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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에만 적용되는 차별적 연봉 규정…"인권위 진정 가능한 사안"

등록 2025.12.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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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여자배구에만 인당 보수 상한액 적용

"관행을 넘어 차별적 규정을 정해둔 것은 문제"

KOVO "남자부 인당 상한선 도입은 논의 단계"

[서울=뉴시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2025.12.10.

[서울=뉴시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2025.12.10.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한국배구연맹(KOVO)이 여자배구에만 인당 보수 상한선을 설정한 것에 이어 그 상한액마저 대폭 삭감했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 없이 여자배구에만 보수 상한액을 지정한 것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KOVO는 2026~2027시즌부터 여자부 보수 개인별 상한액을 기존 8억2500만원(샐러리캡 5억2500만원+옵션캡 3억원)에서 5억4000만원(샐러리캡 4억2000만원+옵션캡 1억2000만원)으로 축소한다.

이에 대해 KOVO는 "연봉 상한선은 보수가 적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이미 각 구단이 인건비로 70~80억원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샐러리캡을 늘리긴 어렵다. 개인 상한을 걸어 저보수 선수의 연봉을 조금 더 보존하고자 구상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와 같은 기준이 여자배구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2025~2026시즌 기준 남자부는 구단당 보수 총액 56억1000만원(샐러리캡 40억1000만원·옵션캡 16억원), 여자부는 총 30억원(샐러리캡 21억원·옵션캡 6억원·승리수당 3억원)을 넘길 수 없다.

전체 보수 총액도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 인당 상한선도 여자부에만 적용된다. 올 시즌 여자배구의 인당 상한액은 8억2500만원이다.
[진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대한민국 배구 남자 국가대표팀 황택의가 23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5.05.23. hwang@newsis.com

[진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대한민국 배구 남자 국가대표팀 황택의가  23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5.05.23. [email protected]


남자배구 KB손해보험 황택의는 올 시즌 연봉 9억원, 옵션 3억원을 더해 총액 12억원을 받아 남녀부 통합 보수 1위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한선수도 총액 10억8000만원을 받는다. 임성진(KB손해보험·8억5000만원)도 여자배구 인당 상한액을 뛰어넘는 보수를 받는다.

전체 보수 차이에 대해 KOVO는 "중고등·대학 선수 풀을 봤을 때, 남자 선수 자원이 더 우수하다. 보수 총액의 경우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출발 지점부터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KOVO는 "여자배구의 국제대회 성적도 이제 남자배구보다 좋지 않다"며 "과거 여자배구가 국제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쳤을 땐 김연경, 양효진 등 스타 선수들이 연봉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남자배구가 올림픽 무대도 밟지 못했을 때, 도쿄올림픽 4강 기적을 이끌고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은 당시 한선수(총액 10억8000만원)보다 적은 7억원(연봉 4억5000만원·옵션 2억5000만원)을 받았다.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김연경이 기뻐하고 있다. 2021.08.08. 20hwan@newsis.com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김연경이 기뻐하고 있다. 2021.08.08. [email protected]


남자배구와 여자배구에 대한 연맹의 차별적 보수 규정에 대해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경력을 가진 서혜진 변호사는 "충분히 문제 될 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법적으로 따지려면 원론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평등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차별 근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연맹은 국가기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갖는다. 누군가 문제로 삼는다면 소송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선수들이 소송을 위한 단체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거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KOVO에 따르면 올 시즌 1라운드 기준 여자배구는 남자배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관중 동원력도 여자배구가 앞섰다.

이에 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흥행, 중계권료, 시장 가치 등 경제적인 요인에 따라 남자 스포츠가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 다만 한국에서 여자배구는 남자배구보다 대중적으로 더 큰 인기를 갖는다. 관행을 넘어 차별적인 규정을 연맹이 정해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역시 "KOVO가 여자부에만 인당 상한액을 설정한 것은 진정을 넣어볼 만한 사안이다. 조사 대상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판단은 사건 조사 후 위원들이 의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당 상한액 규정이 2018년 도입됐음에도 "지금까지 인권위에 관련 진정이 들어온 적은 없다"며 "자체적으로 먼저 조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8일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04.08. jhope@newsis.com

[인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8일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04.08. [email protected]


KOVO가 여자배구에 인당 보수 상한선을 도입했던 지난 2018년, 김연경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자배구와 남자배구 샐러리캡 차이가 너무 크다. 또 여자 선수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점점 뒤처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만 2025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도 관련 사안에 대해 검토조차 진행한 적이 없다.

특히 올해 여자배구 인당 상한액 규모 축소를 결정, 남녀부 차이를 강화한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자 KOVO는 "이전부터 만지던 사안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김연경의 은퇴 시기와 맞물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KOVO는 "남자부 역시 인당 보수 상한선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직 논의 단계이긴 하지만 차기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이 시장에 나올 때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만 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시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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