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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가폭력에 무너진 삶, 그 후…"다른 인권도 지키고파"

등록 2023.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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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 방문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 장소…"삶의 목적 찾아"

"폭력 기억 알려서 다른 인권침해도 예방하고파"

진화위 내달 '선감학원 사건' 2차 결과 발표 예정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김영배(68)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김영배(68)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뜰에 풀 한 포기도 자리 잡은 그곳에서 크는 게 전부 아니겠어요? 하물며 사람인데, 사람이 남의 완력에 의해 자기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강요받는다는 건…그 자체가 너무 안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김영배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장 인터뷰 중)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2차 진실규명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뉴시스 취재진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김영배(68) 센터장과 윤수보(62)씨, 이향림(60) 센터 상담실장을 만났다. 김 센터장과 윤씨는 선감학원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센터가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한 사회의 인권 역량을 높이는 '인권 활동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산실(産室)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기합, 매질에 강냉이 식단…55년째 지워지지 않는 선감학원 5년

김영배 센터장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건 1962년 가을이었다. 당시 8살이었던 김 센터장은 동전 한 닢을 쥐고 서울 충무로의 누이집을 나섰다가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 노상에서 붙잡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지내던 그와 누이였다. 소위 말하는 '부랑아'는 더더욱 아니었다.

김 센터장은 "그게 시발점이었다"며 "선감학원은 군대보다 열악한 환경에 아동들을 가둬 놓는 곳이었다. 일본식 군사 문화 속에서 어린 세월을 지냈다"고 말했다. 그가 선감학원에서 탈출한 건 5년이 지난 1968년, 김 센터장은 "선감학원의 5년은 내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많은 요소를 심었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에게 선감학원은 '폭력'과 '배고픔'의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는 "맞는 게 무서워서 숙소 문을 여는 게 싫었다. 숙소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폭행과 기합, 매질이 이어졌다"며 "그때 당한 폭력이 트라우마의 시작이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배도 몹시 고팠다"며 "밥그릇의 80%가 강냉이였다. 반찬으로 춘장과 곰댕이젓이 나왔다. 보관이 용이한 것들만 아이들 식탁에 올라왔다"고 했다.

이때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지금도 김 센터장의 몸에 뚜렷이 새겨져 있다.

그는 "처음에는 인터뷰도 두려웠다. 옛날을 떠올리고 얘기한다는 것은 그 고통을 다시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터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욕을 하거나 몸이 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언론 인터뷰가 끝나면 그날 밤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린다. 꿈속에서 발길질하고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좋은 데 가자"던 공무원 손 잡고…탈출했더니 또 '형제복지원'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윤수보(62) 선감학원사건 피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윤수보(62) 선감학원사건 피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선감학원에서의 시간이 트라우마로 남은 건 또 다른 선감학원 피해자 윤수보씨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혼자서 퀸사이즈 침대를 쓴다. 그래도 떨어질까 봐 늘 벽을 붙잡고 잔다. 그러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가끔은 자다가 내가 낸 '악' 소리에 놀라서 깨기도 한다"고 말했다.

12살 무렵이었던 윤씨는 1973년 '좋은 데 가자'는 민간인 복장을 한 공무원의 손에 이끌려 인천에서 선감학원으로 곧바로 옮겨졌다.

그는 "집이 못살아서 행색이 남루했다. 가출 소년 같기도 하니까 어느 날 민간인 복장을 한 공무원이 '좋은 데 들어간다'고 하더니 데려갔다"며 "배를 2시간 탄 후 뗏목으로 갈아타서 선감도로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또 "배고픈 아이들이 쥐를 잡아 껍질을 벗겨 구워 먹는 장면이 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겪었던 신체적 폭력에 대해서는 "사장이 반장을 2대 때리면 반장이 그 밑에 2명을 4대 때리고, 그 밑에 4명이 8대를 때리는 이른바 '줄빠따'가 흔했다"며 "폭력은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선감학원 입소 1년 만인 1974년 윤씨는 가까스로 선감학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탈출한 그가 마주한 건 또 다른 인권침해 현장이었던 형제복지원이었다.

윤씨는 "선감학원을 피해서 멀리 부산으로 갔는데 이번엔 형제복지원에 끌려 들어갔다"며 "이후 형제복지원에서 다시 선감학원으로 이감돼 선감학원에 두 번 입소했다"고 설명했다.

