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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인가, 쓰레기 떠넘기기인가"…K팝 팬덤의 '음반 기부'[이슈N]

등록 2026.11.04 07:00:00

팬사인회 응모 후 남은 앨범 복지관·기부 매장으로…현장은 "보관·처리 곤란" 호소

"취약계층 문화 향유 기회" 반론도…본질은 대량 구매 유도하는 '산업 구조' 지적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케이팝포플래닛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HYBE) 앞에서 '케이팝 앨범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는 대책 마련 촉구'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2022.04.21.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케이팝포플래닛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HYBE) 앞에서 '케이팝 앨범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는 대책 마련 촉구'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2022.04.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민영 인턴 기자 = 케이팝(K-POP) 팬덤에서 팬사인회 응모나 특전 수집을 위해 대량 구매한 뒤 남은 음반을 복지시설 등에 기부하는 관행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복지 현장의 고충을 외면한 '무책임한 쓰레기 처리'라는 비판과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긍정적 나눔'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은 음반 과소비를 부추기는 연예 기획사의 마케팅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불씨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작성자는 "가족 중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사람이 아이돌 앨범 기부를 가장 곤란해했다"며 "창고에 쌓여만 가고 처리가 안 돼 애물단지였고, 결국 집으로까지 가져와 쌓아둘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를 접한 다수의 네티즌은 복지 시설에 앨범을 보내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필요 없는 앨범을 직접 처분하기 귀찮으니 기부라는 명목으로 남의 손을 빌려 쓰레기를 처리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굿윌스토어나 아름다운가게 등 공익형 재사용 매장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자립을 돕는 매장에 팔리지도 않을 앨범을 대량으로 보내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매장 특성상 물품을 보내면 거절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앨범 기부 자체를 일괄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부 매장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음반'을 기부 가능 품목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내부 검수 기준을 거쳐 통과된 것만 취급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팬들에게는 응모 후 남은 앨범일지라도, 또래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는 음반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옹호 측 역시 무분별한 기부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포토카드 등 소장 가치가 높은 구성품만 빼낸 뒤 플라스틱 케이스와 CD만 보내는 알맹이 없는 기부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논란의 화살이 개별 팬이 아닌 '연예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팬사인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수백 장의 앨범을 사도록 유도하고, 무작위 포토카드를 끼워 파는 기획사의 상술이 막대한 플라스틱 폐기물과 처리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팬덤 문화와 복지 현장의 갈등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부 문화에 대한 팬들의 성숙한 인식뿐 아니라, 대량 구매를 조장하는 음반 판매 방식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이슈N] 일상 속 작은 마찰부터 사회적 갈등까지, 우리가 직면한 쟁점의 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무심코 넘긴 행동'과 '누군가의 불편' 사이, 정답 없는 질문에 던져지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며 상식과 배려의 경계를 함께 고민합니다. 뉴시스 이슈N이슈팀은 단순한 논란 전달을 넘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존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담론의 장을 만들어갑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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