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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임차인 동의 없이 간판 철거한 임대인...배상 책임은?

등록 2023.04.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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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기간 중 임대인이 임의로 처분해

임대인 "소유권 있어 처분 가능" 주장

1심 패→2심 "계약상 의무위반" 일부승

[대구=뉴시스] 김덕용 기자 = 대구지방법원. 2018.06.08.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 김덕용 기자 = 대구지방법원. 2018.06.08.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임대인이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차인이 운영하던 가게의 간판을 철거했다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할까.

법원은 건물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영업행위에 필요한 시설물을 임의로 처분할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9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B씨의 건물 1층 일부와 2층을 사용하기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곳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했다.

B씨는 2021년 4월 A씨 매장의 옆 점포에 대해 다른 사람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2층에 설치돼 있던 간판 및 외벽 일부를 A씨 동의 없이 철거했다.

철거한 자리에는 다른 매장의 상표가 그려진 간판을 달았는데, 이 간판은 해당 건물 2층 전면 유리창의 절반 이상을 덮을 정도로 컸다. 이로 인해 A씨 매장의 간판 3분의2 정도가 철거됐다.

이에 A씨는 "B씨의 간판 무단 철거 및 설치 행위는 채무불이행이다. 이로 인해 영업이 방해됐으므로 매출하락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2557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B씨는 건물 시설물 일체가 자신의 소유이므로 간판 철거 등 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라며 맞섰다.

A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패소했고, 5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범위에서 항소를 제기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항소1부(부장판사 김태천)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1월18일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철거 이후 남은 간판으로는 A씨의 매장이 어떤 매장인지 알 수 없는 점, 이로 인해 고객유인효과가 이전만큼 발생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할 때 B씨가 A씨로 하여금 매장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건물 및 시설 일체가 피고의 소유라는 취지의 계약서상 특약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대기간 만료 시 임차인이 권리주장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라며 "임대인이 임차기간 중에 영업행위에 필요한 시설물을 임의로 처분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 매장의 매출액 변동 추이, 임대료 변화 등을 고려할 때 400만원이 타당한 손해배상 액수라고 보고 B씨가 A씨에게 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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