
35%는 소수주주권 요건도 모두 넘어선다. 주주제안권과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은 지분 3% 이상이면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 진입은 막히더라도 회사 회계 자료를 요구하거나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지위는 갖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1월 홀딩스와 엔터테인먼트, RPG를 합쳐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가 한 법인 아래 모인 만큼 이번 지분 이동은 그룹 전체 지배구조와 직결된다.
다만 이는 판결이 확정되고 주주명부 명의개서가 끝난 뒤의 이야기다. 1심 선고만으로 주식이 곧바로 이전되지는 않는다. 이씨 측은 당초 지분 절반을 청구했고 권 CVO 측은 현물분할 방식 자체에 이견을 보일 수 있어, 항소심에서 비율과 방법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확정된다면 권 CVO는 경영권과 이사회를 유지한 채 거부권을 쥔 2대 주주와 회사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 혼인 관계는 끝나도 주주로서의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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