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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더는 못 버텨, 진료 한계"
 사직 교수들 이탈 임박

상급종합병원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 빈 자리를 두 달 넘게 메워오고 있지만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등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희귀난치병 환자 진료를 주로 책임지고 있는데, 간·폐암 등 중증 수술에 야간 당직까지 도맡은 교수들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워왔지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떠안아야 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외래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지만 절대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물리적·체력적 한계에 직면한 의료 현장에선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빅5' 병원 중 한 곳의 소화기내과 A 교수는 "간·췌장암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높아 입원 환자들이 많은데, 혼자 이 환자들을 다 진료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신규 환자는 어떻게든 진료를 보지만, 외래 예약으로 들어오는 신규 환자는 아예 진료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간 당직 후에도 외래진료와 검사, 수술을 해 36시간 연속 근무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이 하던 항암 주사 바늘을 꽂고 빼고 복수를 빼고 콧줄(비위관)을 삽입하는 등 갖가지 업무를 하느라 꼼짝도 못하다 보니 연구는 아예 손도 못대고 있다. 더는 못 견디겠어서 25일이 되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른 '빅5' 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간담췌외과 B 교수는 "진료 분야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원래 환자가 많았던 '빅5' 병원의 경우 신규 중증 질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환자가 줄면서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전공의들이 해오던 초음파 검사와 판독, 야간 당직 등도 대신 하면서 업무가 가중된 상태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유방 초음파 등 검사가 극히 일부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비상진료 대책의 하나로 상급종합병원에 공중보건의(공보의)를 파견했지만, 응급·중증환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지적도 여전하다. '빅5' 병원 중 한 곳의 응급의학과 C 교수는 "공보의가 하는 일이 심전도 검사, 콧줄과 소변줄을 빼는 것,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것이 전부"라면서 "상당수가 인턴도 하지 않아 현장 경험 자체가 크게 부족한 일반의(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사로 감기나 통증 등 일반 진료 담당)인 데다 의료사고 우려도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급기야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20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온라인 총회를 열고 신규 환자 진료를 더 줄이기로 결정했다. 오는 25일부터는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5일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방침 등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날로,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다수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후에도 전공의, 전임의가 떠난 자리를 메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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