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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시장화·경쟁체제 도입?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등록 2023.06.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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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86% 민간…민영화보단 공공성 관건

이윤 추구로 비용 상승·공공성 약화 우려 여전

정부 "규제는 개선하되 부실기관은 퇴출할 것"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6.0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6.0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돌봄 등 사회서비스에 경쟁체제 도입과 시장화를 언급하며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일선 현장에서는 수요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방향에 대한 여론은 '복지 민영화' 아니냐는 우려와 사회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충족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보편복지가 서비스복지로 갈 때의 장점은 이것이 시장화될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경쟁을 조성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서비스 복지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한 보상 체계도 점점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같은 날 발표한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방향'을 보면 소득 제한을 풀어 중산층도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비를 내면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사회서비스의 비용 상한을 완화하고 올 하반기 '가격탄력제'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지원 외 이용자 본인 부담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민간 공급자에 대해서는 경쟁원리 도입과 서비스 품질 제고 방안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전국민 사회서비스 이용률을 현재 33%에서 40%로 7%포인트(p) 높이고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60만개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민영화'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운영주체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양한다는 의미인 '민영화'란 표현은 맞지 않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애초에 민간 주도로 이뤄졌으며 현재 대다수 사회서비스 역시 민간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재가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2만1334개소 중 2만1208개소(99.4%)가 개인·법인 등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전체 사회복지시설은 6만594개소 중 5만1920개소(86.1%)가 민간기관이다.

다만 국가는 사회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에 국고 또는 공공 보험수가 등으로 지원하며 기관과 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줄여왔다.

한 예로 장기요양보험제도는 65세 이상 노인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 중 장기간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재원은 가입자 보험료와 국가 및 지자체 부담금, 본인 부담금으로 구성되며 국가가 장기요양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장기요양급여비용으로 지원한다. 사회서비스 이용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은 재가급여의 경우 당해장기요양급여비용의 15%, 시설급여는 20%이다.

이처럼 국가가 일부 재원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사회 서비스 수급자와 품질, 비용 등을 엄격히 관리해왔는데, 앞으로는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기 보다는 시장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한다는 것이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방향의 골자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 민간기관이 대부분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만큼 '민영화'라는 표현은 적확하지 않지만 복지 서비스의 공공성이 더 약화되고 비용은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참여연대는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 도입 당시 공공인프라 확충 없이 제도의 운용을 민간에 맡겼다"며 "질 낮은 돌봄 서비스와 열악한 돌봄 노동자의 근로 환경은 수십 년 간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강화해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을 제고해야 할 시점에 윤석열 정부가 다시 민간에게 사회서비스를 맡기려 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이미 사회서비스 분야는 영세한 민간 공급자가 대부분으로 자발적 품질 향상에 한계가 있다"면서 "서비스 공급 주체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영세한 민간 공급자들이 양질의 공급자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원해 고품질 서비스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비스 공급의 지역 제한, 진입 제한 등 규제를 개선하고 부실기관은 퇴출시켜 민간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서비스 비용 상한을 완화하고 가격탄력제를 시범사업 형식으로 도입하는 것 역시 중장기적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이 약화되는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등 민간사업자들이 사회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 이윤을 추구하느라 서비스 질과 인력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비용만 비싸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혜진 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은 "가격탄력제는 일정범위에서 가격 자율성을 허용한다는 의미이고 비용상한제 역시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비스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제도를 시범 적용해본 뒤 부작용이 없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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