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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 김세정 "금기 깨는 아이돌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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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7-22 11:04:12
뮤지컬 '레드북' 주인공 '안나' 역으로 호평
8월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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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세정. 2021.07.22. (사진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걸그룹 멤버 같지 않은 털털함의 '아재 감성', 각종 액션 연기로 겉모습이 망가진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도하나'….

김세정(25)은 '아이돌 금기'를 깨온 아이돌이다. 그녀가 새로 맡은 창작뮤지컬 '레드북'(오는 8월22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의 '안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을 남성의 부속품처럼 취급 받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 그 때에 안나는 야한 소설, 즉 '빨간 책'을 쓰는 엉뚱한 소설가다. 안나의 필력과 당당함은, 위선이 깃든 정숙함의 성채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굳센 창이 된다.

하지만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라며 '나쁜 여자'를 자처하는 역을, 20대 중반 걸그룹 출신 멤버가 맡기엔 용기와 결단이 따른다. 무대 위에서 섹시한 춤을 춰도, 그걸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도발로만 평가되는 것이 속좁은 K팝 여성 아이돌 업계다.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와 그룹 '구구단' 출신 김세정은 뮤지컬 '레드북'의 발칙하고 주체적인 주인공 '안나'로 그 금기를 건강한 기운으로 승화하고 있다. '핑클' 출신 뮤지컬스타로 옥주현의 계보를 잇는 '여성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로 지목되는 그녀를 지난 21일 논현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정 씨가 '레드북'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어요. 그런데 안나 성격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고 뮤지컬 개막 후 호평을 들었죠. 어떻게 캐스팅이 됐나요?

"작년 뮤지컬 '귀환'에서 함께 했던 이재은 무대감독님이 대본을 주셨어요. 대본이 너무 좋더라고요. 근데 처음엔 '하겠다'고 제대로 답을 못 드렸어요. 스케줄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야한 여자'라는 '레드북'의 워딩에 대해 걱정했죠. 제가 지레 겁먹은 거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만큼 '다시 돌아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대본을 다시 읽어보니, 강한 워딩에 숨겨진 '진실한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대본만 보고 출연을 결정한 거예요. 안나 역을 차지연·아이비 같은 대단한 선배님이 하신다는 걸 알았으면 더 겁 먹었을 거예요."

-'레드북'은 성관계를 포함해 남녀의 사랑을 솔직하게 그리며 엄숙함에 눌려 있던 당시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과 본능을 건강하게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무대 외 행보엔 아이돌에게 지극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 아이돌이 맡기는 어려운 캐릭터예요. 소속사에서도 세정 씨에 대한 신뢰가 있어 가능한 선택이었겠죠?

"살면서 자연스럽고, 순수하고, 솔직한 것들이죠. 누구나 이런 모습이 있고 해야 할 것들이잖아요. 회사에서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봐라'고 믿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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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세정. 2021.07.22. (사진 = 젤리피쉬 제공) photo@newsis.com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세정 씨가 최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아임(I'm)'과도 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인 안나, 직접 곡과 노랫말을 쓰는 싱어송라이터 세정 씨와도 닮은 점이 많아요.

"맞아요. '아임'은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느낀 감정들과 생각들에 대해 솔직하게 담아낸 앨범이었어요. '레드북'과 안나 캐릭터 역시 그 속뜻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죠."

-극 중에서 안나가 좀 더 자신에게 확신을 갖게 된 지점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료이자 애인인 '브라운'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지점도 그녀가 변화되는 구간입니다.

"극 초반에 안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요. 말과 태도는 솔직하지만, 외부에서 이상하게 보면 '내가 정말 이상한가'라고 '자기 검열'을 계속 하죠. 자신이 생각한 것을 글로 쓰지도 않아요. 계속 물음표가 찍히는 거죠. 그런데 글을 쓰고, 브라운과 대립하고, 감옥 안에서 홀로 서게 될 때 '나는 나를 말할 거야'라고 외쳐요. 그 다음에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를 찍게 되죠."

-그룹 활동을 잘해오셔서 그런지 앙상블과 합도 좋아요.

"특히 넘버 '낡은 침대를 타고' 장면에서 배우분들과 함께 움직일 때 에너지가 '팡팡팡' 터지는 느낌이에요. 하하.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뮤지컬이 살아 쉼 쉬는 장르라는 것을 느꼈어요. 여기에 속해 있는 것이 감사해요."

-팝 멜로디를 기반으로 하는 넘버들이 많지만 그래도 K팝과 뮤지컬 음악은 상당히 다르죠. 작년에 '귀환'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레드북'이 제대로 된 프로 데뷔작인데 노래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곡 마다 달랐어요. 개인 넘버는 팝적으로 풀어야했고 나머지 단체 곡으로 뮤지컬 발성적으로 불러야 해서, 이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연습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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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드북'. 2021.07.22. (사진 = 아떼오드 제공) photo@newsis.com
-안나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고 하잖아요. 세정 씨는 슬퍼질 때 어떻게 합니까?

"예전에는 슬픈 감정을 그대로 느꼈는데, 요즘은 그 감정을 글을 비롯 어떻게든 남기려고 해요.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냐고 묻자) 에이~ 아직은 그러기에 부족해요."

-안나를 연기하면서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스스로를 나쁜 여자, 야한 여자라고 정의할 때요. 그 때 몰입하면, 짜릿해요. 언제 어느 아이돌이 이렇게 말을 할 수 있겠어요. 하하. 물론 그 속뜻의 메시지가 단단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틀에 맞춰진 아이돌의 금기를 계속 깨고 싶나요?

"감히 도전할 수 있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안나처럼 '나 자체이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제 솔직함을 인정받아 왔어요. '프로듀스 101' 때도 솔직함을 좋아해주셨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재' 같은 면도 보이드리고요.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예쁘거나 연약한 모습보다, 망가져도 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죠. 제 속에 있는 걸, 앨범을 통해서 여러 작품을 통해서 꺼내보이고 싶어요. '하나의 전형성'에 대해 깨고 싶은 거죠."

-뮤지컬은 원래 관심이 많았나요?

"네 언젠가 출연하고 싶었는데, 빨리 도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대중음악 가수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완성되기 전에 뮤지컬을 하게 되면, 제가 가진 것마저 잃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지금이 딱 맞는 찰나 같아요. 제 창법에 의문이 생기는데, 답은 무대 위에서만 나오거든요. 뮤지컬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있어 제가 가진 것을 놓지 않고 융합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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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레드북'. 2021.07.22. (사진 = 아떼오드 제공) photo@newsis.com
-맡고 싶은 배역이 많죠? 주변에서 벌써부터 어울리는 배역을 많이 추천해주신다고요. 

"뮤지컬에 대해서 무지했는데 '레드북'을 통해 시각이 넓어지고 있어요. 주변에선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헤드윅'의 이츠학, '킹키부츠'의 '로렌' 역에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개인적으로는 '레드북'의 한정석 작가님과 이선영 작곡가님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출연하고 싶어요. 정말 '천재'분들이세요. 오늘 '비틀쥬스'를 보러 가는데 틈 날 때마다 작품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싶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솔로로서 온전히 선 아이돌이 많지 않아 세정 씨 행보를 궁금해하는 후배들이 많아요. 지금도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레드북'의 안나처럼 질문에 대한 답은, 남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중요해요. 자신이 뱉어온 말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죠.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믿고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말 역시 나중에 제가 책임져야 하겠죠. 하하."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안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본인이 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다면, 옳은 선택이에요. 자신을 믿고 본인 속 이야기를 마음껏 내뱉은 뒤 그걸 해내는 분이 되기를 바라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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