몸 곳곳 자살기도 상흔 있지만…"센터 덕분에 삶의 목적 찾아"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윤수보(62) 선감학원사건 피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윤수보(62) 선감학원사건 피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아동기 겪었던 선감학원에서의 끔찍한 기억은 윤씨를 한평생 알코올에 의존하게 했다. 술에 취해 자해와 자살 기도를 한 것도 수차례, 그는 범법 행위로 소년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실제 인터뷰 중 윤씨가 보여준 양팔에는 자살 기도로 생긴 자상이 뚜렷이 남아있었다.

그는 "내 인생이 선감학원과 술로 인해서 걷잡을 수 없이 틀어지고 있었다"며 "40대 중반에 문득 '이제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 '한번 사는 거 이왕이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변화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후 그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모임' 등에서 활동하며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고 자원봉사를 하면서 삶을 변화시켜 나갔다.

그러던 중 만난 이들이 김 센터장과 이향림 센터 실장이었다. 윤씨는 이들을 만나 센터에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 가면서 삶의 목적을 찾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왜 나일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다"며 "그런데 지금은 선감학원의 경험을 계기로 좀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살면서 가장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은 것이 이곳이다. 은혜란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 이곳에 와서 내가 살아가야 할 목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인권침해 예방, 숨진 피해자 장례 지원"…포부에도 지원 태부족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향림(60)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 상담실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향림(60)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 상담실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지원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02. kgb@newsis.com


센터에서 꾸준히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김 센터장과 윤씨는 더는 자신들이 '피해자'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국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알리는 역할을 해내는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길 바란다.

김 센터장은 "선감학원 피해자 중에는 '왜 다 잊고 사는 걸 사회 문제로 부각해서 이렇게 고통을 주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며 "난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 마음을 안다. 하지만 아픔을 드러내는 건 선감학원을 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인권 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음 세대에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예방 차원에서라도 선감학원을 계속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피해자들 상당수가 70대를 넘어섰다. 대부분 가족도 없는 독거노인"이라며 "장례위원회를 만들어서 그분들 가시는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하고 싶다. (선감학원 사건을) 알릴 기회가 있을 때는 뒤로 숨지 않고 앞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포부가 무색하게 센터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센터 측에 따르면 이들이 경기도로부터 지급받는 한 해 예산은 2억6000만원이다. 상담사 3명의 임금을 주고 남은 1억원으로 300여명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료를 감당한다. 그나마 외부 상담사들의 자원봉사로 피해자 치료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여는 게 트라우마 치유에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며 "우리 상담사 3명으로 300명을 치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상담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향림 센터 상담실장은 "저녁 5시에 치유 프로그램이 끝나도 먼 길 오신 선생님(피해자)들의 밥을 사드릴 여력이 안 된다"며 "'이번 달에는 누가 밥을 사줄까'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버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피해자 80여명을 모아 강연과 치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선감사랑방' 행사에 배정된 예산은 간식비뿐이라, 강사 섭외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사 3명이 피해자 300명 맡아"…내년엔 의료지원 축소까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 및 위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사과 및 위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20. photo@newsis.com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은 1946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갱생을 명분으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연행 후 경기도가 운영하는 선감학원에 수용해 피해자들이 강제노역, 폭언·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이다.

원아 대장에 기록된 선감학원 입소 아동은 4689명으로 이 가운데 834명이 고립된 선감도에서 탈출을 시도했으나, 거센 물살 등으로 인해 상당수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달 중으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2차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조사 등 이유로 내년 1월께 2차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이뤄진 진실화해위의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 사건' 피해자 167명에 대한 진실 규명을 계기로 올해 2월28일부터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경기도는 피해자로 확인된 이들에게 올해 1월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한 데 이어, 매달 생활지원금 20만원과 경기도의료원의 의료서비스 지원 등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경기도민이 아닌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은 중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유해발굴 현장 언론공개 설명회가 열린 지난 10월25일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유해 매장지를 찿은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선감학원은 일제 강점기인 1942년에 세워져 1982년까지 운영된 아동 강제 수용소다. 40여 년 동안 수많은 아동이 끌려가 강제노동과 구타, 굶주림 등의 인권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선감학원 관련 유해 150여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3.10.25. jtk@newsis.com

[안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유해발굴 현장 언론공개 설명회가 열린 지난 10월25일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유해 매장지를 찿은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선감학원은 일제 강점기인 1942년에 세워져 1982년까지 운영된 아동 강제 수용소다. 40여 년 동안 수많은 아동이 끌려가 강제노동과 구타, 굶주림 등의 인권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선감학원 관련 유해 150여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3.10.25. jtk@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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