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퇴사 후 1.4㎞ 옆에 미용실 차려"…위약금 물어야 할까[법대로]

등록 2026.10.31 09:00:00

퇴사 후 개업·이직…원장, 위약금 청구

"인근 개업 제한 유효…이직 금지는 무효"

위약금 감액…이직한 직원은 배상 면해

[서울=뉴시스]법원 로고.(사진=뉴시스DB)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법원 로고.(사진=뉴시스DB)[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미용실에서 일하던 헤어디자이너가 퇴사한 뒤 인근에 자신의 미용실을 차렸다면 기존 업주에게 위약금을 지급해야 할까.

미용실 원장인 A씨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2023년 11월 25일 헤어디자이너 B씨, C씨와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퇴사 후 1년 이내에 같은 구 또는 동의 동종업계 회사로 이직할 수 없고 기존 매장 반경 5㎞ 이내에 미용실을 개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이를 위반하면 위약금 3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 B씨는 2024년 11월께 미용실을 퇴사한 뒤 이듬해 3월 기존 매장에서 약 1.4㎞ 떨어진 곳에 자신의 미용실을 개업했다. C씨 역시 2025년 4월 퇴사한 뒤 같은 영통구에 있는 다른 미용실로 이직했다.

이에 A씨는 두 사람이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며 각각 3000만원의 위약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기존 미용실의 네이버 플레이스 메뉴를 무단 도용하고 소속 디자이너를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C씨에 대해서도 고객 시술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고객 정보를 활용해 기존 고객들을 이탈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와 C씨는 해당 경업금지 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무효라고 맞섰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5단독 유주현 판사는 A씨가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8월 2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유 판사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두 사람이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용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원장의 지시에 따라 근무표와 휴무일이 지정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각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시술 순번이 뒤로 밀리는 불이익이 있었고,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인턴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한 점도 고려했다.

다만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업금지 약정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특히 A씨가 고객 유치를 위해 인테리어와 설비, 광고·홍보, 직원 교육 등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 판사는 "미용실 운영자의 인적·물적 투자나 노력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퇴사 후 1년 이내에 기존 미용실 반경 5㎞ 안에서 새 미용실을 개업하지 못하도록 한 약정은 유효하다고 봤다.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자유롭게 개업할 수 있고 1년이 지나면 기존 매장 인근에서도 영업할 수 있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같은 구에 있는 다른 미용실로의 이직까지 금지하는 조항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해당 지역 전체에서 취업을 금지하면 미용사들이 생활터전으로 삼아온 지역에서의 영업활동을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매장에서 1.4㎞ 떨어진 곳에 미용실을 개업한 B씨에게는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같은 구의 다른 미용실로 이직한 C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다만 B씨가 지급해야 할 위약금은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3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감액했다.

재판부는 B씨가 기존 미용실에서 근무하며 고객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 반면 미용실 매출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실제로 B씨를 따라 다른 미용실로 옮긴 고객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B씨가 적극적으로 개업 사실을 알렸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B씨가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원장 A씨의 요청이나 요구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했다.

유 판사는 "손해배상액 3000만원은 지나치게 과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B씨의 메뉴 도용 및 디자이너 유출 주장과 C씨의 시술 사진 무단 사용 및 고객 정보 활용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