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견제?…구글, 네이버 '초거대AI 공개 코앞 韓정부와 AI축제[사이다IT]
구글, 내달 과기부와 AI 행사…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견제 해석도
해외 빅테크에 AI·데이터 주권 종속 우려…"외산 생태계 경계해야"
구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준비하고 미래 방향성을 모색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위크 AI for Korea 2023’을 오는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사진=구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내달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생성형 AI 패권 경쟁에 합류합니다. 본격적인 반격의 시작인 셈이죠.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해외 빅테크로부터 AI 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외 빅테크 구글이 내달 한국 정부와 손 잡고 AI 행사를 여는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서면서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13~15일 3일간 '대한민국 인공지능 위크: AI 포 코리아 2023'을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는 구글의 최신 AI 기술과 실체를 대한민국의 학계, 산업계, 개발사 및 학생까지 다양한 그룹과 공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구글은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초거대 AI 기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상호협력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구글은 생성형 AI, 대형 언어모델(LLM), 클라우드 등 최신 인공지능 기술 소개 세션 및 기업참여 시연 세션, 학생그룹과의 오픈랩(Open-lab) 세션, 실전 워크샵 등 보다 실질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글이 스타트업 지원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와는 종종 협력해왔지만 과기정통부와 손잡고 행사를 개최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구글이 그만큼 공세적으로 한국 사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지난달 구글은 AI챗봇 '바드'가 한국어를 우선 지원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노골적인 네이버 견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네이버도 내달 차세대 초거대 AI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차세대 검색 서비스 ‘서치GPT’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대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에 밀리고 있습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최근 네이버와 격차를 좁히고 있는 가운데 바드를 통해 검색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이에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생성형 AI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하이퍼클로바X의 강점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해 한국어에 특화됐습니다.
특히 오픈AI, 구글 등 해외 기업들과 달리 네이버는 자체 서비스 플랫폼을 갖고 있죠. 해외 빅테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카페, 블로그, 지식인 등으로 축적한 양질의 데이터셋 접근이 가능한 것이 강점입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생성 AI 시대에도 결국 초거대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가 없다면 아무것도 생성할 수 없다"면서 "오픈 AI가 챗 GPT 개발에 활용한 데이터는 독점 데이터가 아니지만, 네이버는 네이버만의 접근 데이터가 있어 새로운 시장에서도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죠.
오픈AI의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경쟁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업들도 앞다퉈 챗GPT 대항마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기업도 빠르게 자체 생성형 초거대 AI를 개발하지 않으면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고, 이는 국가의 기술 주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에게 잠식 당하지 않은 네이버, 다음 등 자체 검색엔진을 보유한 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큽니다. 검색엔진에 생성형 AI가 접목되면서 키워드 중심의 검색에서 대화형 검색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이미 네이버는 구글에 맹추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 점유율은 55.2% 구글의 점유율은 35.3%으로 증가했고, 네이버와의 격차는 20% 이내로 줄었습니다.
AI 주권은 ‘데이터’ 주권이기도 합니다. 해외 기업의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우리나라 이용자 행동 정보 등 데이터가 외국 클라우드로 넘어가 저장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생성형 AI 주권을 해외 기업에 내줄 수 없단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구글과 협업에 나선 것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 나옵니다. 전세계적으로 자체 초거대 AI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압도적 자본력과 비교하면 경쟁이 녹록지 않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 이사는 지난달 생성형 AI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 'GAA 2023‘에서 "생성형AI가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7%가량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GDP의 4% 정도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시장 장악 후 수수료를 올린 모바일앱 생태계 사례처럼, 우리가 초대규모AI가 없으면 이를 고스란히 외국에 뺏긴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구글이 정부와 손을 잡은 것이 국내에서 초거대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AI 생태계 핵심인 초거대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다양한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올라타 서비스를 만들며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게 AI 주권 경쟁에서 중요 경쟁력입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은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리나라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중소벤처기업부의 초청으로 방한해 한국 기업들과의 AI 반도체 공동 개발을 제안했죠.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협업 의사도 밝혔습니다. 중기부 장관은 알트만 CEO에게 오픈AI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참여하고 투자까지 연결해줄 것을 요청했구요.
IT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MS 등 외산 초거대AI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 생태계 위에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게 되면 데이터 주권까지 뺏기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생태계 만들고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손을 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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