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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한일 2018년 초계기 갈등, 尹정부서 풀리나

등록 2022.08.21 09:00:00수정 2022.08.21 09: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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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한일 초계기 갈등 해소 시도 중

日 초계기, 중간수역 韓 함정 위협 비행

日, 사격통제레이다 조준했다며 韓 비난

한일관계 급속 악화되던 당시 발생 사건

전문가들, 日의 국지도발·방해행위 규정

【서울=뉴시스】우리 국방부가 4일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한 동영상에 일본 초계기(노란색 원)의 모습이 담겼다.(사진출처: 국방부 영상 캡쳐) 2019.01.04.

【서울=뉴시스】우리 국방부가 4일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한 동영상에 일본 초계기(노란색 원)의 모습이 담겼다.(사진출처: 국방부 영상 캡쳐) 2019.01.04.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국과 일본 국방 당국이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갈등'을 풀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해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18년 12월 발생했던 이 사건은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 지장을 주고 있다. 대체 어떤 사건이었기에 이 정도로 한일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민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 군함 사격통제레이더의 일 초계기 조준 여부 공방에 관한 법적 쟁점과 대응방안' 논문에서 이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논문에 따르면 2018년 12월20일 당시 한국 해군은 한·일 중간 수역에서 북한 어선이 표류 중이라는 구조 신호를 받고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3200t급)을 출동시켰다.

현장에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등장했다. 초계기란 적 동정을 살피는 군용 항공기다. 당일 오후 3시께 독도 북동쪽 100㎞ 부근 대화퇴 어장에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가와사키 P-1 초계기가 나타났다. 이 초계기는 북한 어선 구조 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과 해양경찰청 소속 삼봉호에 접근했다가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한국 군함으로부터 사격 통제 레이다가 송출됐다"고 주장했다. 광개토대왕함이 사격 통제 레이다를 일본 초계기에 쏘는 적대 행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서울=뉴시스】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초계기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자국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2018.12.28. (사진=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초계기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자국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2018.12.28. (사진=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쳐) [email protected]

사격 통제 레이다란 사격 통제 장치에 표적 첩보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레이다다. 이 장비는 지상이나 해상에 있는 표적을 탐색·추적해 적절한 사격 지점을 산정·조정하고 무기 체계를 유도한다. 적을 쏠 때나 쓰는 사격 통제 레이다를 우방국인 일본의 항공기를 향해 쏜 것은 노골적인 적대 행위라는 게 일본 측 주장이었다.

나아가 일본 측은 3개 주파수를 이용해 광개토대왕함에 무선 확인을 시도했지만 광개토대왕함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함 레이다 사용 기록 등을 공동 검증할 것을 한국 측에 제안했지만 한국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보수 언론 산케이 신문은 사건 다음날인 12월21일 일본 방위성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레이다 조준은 무기 사용 직전의 위협적인 행위라며 "레이다를 맞은 초계기 쪽이 공격해도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 사안이며 미군이라면 즉시 격침했을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 정부, 당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사격 통제 레이다 전파를 송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P-1 대잠초계기.

【서울=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P-1 대잠초계기.

합참은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초계기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근접해 상공을 통과하는 비정상적인 저공비행을 감행했고 이를 식별했을 뿐이라고 합참은 밝혔다.

