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범죄, 가족까지 위협하는데…실태 파악도 못 하는 '사각지대'
등록 2026.10.14 16:28:54
송파 장모 살해 등 가족 피해 잇따라
가족 보호 규정에도 피해 통계 없어
"정확한 진단 있어야 처방도 가능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3월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정부대응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3.17.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17/NISI20260317_0021211923_web.jpg?rnd=20260317150058)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3월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정부대응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3.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박준성 인턴기자 =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의 칼끝이 피해자를 넘어 가족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현행법상 가족도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만, 경찰은 가족을 상대로 한 추가 피해 현황조차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피해 규모를 파악할 기초 통계조차 없어 실효성있는 보호 대책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혼인무효 소송 중이던 20대 남성 A씨가 50대 장모를 과도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신변에 불안을 느끼던 아내를 마중 나온 장모를 살해한 뒤 아내를 차량에 태워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관계성 범죄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중대 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반복돼왔다. 지난 2021년 3월 서울 노원구에서는 김태현이 스토킹하던 여성과 그의 어머니, 여동생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석준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혔다.
현행법은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에 대해서도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가해자를 피해자나 가정구성원의 주거지에서 격리하거나 주거지·직장 등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역시 피해자와 동거인·가족에 대한 접근 및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두고 있다.
![[서울=뉴시스]지난 2025년 5월 14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1인가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관악구, 영등포구에서 최근 3개년 동안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났다. (사진=뉴시스DB) 2025.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5/14/NISI20250514_0001842311_web.jpg?rnd=20250514155046)
[서울=뉴시스]지난 2025년 5월 14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1인가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관악구, 영등포구에서 최근 3개년 동안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났다. (사진=뉴시스DB) 2025.05.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에 따르면 보호 대상에는 피해자와 함께 사는 동거 가족뿐 아니라 따로 사는 가족도 포함될 수 있다. 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관계성 범죄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욕구나 결별·이혼에 따른 보복 심리가 가족과 주변인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기 때문에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상대방을 통제하면서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특성이 있다"며 "가해자는 피해자가 누구와 가까이 지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이혼 소송 등 자신이 처한 불행이 상대방 가족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보복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족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고 심리적·감정적 갈등도 깊어질 수 있어 폭력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신고접수 약 7시간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돼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11.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1/NISI20261011_0021484205_web.jpg?rnd=20261011191032)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혼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차량에 태워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신고접수 약 7시간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돼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11. [email protected]
가족 역시 피해자 못지않게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정작 경찰은 가족 피해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피해 예방과 보호 대책 마련에 출발점이 되는 기초 통계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통계가 주로 범죄 유형과 피의자 중심으로 관리돼 피해자가 가족인지 구분하는 항목이 없다"며 "관련 현황을 전산으로 산출할 수 없고, 가족 피해 사례도 별도로 취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려면 관련 통계를 구축해 피해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명예교수는 "피해자 가족과 관련된 범죄의 통계를 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처방도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조세희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과 법원이 다룬 사건 중 피해자의 가족에게까지 범행이 이어진 사례를 분석해 관련 통계를 축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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