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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딸 학대·사망 '가을이 사건' 친모 동거녀 징역 20년

등록 2023.09.01 13:27:33수정 2023.09.01 13: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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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와 동거부부, 공동체적 생활관계 형성…보호자 지위 인정돼

4살 딸 학대·사망 '가을이 사건' 친모 동거녀 징역 20년

[부산=뉴시스]권태완 김민지 기자 =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친모가 4살 딸을 학대·방치해 숨지게 한 이른바 '가을이 사건' 관련, 법원이 친모의 동거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살해)방조 및 성매매처벌법(성매매알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대·여)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억2000여만원 추징 등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와 함께 기소된 남편 B씨에게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씨는 2020년 9월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 가을이와 집을 나와 오갈 때가 없던 중 온라인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A씨의 권유로 가을이를 데리고 금정구에 있는 A씨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가을이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 심각한 영양결핍으로 몸이 쇠약해졌음을 알고도 C씨에게 식사 등 양육을 미룬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A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14일 가을이가 사망한 날 C씨의 폭행을 말리지 않았고, 가을이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학대·방임 사실이 외부에 밝혀질까 두려워 가을이를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 부부는 C씨의 폭행으로 가을이가 사시 판정을 받고 수술 권유를 받았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물체의 명암만 구분할 수 있는 상태의 가을이를 2시간 동안 집에 혼자 두고 C씨와 외식을 하고 오기도 했다.

검찰은 또 A씨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400여 차례에 걸쳐 C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1억2000만원 상당의 대금을 받아 챙기는 등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A씨 부부와 C씨는 2년 3개월가량 동거하며 공동체적인 생활 관계가 형성됐으며, 가을이의 보호자 지위는 친권자인 C씨뿐만 아니라 A씨 부부에게도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C씨가 성매매로 월 800만~900만원을 벌어왔지만, B씨의 수입은 250만원 상당이었다. 이들의 생활비 대부분은 C씨의 성매매 수입에 의존했으며, 덕분에 A씨는 직장을 그만둘 수 있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이가 메말라가고, 눈도 보이지 않아 흡사 미라가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A씨가 가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보호 감독 의무의 지위에 있는 A씨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가을이에 대한 C씨의 폭행 강도와 횟수가 늘어남에도 A씨는 폭행을 말리지 않고, 자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망 당시 가을이의 키와 몸무게는 각각 87㎝에 7㎏에 불과했다. 이는 생후 4~7개월 사이 여아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다. 또 가을이의 부검 결과 신체 모든 곳에서 상처가 발견됐고, 시간이 경과된 골절이 다수 발견됐다.

재판부는 또 "C씨가 성매매 일을 하러 나간 사이 가을이에게 자기 자식과 똑같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적절한 음식을 제공해 가을이가 뼈만 앙상하게 남는 상태로 죽어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이는 아동복지법상 A씨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부검 결과 가을이는 장기간 폭행을 당했고 음식이 제공되지 않아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였으며, 누적된 피해로 인해 조금의 충격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지경이었다"며 "공동체적 생활 관계가 형성돼 있고, 같은 공간에 살며 A씨가 이를 인지하고 있음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A씨는 C씨와 공모해 가을이를 살해한 혐의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한집에 살며 가을이를 매일 봤음에도 이를 모른 척하고 방임했다는 점에서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라면서 "또 자신들의 아동에 대한 양육뿐만 아니라 성매매를 강요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이익을 모두 향유했다는 점에서 A씨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B씨에 대해서는 "무관심이 가을이의 사망이 원인이 되므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다만 같이 생활하는 동안 B씨는 직장을 다니며 가을이를 돌보는 데에 시간적·경제적 제약이 있고, 어린아이들의 보호·양육이 걱정되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재판부가 보호 감독자의 지위를 굉장히 폭넓게 적용하는 등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아동학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방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중형이 선고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C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으며, 검찰과 C씨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씨의 선고 기일을 오는 10월 11일로 지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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