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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제3의 길', 코로나19에 꺾여…앙마르슈 내리막

등록 2020.06.01 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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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 초기 업적 모두 가려

좌·우 아닌 제3의 길…정체성 상실 위기

"신세대 첫 번째인가, 구세대 마지막인가"

[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6년 정계에 입문하며 출범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흔들린다. 지난달 19일에는 앙마르슈 소속 의원 10여명이 "마크롱 대통령이 정부를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화상회의 중 팔짱을 낀 채 어깨를 들어보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 2020.6.1.

[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6년 정계에 입문하며 출범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흔들린다. 지난달 19일에는 앙마르슈 소속 의원 10여명이 "마크롱 대통령이 정부를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화상회의 중 팔짱을 낀 채 어깨를 들어보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 2020.6.1.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민주주의의 피로감이 마크롱 시대의 기대감을 추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6년 정계에 입문하며 출범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성공가도를 걷던 앙마르슈의 초기 업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가려졌고, 정당의 보수화로 뜻을 함께 하던 이들은 분열됐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4년 전 앙마르슈를 출범하며 "우파도 좌파도 아닌 새로운 정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앙마르슈의 방향성은 모호했다. 환경, 인권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보 색채를 보이다가도, 경제 분야에서는 법인세 감면, 노동시간 확대 등을 주장하며 전통적 보수의 이론을 가져왔다.

정치 초년생이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정당을 소개하며 "조금 미친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앙마르슈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5월 정당을 이끌던 마크롱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같은해 총선에서는 하원 577석 중 308석을 장악하며 원내 1당에 올랐다.

중도좌파의 사회당과 중도우파 공화당이 만든 공고한 양당 체제는 금이 갔다. 그 자리에 마크롱 대통령은 필즈상을 수상한 괴짜 수학자, 여성 투우사, 프랑스 출신 공군 등을 채워넣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개혁'으로 이뤄낸 실업률 감축, 공공지출 감축을 통한 예산 안정화 등은 시민들의 더 큰 지지로 돌아왔다.


[릴=AP/뉴시스] 11일 프랑스 북부 릴의 뼈대만 올라간 건물에서 인부 세 명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건축, 제조 등 비필수업종의 운영을 막은 상태다. 2020.6.1.

[릴=AP/뉴시스] 11일 프랑스 북부 릴의 뼈대만 올라간 건물에서 인부 세 명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건축, 제조 등 비필수업종의 운영을 막은 상태다. 2020.6.1.



그러나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가 시작되며 마크롱 대통령의 업적은 퇴색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 수는 18만8882명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많다. 사망자도 2만8802명이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가 시작되며 주요 산업은 가동을 멈췄고, 실업자는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깊은 불황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앙마르슈의 지지율 하락세도 뚜렷하다. 지난 3월15일 열린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앙마르슈는 주요 거점지를 놓쳤다. 앙마르슈가 내놓은 후보 아녜스 뷔쟁 전 보건부 장관은 파리시장 선거 1차 투표에서 3위에 머물렀다. 1위는 현 파리시장인 사회당의 안 이달고, 2위는 공화당의 라시다 다티 전 법무장관이 차지했다. 동남부 리옹, 북부 마르세유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9일에는 앙마르슈 소속 의원 10여명이 "마크롱 대통령이 정부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중도를 지향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다. 이들이 한꺼번에 당을 떠나면 현재 295석을 확보한 앙마르슈는 과반(288석) 의석을 상실하게 된다.


[릴=AP/뉴시스] 프랑스 북부 릴의 한 유권자가 3월15일(현지시간) 열린 지방선거 1차 투표를 마친 뒤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날 1차 투표에서 앙마르슈는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주요 거점지를 놓쳤다. 2020.6.1.

[릴=AP/뉴시스] 프랑스 북부 릴의 한 유권자가 3월15일(현지시간) 열린 지방선거 1차 투표를 마친 뒤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날 1차 투표에서 앙마르슈는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주요 거점지를 놓쳤다. 2020.6.1.


우파 인사와 좌파 인사가 한 데 모여있던 앙마르슈의 '예견된 몰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 성향의 초선 의원들은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희망대로 새로운 세대의 첫 번째 인물인지, 구세대의 마지막 인물인지 알 수 없다"며 정당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2017년 총선에서 당선된 앙마르슈 소속 알렉상드라 루이 의원은 "민주적 피로가 마크롱 시대의 정신을 추월했다"며 지난 겨울의 '노란 조끼' 시위 등을 언급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각된 성난 대립 현장은 내가 직접 확인한 갈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엔 건설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구축하게 위해 정치인과 시민의 연합체인 '엥 코뮌(En Commun)'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앙마르슈에 소속된 브뤼노 보넬 의원은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자동차 산업의 경제 회복 약속을 살펴보면 새롭거나 독창적인 방안이 전혀 없다"며 "프로모션 할인, 신소재 차량의 세금 감면 등 수요 자극 뿐이다. 세상을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진정한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집권당의 분열이 계속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6월28일 지방선거 2차 투표를 계획 중이다.

AFP통신은 이날 앙마르슈 소속 의원 20여명이 "6월 말 보건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며 2차 투표를 내년 3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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