아울러 합참은 비정상적으로 저공비행하는 일본 초계기를 식별하기 위해 수색용 레이다를 쏘기는 했지만 사격 통제용 레이다는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색용 레이다는 항공기나 함선을 감시하거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장비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일본을 향해 레이다 음 발생 시점과 전파 방위, 주파수 특성 등에 관해 조사를 하자고 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양국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을 것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한국 측의 모든 레이다 주파수 정보를 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 무선을 받지 않았다는 일본 측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한국 정부는 통신 환경이 양호하지 않아 일본 초계기와 통신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추후 1개 주파수를 확인했지만 수신 상태 불량, 조종사의 부정확한 발음으로 광개토대왕함이 아닌 한국 해양경찰을 호출한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작년 4~8월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근접 촬영한 사진(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작년 4~8월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근접 촬영한 사진(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일본 초계기가 의도적으로 근접 비행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고 역공을 가했다. 당시 일본 초계기의 비행 고도는 150m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는 일본 항공기라 그 정도 조치만 한 것이라며 적국 항공기가 그와 같이 접근했다면 사격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피아식별장비(Identification Friend or Foe: IFF)로 우방국 항공기임을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군함이 부대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만약 미식별 항공기가 그와 같이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양국이 정면충돌했지만 사실 이 사건은 이렇게까지 비화될 만 한 건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이므로 양국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여지가 거의 없다. 우방국이 탄약이나 인력을 자국 부대 쪽으로 옮기는 것을 관찰했다고 해도 이를 공격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초계기가 평소 동해에서 북한 잠수함 동향을 탐지해왔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일본 P-1 초계기는 2013년께부터 도쿄 아츠기 기지에서 발진해 동해상에서 북한 잠수함 동향을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서울=뉴시스】 국방부는 24일 오후 일본 P-3 초계기의 저고도 근접 위협 비행 모습과 당시 레이더에 탐지된 정보 등이 담긴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오후 2시3분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대조영함 약 540m 거리까지 근접 비행하는 것을 열영상장비로 촬영한 사진. (국방부 제공)

【서울=뉴시스】 국방부는 24일 오후 일본 P-3 초계기의 저고도 근접 위협 비행 모습과 당시 레이더에 탐지된 정보 등이 담긴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오후 2시3분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대조영함 약 540m 거리까지 근접 비행하는 것을 열영상장비로 촬영한 사진. (국방부 제공)

그만큼 한일 양측이 이 구역에서 벌어지는 서로의 활동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일본 군용 항공기 입장에서 한국 군함이 조난 선박 수색을 위해 추적 레이더를 송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표출된 적대 의도를 읽거나 또는 임박한 위협이 존재한다고 인지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그리고 한국 군함 역시 일본 군용 항공기의 출현으로 적대 의도나 임박한 위협을 감지했을 가능성 역시 낮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던 일본 측이 의도적인 도발을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2018년 말 당시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한국 대법원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던 때였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위협한 곳은 한·일 중간 수역이다. 1998년 11월28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신 한·일 어업 협정)상 중간 수역은 공해적 성격을 가지면서 동시에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경합하는 수역이다. 이 수역에서는 2006년 양국 해양 과학 조사가 경쟁적으로 이뤄졌고 독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된 바 있다.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일본 초계기의 광개토대왕함 위협 행위와 이후 일본 측이 보인 일련의 행동을 국지 도발로 규정했다. 정 조사관은 "일본이 독도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이 한·일 중간수역에서 국지 도발을 했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조사관은 그러면서 "이 공방은 한·일 간 무력 발생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 관계를 어느 한 쪽(일본)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해해 긴장도가 높아지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국방부는 24일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오후 2시3분께 이어도 서남방 131㎞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상적인 작전 활동을 펼치던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을 향해 일본 P-3 초계기가 540m까지 접근했으며 해수면에서 60~70m 높이로 초저고도 비행을 했다. 2019.01.24.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방부는 24일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오후 2시3분께 이어도 서남방 131㎞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상적인 작전 활동을 펼치던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을 향해 일본 P-3 초계기가 540m까지 접근했으며 해수면에서 60~70m 높이로 초저고도 비행을 했다. 2019.01.24. (사진=국방부 제공) [email protected]

나아가 정 조사관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의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봤다. 그는 "일본은 한·일 중간 수역에서 한국과 협력해 국제법상 해상 조난자 구조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오히려 한국 군함과 대치해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며 "향후에는 해상 조난자 지원 의무에 내포된 인도주의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가 간 이해 관계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은 도발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 사건 후 약 1개월 만인 2019년 1월18일과 22일, 23일에 일본 초계기가 또 율곡이이함, 노적봉함, 소양함, 대조영함 등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의도적으로 저고도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일본 초계기들과 우리 함정 간 거리는 약 540m, 고도는 최저 약 30~40m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본 측의 의도가 명백했음이 드러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탓을 하며 일본에 화해의 손짓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분야 실세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2019년 2월 군 당국이 해군에 내려보낸 '일 초계기 대응 지침'을 문제 삼으며 "일본 해상초계기를 특정해서 별도의 지침으로 현장 지휘관에 군사적 대응까지 위임했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정책"이라며 "군사적으로 일본을 예외적으로 우대하는 것도 안 되지만 특별히 강경한 조치를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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